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 벌레가 나타나자 벌어진 상황
자취방에 벌레가 나타나자 난 잠시 굳어버렸다. 불 껐던 방 한구석에서 갑자기 작은 움직임이 느껴졌는데, 그게 벌레라는 게 딱 보여버린 순간 멘탈이 잠시 나갔다고 해야 하나. 뭔 벌레냐고? 글쎄,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작고 까만 놈이었다. 너무 갑작스러워서 옆에 있던 페트병을 던지기까지 했는데, 웃긴 건 그놈이 너무 빨라서 그냥 내 페트병만 굴러갔다.
평소 벌레는 무서워해도 쫓아내면 끝나니까 되도록 방에 안 들어오게 조심하는 편인데, 이게 웬걸? 요즘 날씨가 좀 풀려서 창문을 가끔 열어 놓은 게 화근이었다. 근데 방이 좀 지저분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로 벌레가 나타날 줄은 몰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방 청소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살면서 벌레랑 마주칠 때마다 엄청난 집중력을 발휘하는 편인데, 이번엔 좀 달랐다. 벌레가 벽 쪽으로 슬금슬금 돌아가는 동안 나는 이리저리 방을 뛰어다니며 불을 켰다 끄고, 책상 위를 정리하고, 심지어는 바닥에 있던 과자 부스러기도 쓸어 담았다. 한마디로 벌레랑의 전쟁이 시작된 거다.
처음에는 장난삼아 잡으려 했는데, 그 순간 벌레가 갑자기 벽 틈새로 사라졌다. 그 틈새는 평소에 청소도 안 하고 그냥 놔뒀던 곳이라, 하루아침에 '이것저것 청소 필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벌레가 그 틈새를 친구처럼 알고 있었던 것 같아서 기분이 괜히 씁쓸했다.
이제는 도저히 방치할 수 없어서, 인터넷에서 벌레 퇴치법을 찾아봤다. 여기가 그렇게 유명한 자취생들의 전쟁터라는 걸 새삼 느꼈다. 쓸데없이 화학제품 쓰기도 싫고, 자연 친화적인 방법으로 해결하고 싶었다. 그래서 식초 희석액을 뿌리고, 레몬껍질도 놓았다. 하지만 솔직히 벌레가 이거 보고 바로 도망가진 않았다.
그러던 중에 문득 깨달았다. 내가 벌레보다 더 무서운 존재라는 걸. 오히려 내 과한 반응과 혼자 난리 피우는 모습 때문에 더 웃긴 상황이 만들어졌다는 거다. 게다가 벌레가 사라진 그 틈새를 어떻게든 찾아내려고 벽 쪽을 뚫어낼 기세였으니까. 친구였으면 아마 “야, 좀 진정해”라고 했을 거다.
결국 그날 밤은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침대 머리맡에 소독제 두 통, 전기 모기채, 스프레이까지 풀세트로 배치하고 잠을 청했는데 눈을 감으면 벌레가 나오는 환상이 계속 떠올랐다. 결국 새벽까지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다. 이런 걸 자취방의 모험이라고 해야 할까.
그러다 다음 날 청소 도구를 사서 본격적으로 정리하기 시작했다. 청소기 돌리고, 바닥 닦고, 냉장고 안도 정리하고, 음식물 쓰레기도 바로바로 버리고. 그러고 나니 벌레 출현 빈도가 확실히 줄었다. 역시 청소가 답이었다. 이 참에 ‘자취생 청소 루틴’도 만들고, 앞으로는 벌레랑 전쟁 안 붙이기로 다짐했다.
물론 아직도 가끔씩은 작은 그림자가 눈에 띄긴 한다. 하지만 이제는 옛날처럼 벌벌 떨지 않고, ‘얘들아, 여기 내 공간인데 나랑 싸우지 말자!’ 싶은 마음으로 쿨하게 행동한다. 자취 생활의 작은 성장이라고 해야 하나, 조금씩 벌레도 친구가 되는 느낌이다.
결국 자취방에 벌레가 나타나자 벌어진 상황은 예상치 못한 자기 반성과 청소본능 발동, 그리고 조금은 어설픈 ‘벌레와의 공존 프로젝트’의 시작이었다. 이 정도면 나도 한 팀 선수 아닌가 싶다. 근데 벌레야, 다음에는 진짜 나랑 장난하지 마라, 진짜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