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책상 서랍 안에 감춰진 녹음기 테이프
회사에서 일하던 어느 날, 점심시간을 이용해 내 책상 서랍을 정리하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평소엔 거의 열어보지 않던 서랍 안쪽 깊숙한 곳에서 낡은 녹음기 테이프 하나가 나온 거다. 겉면에는 아무런 표시도 없었고, 손때 묻은 테이프였지만 혹시나 싶어 호기심에 플레이어에 넣어봤다.
녹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처음엔 그냥 배경 소음 같은 것들이었다. 그런데 10분쯤 지나자 갑자기 사내 회의 소리가 섞여 들려오기 시작했다. 사람들 목소리가 들리는데, 내용은 분명 회사 내부 이야기 같았다. 다만 듣다 보니 평소 듣지 못했던, 어딘가 긴장감이 감도는 대화들이었다.
“이건 꼭 비밀로 해야 해. 절대 밖으로 새어나가면 안 돼.” 남자 목소리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 뒤로는 누군가 이름을 거론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조용히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하는데, 이게 아무래도 내부 고발자나 어떤 ‘불편한 진실’에 관한 얘기 같았다.
나는 심장이 쿵쾅거리면서도 계속 녹음 끝까지 들었다. 당시 자리를 비우느라 잠깐 맡겼던 프로젝트 문서에 관한 얘기도 나오고, 누군가를 감시하거나 통제하려 한다는 뉘앙스도 느껴졌다. 듣기 전엔 몰랐지만, 이 테이프는 분명 누군가가 은밀하게 숨겨 놓은 증거 자료인 것 같았다.
그때부터 회사가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평소 친하던 동료들의 대화가 떠오르고, 저 사람도 혹시 이런 일을 알고 있었나 하는 의심이 꼬리를 물었다. 테이프를 들은 뒤 며칠간은 누구와도 이야기하기가 꺼려졌다. 혹시 나도 감시당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다음 날 몰래 테이프를 살펴보고 있던 중, 갑자기 부서장님이 내 자리 근처를 스쳐 갔다. 순간 서랍을 닫았는데, 그 표정이 평소와 달랐다. 뭔가를 알고 있다는 듯한 눈빛이었달까. 그날 이후로는 회사 분위기가 조금씩 뒤숭숭해졌고, 나에게 쏟아지는 시선도 묘했다.
어느 날, 점심시간에 그 테이프를 모으러 온 직원이 있었다. 다짜고짜 내게 다가와 “그건 절대 건드리지 마”라고 경고하면서 재빨리 가져가 버렸다. 그때서야 알았다. 이건 단순한 녹음기 테이프가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과 회사의 비밀을 담고 있는 무거운 짐이라는 사실을.
그 일 이후로 회사 내에 뭔가 금기가 생긴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다시는 그 서랍을 열어보지 않았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만약 그 테이프가 없었다면 나는 뭘 모르고 무사했을까? 아니면 모르는 게 약이라는 말을 믿는 편이 나았던 걸까?
요즘도 가끔 그때 들었던 녹음기 소리가 머릿속에 맴돈다. 그리고 그 테이프를 누가, 왜 내 서랍에 숨겨 놓았는지 아직도 궁금하다. 회사라는 조직 안에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을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