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 전기세 고지서 보고 멘붕 온 사연
자취방 전기세 고지서를 받고 나서 멘붕이 왔다. 평소에 전기세가 3만 원 초중반 정도 나오는 편이었는데, 이번 달 고지서는 무려 12만 원이 넘는 금액이 찍혀 있었다. 순간 눈을 의심했다. 내가 뭘 잘못 확인한 건가 싶어서 고지서를 몇 번이고 다시 봤다. 분명 내 이름과 집주소가 맞는데, 왜 이렇게 비싼 거야?
첫 번째로 떠오른 생각은 혹시 전기계량기 오작동 아닐까였다.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더니, "지난달까지는 아무 문제 없었는데 이번 달에 계량기 교체를 했대. 새 계량기 문제일 수도 있으니 확인해 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관리사무소에 연락해봤는데, "계량기 자체는 정상 작동 중"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 왜 이렇게 많이 나온 거야?
그다음으로는 내가 뭔가 평소와 다르게 전기를 엄청 쓴 게 아닐까 하고 집안을 둘러봤다. 에어컨 켜둔 적도 없고, 히터도 안 켰고, 전자레인지나 오븐 문제일까 싶어 사용 빈도를 점검해 보았다. 특별히 전기 많이 쓴 게 없는데도 너무 많이 나왔다. 도대체 무슨 마법을 부린 거냐 싶었다.
그때 떠오른 게, 혹시 나도 모르게 창문 틈새로 찬바람이 들어와서 히터를 엄청 세게 틀었나 싶었지만, 집이 워낙 작아서 그런 것도 아닌 것 같았다. 분명히 난 최소한의 전기만 쓰면서 살고 있는데 저 금액이 찍힌 걸 보니 기분이 묘했다. ‘이게 혹시 누군가 다른 사람이 내 계량기를 몰래 쓰는 게 아닌가’ 하는 소름 끼치는 아이디어도 스쳐 지나갔다.
그래서 계량기 앞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고, 매일 한 번씩 찍어서 기록을 시작했다. 그런데 며칠 지나서 깨달았다. 내가 밤에 컴퓨터 켜놓고 게임하고, 유튜브 보면서 무심코 켜둔 게 너무 많았던 것이다. 특히 조명이며 충전기며 플러그 꼽아놓고 안 뽑은 기기도 한둘이 아니었다.
그 전기세가 나온 달, 이상하게도 나는 집에서 거의 하루종일 있었다. 요즘 재택 근무라 집에만 있는데, 덕분에 전기 사용량이 평소보다 급증한 것이다. 아무리 아껴도 사람이 계속 있으면 전기 소모가 늘 수밖에 없다는 걸 이때 알았다. 그리고 나서 깨달은 점은, ‘전에 왜 더 낮게 나왔지?’였다. 그때는 밖에 자주 나가서 집 전기 많이 안 썼던 거다.
그래서 다시 한번 방 안을 꼼꼼히 점검하고, 불필요한 플러그를 다 뽑기 시작했다. 무슨 집 전체를 전선 다 뽑는 단체 작전 하듯이 움직인 거다. 그리고 전기 절약을 위해 노트북 밝기 최저로 줄이고, 중간중간 전기 끄는 습관도 들였다.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마음으로 꼼꼼하게 관리했지.
그 이후로 전기세가 다시 4만 원대로 내려왔다. 그래도 예전보다는 약간 높아서 아직 조심하는 중이다. 결국 전기세 폭탄의 진짜 원인은 내 게으름과 무심코 켜놓는 전기제품들이었다는 걸 몸소 경험했다. 그래서 요즘은 불 끄면 뒤돌아서 두 번 확인하고, 플러그 뽑을 땐 꼭 손가락 아플 정도로 힘을 준다.
며칠 전 고지서를 보다가 문득 든 생각은, “이게 다 내 서울살이 자취방의 서러운 전기세 전쟁이구나” 싶다는 거였다. 그리고 언젠가는 전기요금이 아닌 내가 멘탈 폭탄을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결국 자취생의 삶은 전기세와의 싸움이라는 걸 알게 된, 그렇게 또 한 번의 깨달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