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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주차장 차량 사이에서 비친 얼굴

2026-05-05 20:29:19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지하주차장 한복판에서 나는 갑자기 멈춰 섰다. 차들 사이에 비친 내 얼굴이 아닌, 분명히 다른 누군가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 걸 봤기 때문이다. 처음엔 눈에 피로가 왔나 싶었다. 하지만 그 순간 거울처럼 빛나는 차량 창문에 분명히 내 얼굴과는 다른, 낯선 얼굴이 반짝였다.

일 끝나고 늦은 밤, 대리주차된 내 차를 찾으러 이 지하주차장에 들어온 건데, 이게 웬일인가 싶었다. 어두운 공간에 불빛도 희미한 데다, 주변에는 사람 한 명 없었다.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어 자칫하면 누군가 몰래 다가와도 모를 법한 분위기였다.

나는 조심스레 주위를 둘러봤다. ‘언제든 튀어나올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큰일이지’ 하는 생각에 차 문을 빨리 찾아가고 싶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 눈은 그 차들 유리창에 비친 얼굴에 계속 끌렸다. 분명 내 얼굴과 얼추 비슷하지만 뭔가 어딘가 이상한, 마치 누군가가 나를 흉내내는 듯한 모습이었다.

“설마... 내 눈이 이상한가?” 나는 자꾸만 얼굴을 찡그리고 또 보았다. 하지만 그 얼굴은 내 움직임에 맞춰 미묘하게 다르게 움직였다. 웃고 있는데 입꼬리가 조금 더 뒤틀려 있거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리거나. 이상한 감정이 점점 커졌다.

주변이 너무 조용한 탓인지 점점 불안감이 몰려왔다. 나는 무심코 휴대폰을 꺼내 차 키를 찾으려 했는데, 그 순간 그 얼굴도 동시에 내쪽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얼어서 한동안 움직이지 못했다. 분명 뭔가 다른 존재라는 느낌이 강렬했다.

내가 발걸음을 옮기자 그 얼굴도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게다가 그 모습은 차들 유리벽 너머에서 어둠 속에서 나를 계속 따라오는 것 같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얼른 고개를 돌려 다른 차 사이를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어느새 발밑에서 차문 닫히는 소리가 나면서 또 그 얼굴이 다시 나타났다.

그제야 공포가 현실로 다가왔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좁은 공간에서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급하게 차 문을 열고 탑승하려는데, 그 얼굴은 마치 거울 속에 갇힌 괴물처럼 내 시선을 놓지 않았다.

차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시동을 걸었다. 그리고 뒤돌아보니 그 얼굴은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그러나 나는 한참 동안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 지하주차장 구석에 남아있는 차들의 차가운 표면들이 마치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며칠 후, 그 지하주차장에 다시 가봤지만 그날 본 얼굴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누군가 장난을 친 걸까 싶기도 했고, 내가 피곤해서 착각한 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날 밤, 차량 사이로 비친 그 얼굴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지하주차장 차량 사이에서 비친 그 이상한 얼굴이 과연 누구였을까. 나는 그날 이후로도 가끔 주차장 근처를 지나칠 때면, 어딘가에서 나를 보고 있는 시선을 느낀다. 그리고 그 얼굴은 지금도 어디선가 누군가의 차량 유리 너머로 나를 지켜보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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