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지 않은 층에서 멈춘 이유
어느 날 야근을 마치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탔는데, 버튼을 누르지도 않은 층에서 멈췄다. 내가 살고 있는 10층도 아니고, 7층이었다. 분명 나는 10층 버튼만 눌렀는데, 엘리베이터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문이 열렸다.
처음엔 누군가가 먼저 타고 내렸나 싶었지만, 엘리베이터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주변도 조용했고, 7층 복도에 사람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피곤한 탓에 그냥 다시 문을 닫고 10층 버튼을 다시 눌렀다.
그런데 또 같은 일이 반복됐다. 엘리베이터가 7층에서 멈추고 문이 열렸다. 이번엔 문 근처에 작은 창고 문이 하나 있는 걸 봤는데, 그 쪽에서 희미한 음악 소리가 들렸다. 이상한 느낌에 잠시 가만히 있었는데, 갑자기 음악이 멈추고 엘리베이터 문도 닫혔다.
10층에 도착해서 집에 들어가려는데 왠지 모를 찝찝함이 계속 남았다. 다음 날도 동일한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역시 7층에서 멈췄다. 이번엔 조금 더 용기를 내서 문이 열린 순간에 엘리베이터를 빠져나와 7층 복도를 따라 그 창고 문 쪽으로 가봤다.
창고 문이 빛 한 점 없이 닫혀 있었고, 열렸던 문틈 사이로는 이상한 냄새가 났다. 철 냄새 같기도 하고, 오래된 먼지 냄새 같기도 했다. 갑자기 등 뒤에서 누군가 숨을 죽인 채 서 있는 느낌이 들었지만 뒤돌아보지는 않았다. 곧장 엘리베이터로 다시 돌아왔다.
그날 밤, 검색을 좀 해보니 7층 창고는 10년 전 화재 사고로 폐쇄된 곳이라는 글을 봤다. 당시 그 층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나면서 몇 명이 다쳤고, 그 뒤로 접근 금지 구역이 됐다는 얘기였다. 엘리베이터가 그 층에서 멈춘 것도 무슨 이유가 있었던 걸까?
며칠 뒤에도 같은 현상이 반복되자 직장 동료에게 이야기했다. 그 동료도 같은 아파트에 살면서 비슷한 경험을 했다고 했다. 자신도 엘리베이터가 버튼도 누르지 않은 7층에서 멈추고, 문이 열리면 오래된 라디오 방송 소리가 들려서 도망치듯 올라갔다는 거였다.
“그게 혹시 그 화재 난 층에 있던 사람들 영혼일지도 몰라.”라는 말에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엘리베이터가 일부러 그 층을 멈추면서 누군가의 메시지를 전하려는 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전,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7층에서 멈췄다. 문이 열렸는데 이번에는 희미한 불빛과 함께 아주 작은, 어렴풋한 실루엣이 창고 쪽에서 나를 바라보는 것만 같았다. 순간 불안에 문을 닫고 10층으로 올라왔다.
이후로 엘리베이터는 그 층에서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가끔 밤에 엘리베이터에 탈 때면 7층 버튼이 저절로 깜박이는 것처럼 보여서 계속 눈길을 떼지 못한다. 혹시 그곳에서 아직도 누군가 기다리고 있는 걸까, 그 미스터리는 아직도 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