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임 중 어색한 침묵을 깨뜨린 사건
가족 모임 중 어색한 침묵을 깨뜨린 사건은 생각보다 별것 아니었는데, 그날 분위기는 거의 얼음장 같았다. 명절도 아니고 특별한 기념일도 아닌, 그저 오랜만에 모인 가족이라 딱히 다들 할 말도 없고 서로 눈치 보는 그런 분위기였달까.
식탁 위에 놓인 반찬들은 하나같이 평범했는데, 이상하게도 말수가 줄어들면서 대화가 끊긴 그 순간부터는 반찬 맛도 시들해 보였다. 모두가 핸드폰만 쳐다보며 그 어색함을 어떻게든 견뎌내려 애쓰는 게 눈에 보였다.
그때 갑자기 우리 막내 사촌동생이 조용히 손을 들었다.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순간이라 다들 궁금한 표정으로 쳐다봤는데, 그 친구가 크게 한마디 던졌다. "우리 집 강아지가 오늘 저녁에 똥을 거꾸로 쌌어."
순간 모두가 멈칫했는데, 그 말이 얼마나 이상하면서도 웃긴지 한참 동안 가만히 있다가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씩 웃음을 참지 못하고 결국에는 모두가 크게 웃으며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그 웃음 덕분에 어색했던 침묵이 완전히 깨졌고, 갑자기 이야기가 빙 돌면서 강아지 얘기부터 시작해 동물들의 이상한 행동들, 심지어 우리 가족 각자의 웃긴 일화들이 막 쏟아져 나왔다. 마치 얼음이 녹듯 대화의 물꼬가 텄던 거다.
그날 이후로는 모임 때마다 이 사건이 빠지지 않고 회자됐다. “똥을 거꾸로 쌌다”는 말 한마디가 예기치 못한 웃음을 가져오고, 누가봐도 어색할 뻔한 분위기를 한순간에 즐거움으로 바꿔버린 거니까.
돌아보면 우리 가족은 평소에 표현이 서툴고 겉으로는 딱딱한 편이다. 그래서 이런 소소하고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가 아니면 서로의 진짜 마음이나 이야기들이 잘 안 나오거든. 그런 점에서 그 사소한 사건이 아니었다면 오늘도 그냥 조용한 저녁이었을지도 모른다.
가끔은 별것 아닌 이야기 하나가 얼마나 큰 차이를 만드는지 새삼 느꼈다. 말 한마디, 웃음 하나에 그날 밤 가족 간의 거리감이 확 줄어든 걸 보면 말이다.
그래도 “강아지가 똥을 거꾸로 쌌다”는 그 한마디는 앞으로도 우리 가족 모임에서 웃음 폭탄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할 거 같다. 어쩌면 이게 가족만의 특별한 유대감 같은 걸지도 모르겠고.
요즘 생각해보면, 그 어색한 침묵도 나름 의미 있었던 거 아닐까 싶다. 침묵이 있어서 웃음이 더 빛났고, 그 웃음 덕분에 다시 대화가 흘러갔으니까. 아, 가족 모임이니까 가능한 일이겠지. 그날 이후로도 가끔 그 이야기를 꺼내면서 피식 웃음이 터진다. 역시 가족이란 참 묘한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