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데이트 때 배달 음식 시켰다가 난리 난 일
첫 데이트 날, 마침 비도 오고 해서 분위기 좀 잡자고 집에서 배달 음식 시키기로 했다. 뭐, 어디 가서 눈치 보이는 것도 싫고 편하게 이야기 나누면서 먹으면 딱이지 싶었거든. 긴장도 되고 해서 피자나 치킨 같은 흔한 메뉴는 피하고, 그래도 무난하면서도 특별해 보이는 곳으로 골랐다.
배달 도착 시간 맞춰서 깔끔하게 테이블 세팅하고, 와인잔까지 꺼냈다. 여기까지는 진짜 완벽했음. 근데 문제는 음식이 도착하자마자 터졌다. 배달 기사님이 주방 앞에서 뭔가 실수한 건지, 음식 한 상자가 완전 뒤집혀서 온 거다. 소스가 여기저기 튀고, 피자 토핑은 다 굴러다니고, 심지어 스파게티 면발이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다.
처음엔 당황해서 ‘어, 이거 어떻게 먹지?’ 했는데, 데이트 상대가 갑자기 피식 웃더니 “이게 진짜 첫 데이트라서 긴장해서 그런 거 아니냐”는 거다.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지만, 분위기 깨지지 않게 얼른 닦고 다시 세팅했다. 그래도 마음 한구석엔 ‘이걸 어떻게 수습하지’라는 걱정이 가득했다.
음식이 워낙 엉망이라서 서로 먹기도 좀 불편했는데, 이상하게 그 상황이 더 웃기고 기억에 남았다. 같이 물티슈 들고 식탁 닦는 모습이 어색하면서도 묘하게 친근했달까. 상대방도 “우리 이 상황은 나중에 웃으며 얘기할 수 있을 거야”라며 분위기를 풀어줬다.
그리고 배달 앱을 통해 항의는 했는데, 음식값 환불은커녕 서비스 센터 직원은 다짜고짜 "배달원이 조심했어야지요" 하는 거다. 그래서 내가 “첫 데이트라서 더 신경 썼으면 좋겠다고 했더니 오히려 웃음만 나왔다”고 하니까 상대가 또 빵 터졌다. 자신도 어이없다는 표정이었고.
그 뒤로 두 번째 주문은 그냥 가까운 치킨집에서 시켰다. 배달 음식이 이렇게 중요한 자리에서 날 배신할 줄은 몰랐는데, 어찌 보면 그 덕분에 더 대화도 잘 되고 분위기도 부드러워졌다. 서로 ‘완벽한 첫 데이트’보다 웃음 많은 첫 데이트가 낫다는 걸 깨달은 거랄까.
그리고 집앞에서 잠깐 우산 나눠 쓰고 걸어서 버스 정류장까지 가던 길에 상대가 슬쩍 말했다. “다음에는 직접 요리해 줄게, 배달 음식은 이제 사양할래”라면서 살짝 꼬집는 표정으로. 그 말 듣고 나도 생각보다 첫 데이트가 훨씬 진짜 같아서 마음이 놓였다.
한참 웃으면서 헤어지고 나서 집에 와서 씻는데, 문득 깨달았다. ‘배달 음식 시킨 첫 데이트가 이렇게까지 난리 날 줄 누가 알았겠나?’ 싶어서 혼자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인생이란 참, 예상치 못한 소소한 사건들이 모여서 추억이 되는 거구나 싶었다.
결론은, 때론 플랜 B가 더 재미있는 첫 데이트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 다음엔 진짜 요리하는 걸로. 그럼 이번엔 음식이 엉망이 돼도 웃으며 넘길 준비는 됐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