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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과의 첫 배달 시식에서 벌어진 일

2026-05-09 00:41:12 조회 4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연인과의 첫 배달 시식 날, 나는 그동안 쌓아온 긴장과 기대를 안고 있었다. "오늘은 꼭 맛있게 먹자!"라는 다짐과 함께 휴대폰을 들고 메뉴를 고르는 데만 20분은 걸린 것 같다. 서로 취향도 다르고, 이상하게 입맛도 잘 맞지 않아서 고민 끝에 겨우 한 군데로 결정했다.

배달 앱에서 봤을 때는 무난해 보이던 그 치킨집, 평점도 괜찮고 메뉴도 나름 신중하게 선택했다. "순살 양념치킨에 콜라 한 병, 그리고 감자튀김도 추가!" 주문을 완료하자마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왕이면 첫 시식이니까 분위기도 내야 한다며 작은 테이블 위에 간단하게 촛불도 켰다.

잠시 후, 딸깍 소리와 함께 문 앞에서 배달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설레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는데, 뭔가 이상했다.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싶을 만큼 상자 안이 꽉 차 있지 않았다. 치킨이 생각보다 너무 적었다. 한입 베어물기 전부터 걱정이 밀려왔다.

두 사람 다 조심스레 치킨 박스를 열었는데, 양념소스가 생각보다 너무 묽고 맛이 왜 이렇게 싱거운지 의문이었다. "이거 진짜 맛있는 거 맞아?"라고 묻는 내 질문에 연인은 희미하게 웃으며 "뭐, 첫 배달이니까 그럴 수도 있지"라며 분위기를 살리려 노력했다.

하지만 우리 둘 다 점점 더 먹으면서 표정이 굳어갔다. 치킨 겉은 바삭함을 기대했는데 눅눅했고, 감자튀김 역시 식은 느낌이 강했다. '이게 오늘의 첫 시식이라니...'라는 생각에 슬며시 속상함이 올라왔다. 그래도 기분을 살리려고 서로 먼저 맛있다며 맞장구를 치려 했던 게 더 웃기기도 했다.

연인이 조심스럽게 한마디 했다. "그래도 이렇게 같이 먹으니까 재미있다?" 그 말에 웃음이 나왔다. 나도 맞장구치며 "응, 다음에는 직접 가서 먹어보자"고 했다. 결국 맛은 별로였지만, 서로가 함께하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서야 우리는 눈치를 챘다. 배달원이 배달 주소를 잘못 보고 우리 집 옆집에 치킨을 두고 갔던 거였다. 결국 진짜 내가 시킨 치킨은 늦게 도착했고, 두 번째 시식이 추가되었다는 후문이다.

이런 에피소드 덕분에 이후로도 우리 사이에선 '첫 배달 시식'이란 말만 나오면 피식 웃음이 터진다. 맛은 별로였지만, 어쩌면 그 실패 덕분에 더 단단해진 관계가 아닐까 싶다. 연인과 함께하는 배달 음식의 맛은 결국 결과보다 과정에 있는 것 같다.

어쩌면 또 다른 배달을 시켜야 할 이유가 생긴 거지 뭐. 다음에는 어떤 맛있는 실패가 우리를 기다릴지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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