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미터기에서 멈춘 이상한 숫자 조합
그날 밤, 나는 늦은 시간에 택시를 탔다. 집까지 가는 거리가 좀 멀다 보니 미터기를 자연스럽게 쳐다보게 됐다. 그런데 문득 미터기에 나타난 숫자가 이상했다. 보통은 금액이 점점 올라가는데, 이날따라 숫자가 반복해서 멈추는 것처럼 보였다.
1212, 1212, 1212... 미터기에 찍히는 숫자가 마치 암호처럼 계속해서 똑같은 조합으로 멈췄다. 난 순간 이상함을 감지했지만, 창문 밖으로 보이는 어둠과 가로등 불빛 때문에 그저 피곤해서 착각한 건가 싶기도 했다.
택시는 평소보다 아주 조용했고, 기사님도 별말 없이 운전만 하고 있었다. 나는 핸드폰을 꺼내 시간을 확인하려 했는데, 화면에 이상한 간섭이 생겼다. 그것도 마치 미터기의 숫자와 연관된 듯한 느낌이었다. ‘1212’라는 숫자가 머릿속을 계속 맴돌았다.
더 깊숙한 골목을 지날 때쯤, 미터기는 갑자기 멈췄고, 숫자는 666으로 바뀌었다. 순간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기사님은 여전히 아무 말도 없었다. 내가 “아저씨, 미터기 왜 그래요?”라고 물었더니, 그가 슬쩍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은 특별한 밤이라 그런가 봐요.”
그 말에 난 뭔가 더 괜히 불안해졌다. 평소 같으면 그냥 웃어넘겼겠지만, 그날은 분위기가 달랐다. 택시가 멈춘 곳은 사람이 거의 없는 오래된 주택가 근처였다. 주변은 적막했고, 바람 소리만 크게 들렸다.
다시 미터기를 봤는데, 이번엔 숫자가 조금씩 변하는데 그 패턴이 점점 복잡해졌다. 1212에서 3434, 그리고 갑자기 9999까지. 숫자들이 뭔가를 말하려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 순간, 문득 기사님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시선이 택시 후미경 밖을 향했다.
뒤를 돌아보자, 희미하게 희번득거리는 눈빛이 어둠 속에서 스쳐 지나갔다.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을 돌렸고, 기사님도 조용히 미터기를 끄는 듯했다. 차 밖은 싸늘한 바람이 얼음처럼 불어왔다.
택시는 다시 움직였고, 집 근처에 다다르자 미터기는 평범한 숫자로 돌아왔다. 기사님은 “오늘 일이 끝나길 바라야죠”라며 인사를 했다. 나는 얼른 내렸지만, 그 ‘1212’라는 숫자와 ‘666’, 그리고 ‘9999’의 조합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집에 들어가자마자 핸드폰 전화를 걸었는데, 이상하게도 번호가 ‘1212’로 시작하는 업체로 연결됐다. 그 번호가 실제 존재하는지 확인하려 했지만, 데이터가 모두 끊겨 있었다. 평소에 경험해보지 못한 기이한 사건이었다.
지금도 가끔씩 택시를 탈 때면 미터기를 유심히 보는데, 그날 밤의 ‘1212’ 숫자 조합이 떠오른다. 혹시 그 숫자는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무언가 경고였던 걸까? 나는 아직도 그 미스터리를 완전히 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