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친척들의 말투 때문에 피곤했던 하루
명절에 친척들의 말투 때문에 피곤했던 하루가 딱 그랬다. 아침부터 친척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하더니 집안이 점점 시끄러워졌다. 인사도 잠시, 바로 말투 전쟁이 시작된 거다.
처음에는 그냥 평범한 대화인 줄 알았다. “요즘 어때?”, “일은 잘 돼?” 같은 흔한 질문들. 그런데 문제는 그 말투였다. 꼭 뭔가 숨은 뜻이 담긴 듯한, 살짝 비꼬는 목소리와 눈치를 보는 말투가 계속 이어진다. “아, 너 그랬구나~”라며 억지로 친근한 척 하는데 그게 어쩐지 불편하게 느껴졌다.
특히 이모랑 고모가 대화를 나누는 걸 들었는데, “요즘 들어서 좀 더 성실해진 것 같다~” 라는 한마디가 사실은 “그동안 좀 게을렀잖아”라는 뜻이었다는 걸 바로 알아버렸다. 이런 숨은 의미가 오가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쫙 눌리는 느낌이다.
게다가 친척분들마다 표준어와 사투리가 뒤섞여서 더 귀를 피곤하게 만들었다. 한참 얘기하다가도 갑자기 “이게 말이여?” 하는 사투리 섞인 말투가 튀어나올 때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고 그랬다. 말투 하나하나가 마치 관중석에서 쪽집게처럼 내 속마음을 건드리는 느낌이었다.
명절 음식 준비하느라 주방에서 정신 없는데, 친척분들마다 “요즘 젊은 애들이 뭘 좀 알아야지” “이제 철 좀 들어야 할 텐데” 하는 말투로 꼬치꼬치 따지는 걸 들으니 마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그냥 친근하게 물어보면 좋을 텐데, 그게 아닌 걸 보니까 친척들의 말투가 얼마나 사람을 피곤하게 만드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게다가 형수님이 왜 그렇게 친구들 이야기, 결혼 이야기만 하시는지... “너희 요즘 연애는 좀 하니?”, “결혼은 언제 할 거야?”라는 말투가 계속 반복되니 차라리 귀를 막고 싶었다. 그때마다 “있는데요...” 하고 넘기면 끝인데, 그 미묘한 말투 때문에 뭔가 자꾸 마음에 걸리고 스트레스만 쌓였다.
아이들한테도 말투 때문에 한소리 듣곤 하는데, ‘애들이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 아니냐’는 투로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조용히 속앓이 했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천진난만한데 어른들 말투가 그렇게 무심하게 내리꽂이면 아이들도 얼마나 힘들까 생각했다.
한참 저녁 먹을 때쯤 되니 몸도 마음도 완전히 녹초가 됐다. 아무래도 명절은 좋은 시간인 동시에 말투가 전하는 미묘한 감정들 때문에 이렇게 피곤할 수밖에 없구나 싶었다. 결국 하루가 끝날 때쯤엔 “내년 명절은 어떻게 버티지...” 하는 생각만 머릿속을 맴돌았다.
그래도 문득, 친척들이 그 나름대로 다르게 표현하는 말투 뒤에 숨겨진 따뜻함이 있겠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서로 서툰 말투로 마음을 전하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결국 명절의 한 부분 아닐까 싶다. 그래서 피곤하지만, 또 그만큼 웃을 수 있었던 하루였다.
이제는 그 말투들을 조금씩 이해하려고 노력해 보려고 한다. 그래도 가끔은 피식 웃으면서 “아 오늘도 명절 말투 작렬!” 하고 넘기는 게 정신건강에 좋겠다는 교훈도 얻었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 명절까지는 또 멀었으니 잠시 숨 좀 돌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