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 시절 군대 내 무전기에서 들려온 이상한 신호
신병 시절, 훈련소에서 배치받은 부대는 야간 경계 근무가 특히 빡셌다. 어느 날 새벽, 내가 전초초소에서 무전기를 들고 있던 중이었다. 주변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이상하게도 바람 한 점 불지 않아 적막감만 감돌았다.
그런데 갑자기 무전기에서 잡음 섞인 신호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냥 전파 장애인 줄 알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소리는 단순한 잡음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끼익 소리 사이사이에 사람 목소리가 섞여 있었다. 모두가 조용히 하라고 속삭이는 것 같았다.
처음에 난 무전기를 딴 병사에게 넘기며 “뭔가 이상한데?”라고 말했지만, 그 병사도 똑같이 들린다고 했다. 우리 모두 긴장하면서 교대 없이 무전을 계속 들었다. 신호는 점점 또렷해졌고, 내용은 너무나도 묘했다.
“여기 누구 있냐…” “구조 요청…” “빨리…” 이런 단어들이 간헐적으로 들려왔는데, 말투는 차갑고 무서웠다. 마치 수십 년 전 누군가의 음성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데 그때가 정확히 언제인지, 누군지가 전혀 알 수 없었다.
우리 중 한 명이 무전을 꺼보려 했지만, 아무리 조작해도 끊기지 않았다. 마치 무전기가 저절로 켜져 있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 그 목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에 전초초소 안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부대에서는 하도 이상하다고 보고했지만, 상부에선 신호 체크를 해보겠다며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오히려 경계에 집중하라는 말만 돌아왔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전기에서 들려오는 음성은 멈추지 않았다.
나는 밤마다 그 소리를 듣고 점점 피곤해졌다. 동료들도 “이거 그냥 넘어가면 안 될 일 같다”는 말을 자주 했고, 서로 눈빛이 심상치 않은 상태로 변했다. 그 무전기 소리는 우리만 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가끔은 무전기 너머로 “여기 누구 없냐…”는 그 한마디가 너무 생생해서, 내가 실제로 누군가를 찾으러 가야 할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초소 밖을 봐도 아무것도 없었다. 신병 시절의 나에겐 그게 너무 무서웠다.
몇 주 후, 그 신호가 사라졌다.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하지만 그 경험 이후로 무전을 맡는 날엔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군대에서 돌아온 지금까지도 그 무전기가 가끔 생각난다. 만약 그 음성이 진짜 누군가의 구조 요청이었다면, 우리는 아무도 도와주지 못한 게 아닐까 하는 찝찝함이 남는다.
아직도 가끔 군대 동기들과 만날 때면, 그 무전기 신호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웃으며 넘기는 사람도 있지만, 속으로는 “그날 밤, 저편에서 누군가 아직도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에 소름끼친다고 고백하는 이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