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층이 바뀐 이유
엘리베이터 안에 혼자 있었는데, 분명히 누르지도 않은 층에서 멈췄다. 그날따라 굳이 8층 버튼만 눌렀는데, 도착하니 11층 불이 들어와 있는 거다. 당황해서 버튼을 확인해 보니 11층 버튼은 분명히 꺼져 있었고, 내가 누른 8층도 아직 불이 깜빡이고 있었다.
처음엔 고장인가 싶었다. 버튼이 먹통이거나 전기 이상인 줄 알고 다시 8층 버튼을 꾹 눌렀다. 엘리베이터가 다시 움직이는 동안에도 11층 불은 계속 켜져 있었다. 그리고 실제로 11층에서 멈췄다. 문이 열리자 아무도 없었고, 11층 복도도 텅 비어 있었다.
그때부터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왜 내가 누르지도 않은 층에서 엘리베이터가 멈춘 거지? 혹시 누군가 뒤에서 버튼 누른 건가 싶어서 주변을 둘러봤지만 그럴 리가 없었다. CCTV를 확인할 수 없으니 확신할 수 없는데도, 그 순간 그 불빛과 멈춤이 너무 이상하게 와닿았다.
그다음 날, 집에 돌아오자마자 엘리베이터 업체에 전화했다. 담당자는 "버튼 고장 신고는 없고, 내부 점검 때도 이상 없었다"고 말했다. 내가 겪은 상황을 설명하니까 잠깐 당황하는 듯하다가 "기계가 자동으로 층을 이동하는 경우는 없으니 내부 전기 문제보단 혹시 사용자가 착각한 건 아닌지 다시 한 번 살펴보라"고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다른 날에도 비슷한 경험이 한 번 더 있었다. 이번엔 분명히 3층 버튼만 눌렀는데, 어느새 5층 불이 켜지면서 엘리베이터가 멈췄다. 근데 5층은 내가 가려던 곳도 아니고, 거기에 누군가 있을 일도 없었다. 심지어 엘리베이터 내부 버튼도 3층 불만 깜빡이고 있어서 버튼 오류도 아니었다.
이쯤 되니 은근히 무서워졌다. 인터넷에 관련된 글을 찾아봤는데, 엘리베이터 혼자 움직임이나 버튼이 누르지 않았는데도 층이 바뀌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 간간히 있었다. 그 중 몇몇은 그 층에 과거에 사고가 있었던 곳라는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했다.
우리 아파트 11층과 5층을 다시 확인해보니, 예전에 각각 낡은 시설 사고가 있었던 층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 사고 이후로도 여러 가지 이상한 소문들이 돌았다. 엘리베이터가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그중 하나였다.
그 뒤로 나는 엘리베이터 탈 때마다 버튼을 여러 개 눌러서 안전하게 내가 원하는 층에 도착하는지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하지만 아직도 가끔은 자동으로 다른 층 불이 깜빡일 때가 있다. 그때마다 등골이 오싹해지고, 내가 혼자 있는 게 맞나 싶어서 주변을 뒤돌아보게 된다.
그날 이후, 내 머릿속에는 이런 생각이 자리 잡았다. 우리가 보는 현실과는 별개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여전히 그 공간에 머물고 있다는 것. 엘리베이터 버튼을 누르지도 않았는데 층이 바뀐 이유, 그건 어쩌면 누군가가, 혹은 무언가가 그곳에 머물러 나에게 존재를 알리고 싶어서였던 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