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안에서 갑자기 시작된 누군가의 속삭임
엘리베이터 문이 덜컹 닫히던 순간, 갑자기 내 귀에 아주 작은 속삭임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처음에 착각인 줄 알았다. 빽빽한 책가방 끈이 어깨에 닿는 소리, 아니면 누군가의 숨결일 거라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엘리베이터 안에는 나 혼자였다. 좁은 공간, 차가운 거울과 희미한 조명이 전부였다. 그런데 분명히 누군가가 내 이름을 부르는 듯한, 아주 작은 속삭임이었다. 소리는 너무 작아서 확신할 수 없었지만, 내 심장은 갑자기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여기 아무도 없는데...” 나는 중얼거리며 버튼을 다시 눌렀다. 10층에서 1층으로 가는 데는 딱 40초 정도 걸렸는데, 그 짧은 시간 동안 속삭임은 가끔씩 더 가까워졌다가 멀어지는 것 같았다.
“이상한 꿈인가...” 혼잣말을 하면서도 몸은 굳어 갔다. 엘리베이터가 멈추고 문이 열렸을 때, 나는 얼른 뛰쳐나왔다. 1층 로비에는 사람들로 붐볐지만, 아무도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돌아가는 길 내내 그 속삭임이 머릿속에서 울렸다. 나는 속삭임이 단순히 환청 같은 게 아니란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 뭔가를 말하려는 것 같았는데, 분명히 내 이름뿐만 아니라 무언가 금지된 단어 같은 것도 들렸다.
며칠째 그 속삭임이 계속 머릿속에 맴돌았다. 엘리베이터를 타는 게 겁이 났다. 다행히 회사에서는 계단을 이용하기 시작했지만, 그 마음 한구석에는 설명할 수 없는 무거운 기운이 남아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엘리베이터 정비일지를 보게 됐다. 그 안에는 3년 전 엘리베이터에서 시민 한 명이 숨졌다는 기록이 있었다. 당시 사고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고, 그 자리는 곧바로 봉인되었다가 다시 개방됐다고 적혀 있었다.
그 사건 이후부터, 비슷한 시간대에 탔던 사람들 중 몇몇이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고 누군가에게 조용히 말한 적이 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나는 그 사람들의 말이 이해됐다. 그 속삭임은 단순한 환청이 아니었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는 그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았다. 그리고 아직도 밤늦게 그 속삭임이 가끔씩 들려오는 것 같다. 아무도 없는 공간에서, 누군가가 조용히 내 이름을 부르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
가끔은 속삭임이 너무 또렷해서 따라가면 어디로 데려갈지 모른다는 무서움에, 나는 그 소리를 애써 무시한다. 그리고 문득 생각한다. 혹시 그 속삭임이 나에게만 들리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기다리는 신호인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