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가족들과 한바탕 웃긴 에피소드
명절에 가족들과 한바탕 웃긴 에피소드가 있어서 지금도 생각하면 피식하게 된다. 작년 설날에 우리 집에 가족들이 다 모였는데, 갑자기 삼촌이 새로운 취미라며 카메라를 들고 나타났다. "이번 명절에는 내가 영상 감독이다!"라면서 마치 다큐멘터리 찍는 사람처럼 행동하길래 다들 반신반의했지.
그런데 첫 타깃은 다름 아닌 할머니였다. 할머니께서는 구수한 이야기 한두 마디 해주실 줄 알았는데, 삼촌이 갑자기 "할머니, 근데 할머니 젊었을 때는 완전 아이돌이셨다면서요?"라며 갑자기 아이돌 콘셉트로 인터뷰를 시작하는 거다. 할머니 표정이 순간 얼음처럼 굳었지만, 곧 이내 빵 터지면서 "아이돌은 무슨, 그땐 그냥 라디오 들으면서 춤추는 게 다였지" 하셨다.
그 상황에 우린 이미 웃음을 참기 힘들었는데, 문제는 삼촌이 찍는 영상을 너무 진지하게 편집하려고 하면서 시작됐다. 영상에 자막도 넣고, 배경음악도 넣는데 그 배경음악이라는 게 갑자기 90년대 아이돌 댄스곡이 나오는 거다. 그래서 뭔가 말도 안 되는 콩트가 완성됐다.
그리고 이어서 아빠가 갑자기 등장했다. 아빠는 늘 까부는 스타일인데, 삼촌 카메라 앞에서 "우리 집에서 제일 인기스타는 나야 나!"라며 즉석에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과거에 회사 행사에서 춤춘 얘기를 하면서 완전 진지한 얼굴로 공연을 하니까 전 가족이 박장대소했다.
이후 엄마는 엄마대로 자기 요리 비법을 모노로그처럼 이야기하는데, 그걸 또 삼촌이 슬로우모션으로 찍는다. 엄마가 수줍게 "이건 비밀인데 설탕을 좀 더 넣으면 더 맛있어"라고 말하는 장면에 삼촌은 갑자기 "비밀 폭로!" 자막을 넣어버려서 다 같이 웃음이 빵 터졌다.
그 와중에 조카가 뛰어다니면서 카메라를 들고 삼촌 몰래 자기 멋대로 찍기 시작했는데, 편집할 때 보니 조카 시점으로 담긴 영상엔 가족 구성원들이 다 이상한 표정으로 나왔다. 그 중 할아버지가 진짜 무표정으로 앉아 계신 모습이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결국 저녁 먹기 전에 완성된 ‘우리 집 명절 다큐멘터리’가 상영됐는데, 내용은 너무 웃겨서 먹던 밥을 목에 걸릴 뻔했다. 평소 진지한 분위기였던 명절이 한순간에 코미디쇼로 바뀐 거다. 할머니도 몇 번이나 화면을 보며 눈물 흘리면서 웃으셨다니 말 다 했다.
명절 끝나고 가족들끼리 모인 단톡방에도 그 영상이 돌았는데, 온갖 애교와 뜬금없는 자막 덕분에 피드백이 ㅋㅋㅋ 폭발적이었다. 삼촌은 덕분에 ‘가족 영상 감독’ 타이틀을 얻었고, 조카는 ‘전설의 카메라맨’으로 불리게 됐다.
내년 명절에도 또 이런 일 있을까 싶으면서도, 솔직히 우리 가족이 이렇게 빵 터지는 명절은 좀처럼 없을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이번 에피소드 덕분에 가족 모두가 조금 더 마음이 가까워졌고, 웃음이 최고 명절 선물임을 다시 깨닫는 계기가 됐다.
어쩌면 명절에 가장 필요한 건 복잡한 준비물이 아닌, 이렇게 소소한 순간들을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인지도 모르겠다. 다음 명절에는 또 어떤 웃음이 기다리고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