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첫 캠핑 가서 배달로 때운 날
연인과 첫 캠핑 가서 배달로 때운 날, 그날 아침부터 기분이 묘했다. 둘 다 캠핑 초짜라서 텐트 이거 어떻게 치나, 뭐 챙겨야 하나 하면서 한참 인터넷 뒤적였는데, 막상 현장에 도착하니 바람이 심상치 않았다. 텐트는 폈다 하면 뒤집힐 듯하고, 주변 사람들은 이미 캠핑 노하우 장착한 프로들처럼 여기저기 능숙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우리도 좀 꼼꼼히 준비한 줄 알았는데, 텐트 팩을 제대로 박는 법부터 자꾸 실수해서 서로 얼굴만 쳐다봤다. 연인이 갑자기 "이거 우리가 생각했던 캠핑 장난 아니네?" 하고 웃자 나도 웃으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그래도 이런 초짜 시절이 나중에 추억이 되겠지, 라는 생각에 조금은 위안 삼았다.
하지만 문제는 배고픔이었다. 텐트 치고 나서 뭔가 제대로 먹을 만한 걸 준비했다고 했는데, 다들 먹는 모습 보니 캠핑 요리의 세계가 상상 이상이었다. 숯불에 고기 굽는 냄새가 코를 때리고, 주변은 고소한 김치찌개 냄새도 진동했다. 우리 텐트 주변 친구들은 다들 캠핑 요리 베테랑들이었다.
우리는 결국 캠핑 요리는 포기하고 핸드폰으로 배달 메뉴를 찾기 시작했다. 주위에 도와줄 사람은 없고, 인터넷도 간간히 끊기고, 배달이 가능할까 불안했지만 '고기 못 먹어도 배달은 가능하지!'라는 믿음 하나로 주문 버튼을 눌렀다.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주변 풍경이나 사진 찍으면서 시간을 떼웠다.
시간이 지날수록 캠핑 분위기랑은 점점 멀어지는 우리 모습이 참 웃겼다. 배달 음식 기다리다가 텐트에 앉아 힐링하려던 계획이 완전 흔들렸다. 그때 문득, 연인이 내게 "우리 이 맛에 캠핑하는 사람들 아니라 우리만의 추억 만드는 거야"라고 말해줘서 씁쓸하면서도 기분이 묘하게 좋아졌다.
배달 음식이 도착했을 때, 빗방울이 떨어졌다. 비 때문에 캠핑장 여기저기 텐트 안으로 들어오는 물방울 소리가 들렸고,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음식을 꺼냈다. 사먹는 음식이라서 그런지 모닥불 같은 건 없었지만, 따뜻한 치킨과 피자의 향기는 우리만의 캠핑장에서 최고의 밥상이 됐다.
식사하면서도 계속 텐트 구조가 허술하다는 걸 느꼈다. 바람이 불 때마다 텐트가 흔들리고, 가끔은 무슨 벌레인지 분명 작은 게 지나가는 소리도 들렸다. 그런데 그런 소리마저도 처음 겪는 바이브가 되어갔다. 연인과 마주 앉아 배달 음식을 나눠 먹으며 서로 웃음 짓는 모습이 그 어느 때보다도 따뜻했다.
캠핑을 제대로 즐기고 싶었는데, 어쩌다 배달음식으로 때운 날이 됐지만 그 순간만큼은 우리 둘이서 조용히 만들어가는 작은 추억이었다. 집에서 언제든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그 상황과 그 공간에서 먹으니 특별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준비해서 진짜 캠핑 요리에 도전하자고 다짐했다.
떠들썩한 캠핑장의 소음과 달리 우리만의 작은 세계에서 배달음식으로 밥을 먹으며 즐거웠던 그날 밤, 문득 생각했다. 이렇게 투박하게 시작하는 게 진짜 연애인가 보다. 완벽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히 좋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