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주차장 입구에서 마주친 이유 모를 남자
지하주차장 입구에서 갑자기 한 남자를 마주쳤다. 그날은 비도 오고 어두컴컴해서 평소보다 무거운 걸음으로 지하주차장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동문 바로 앞에서 멈춰 선 남자가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남자의 눈빛이 이상했다. 어딘가 초점이 맞지 않는 것처럼 흐릿하면서도 빛나는 느낌이었다. 나는 일부러 눈을 피하며 지하주차장 자동문을 밀어 열었다.
그런데 그 남자가 내 뒤를 따라 들어오려는 기색을 보였다. 속으로 ‘왜 따라 들어오지?’ 하고 의문이 들었지만, 특별한 이유가 없으면 그냥 무시하려 했다. 그런데 그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여기서 기다려"라고 말했다.
순간 몸이 얼어붙었다. 주변에 아무도 없었기에 그 말이 더 소름 돋게 느껴졌다. 나는 대답하지 않고 곧바로 계단 쪽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지하주차장은 보통 사람들이 잘 이용하지 않는 외진 곳인데, 왜 하필 그 장소에서 저런 말을 했을까?
계단을 올라가는 동안 계속 뒤를 돌아봤다. 다행히 그 남자는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이상한 기운 때문에 등골이 오싹했다. 그래서 평소보다 속도를 내서 지상으로 향했다.
밖에 나와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머릿속에서 그 남자의 눈빛과 목소리가 계속 맴돌았다. 집에 가서도 문단속을 몇 번씩 확인했을 정도로 불안했다. 왜 그 사람이 나를 지하주차장에서 불러세운 걸까?
며칠 후,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비슷한 경험담을 우연히 보게 됐다. 어느 지하주차장에서 특정 시간대에 이상한 남자가 나타나 사람을 기묘하게 유혹하거나 말을 건다는 글이었다. 그 남자는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그런 글이었다.
그걸 읽고 나서야 왜 내가 본 남자가 그렇게 묘하게 느껴졌는지 조금 이해가 갔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아니면 그냥 뭔가 설명할 수 없는 존재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다만 그날 이후로는 그 지하주차장 근처에 얼씬도 하지 않는다.
그리고 어느 날, 그 지하주차장 입구 근처를 지날 때 무심코 뒤를 돌아봤는데, 그 남자의 모습이 문득 스쳐 지나가는 듯했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고, 차들만 조용히 서 있었다. 그 순간, 내가 들은 그 낯선 목소리가 또렷하게 귓가에 맴돌았다.
"여기서 기다려." 그 말이 아직도 내 머릿속에 맴도는 걸 보면, 아마 나 혼자가 아닌 누군가에게 계속해서 나타나는 존재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