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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베이터에 갇혔을 때 누군가 쓴 낡은 낙서

2026-05-02 00:29:20 조회 1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엘리베이터에 갇혔을 때 누군가 쓴 낡은 낙서

그날도 평소처럼 퇴근길에 빌딩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갑자기 중간층에서 멈춰버렸다. 버튼을 계속 눌러도 반응이 없고, 카메라엔 깜빡이는 불빛만 어슴푸레 비쳤다. 핸드폰도 신호가 잡히지 않아 무작정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눈에 띄는 게 하나 있었다. 낡고 지저분한 엘리베이터 벽면에 누군가 연필로 써놓은 수많은 낙서들이었다.

처음엔 그냥 지나쳤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낙서들이 점점 신경 쓰였다. 대부분은 짧은 글귀들이었는데, “여기서 나갔으면 좋겠다.”, “누군가 이걸 읽는다면, 나를 기억해줘.” 같은 애절한 문장들이었다. 빌딩 관리에서 지우지 않은 건지, 누군가 일부러 남겨둔 건지 알 수 없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낙서는 “너도 여기서만 멈추지 마.”라는 문장이었다. 글씨체도 희미하고, 오래된 연필 자국에 얼룩져있어 한참을 봐야 알아볼 수 있었다. 무언가 메시지를 숨긴 것 같아 묘하게 불안했다.

그러다 갑자기 낙서 옆에 새로 쓴 듯한 글자가 보였다. “내일 같은 시간에 여기서 다시 보자.” 처음엔 누군가 장난친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나도 엘리베이터가 움직이지 않아 더 이상 무시할 수 없었다.

시간이 꽤 흐르고 나서야 겨우 경비원이 도착했고, 구조되어 밖으로 나왔다. 그때 엘리베이터 벽에 다시 눈길이 갔는데, 아까 있던 “내일 같은 시간에 여기서 다시 보자.”라는 글자가 깨끗이 지워져 있었다. 분명 내가 쓴 게 아닌데, 누군가 사라지기 전에 쓴 메시지 같아 등골이 서늘했다.

집에 돌아와 그날 경험을 친구에게 말했는데, 그 친구가 갑자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 빌딩에서 몇 년 전에도 누군가 엘리베이터에 갇혀서 며칠 만에 발견됐는데, 그 사람 일기장에 ‘예고 없이 다시 갇힐 것 같다’는 문장이 있었대.”라면서 무언가 연결된 듯한 분위기를 풍겼다.

나는 그 이후로도 같은 빌딩에서 엘리베이터를 탈 때마다 벽면 낙서를 유심히 보게 됐다. 언제 또 누군가 무언가를 남겨둘지 모르니까. 그리고 혹시라도 나도 그 낙서 속의 메시지처럼, 어떤 이유로든 멈춰버리는 순간이 올까 두려워졌다.

그 빌딩 엘리베이터에 갇힌 그날 밤, 낙서가 주는 묘한 불안감과 그 미묘한 메시지는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어쩌면 그 낙서들은 단순히 누군가의 불만이나 분노가 아니라, 이후에 올 누군가를 향한 경고나 부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는 가끔씩, 엘리베이터 벽에 쓰여 있던 그 마지막 문장이 떠오른다. “내일 같은 시간에 여기서 다시 보자.” 그게 이제 누군가 또 다른 사람에게 남겨진 경고인지, 아니면 어떤 이유로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람만이 이해할 수 있는 비밀인지는 아직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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