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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모임 날, 내가 준비한 거랑 똑같이 가져옴

2026-06-18 15:41:13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가족 모임 날 아침이었어요. 다들 “뭐 먹을지”를 입에 달고 사는 집이라, 저는 이번엔 제가 준비한 걸로 깔끔하게 끝내겠다는 마음이었죠. 전날부터 장 봐서 냉장고에 넣어두고, 소스도 미리 맞춰두고, 심지어 그릇도 “이걸로만 내면 된다” 싶게 세팅까지 해뒀습니다. 제가 보기엔 완벽한 계획인데, 문제는 우리 집은 계획을 세우면 그 계획을 누군가가 꼭 밟고 지나간다는 전통이 있다는 거예요.

저는 거실 한가운데에다가 준비물들을 쭉 늘어놓고, “오늘은 제가 다 합니다”라고 선언했어요. 엄마는 냉장고 문을 열다 말고 저한테 물어보더라고요. “너 그거 진짜 니가 한 거 맞지? 맛 보정 좀 해야 하지 않니?” 이런 말 하는 건 늘 똑같았지만, 저는 자신 있게 “아니요, 원래 이 맛이에요” 하고 웃어넘겼죠. 아빠는 “오케이, 그럼 너는 우리한테 수저만 주면 돼” 같은 표정이었고요.

문제는 삼촌이 오기 시작하면서 생겼어요. 삼촌이 오면 항상 뭔가를 들고 오는데, 그게 보통은 “내가 한 건 아니고 동네에서 사 왔다”는 타입이거든요. 그런데 이날은 삼촌이 등장하자마자 손에 들고 온 게 딱 제 그날 메뉴였어요. 제가 만든 거랑 똑같이 생긴, 제가 전날부터 생각해 둔 그 구성. 저는 순간 멈칫했죠. “어, 삼촌… 그거 어디서 샀어요?”라고 물었더니, 삼촌이 되게 자연스럽게 말하는 겁니다. “아니야, 그냥 가족 모임 날이니까. 너도 준비했잖아?”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머릿속이 새하얘졌어요. 저는 “가족 모임 날”이라고 해서 눈치 챈 사람도 없고, 저희 집은 제가 뭘 준비하는지 다들 모르게 숨겨놨거든요. 그런데 삼촌은 그걸 “나도 하니까 너도 하겠지” 같은 태도로 말하고 있었어요. 저는 속으로만 계산을 돌렸습니다. 혹시 내가 말한 적 있나? 아니, 어젯밤엔 아무도 안 깨어 있었고… 그러다 문득 제가 전날 쇼핑하면서 동생한테 “이거 이따 쓸 거야”라고 카톡 보낸 걸 떠올렸어요.

아니나 다를까, 동생이 그 순간 전화가 오더라고요. 동생이랑 통화하는 걸 제가 옆에서 다 들었는데, 동생이 삼촌한테 “형이랑 똑같이 준비해도 되지?”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삼촌은 “당연하지, 가족인데 뭐”라고 답하고요. 여기서부터 제 멘탈이 조금씩 무너졌습니다. 제 계획은 “남들이 모르면 내 계획대로 진행”이었는데, 가족은 그걸 “남들이 모르면 나도 비슷한 걸 가져가서 맞춰주겠다”로 해석하더라고요.

그래도 제가 대단한 사람은 아니니까, 그냥 넘어갈 수는 없죠. 저는 “아니, 그거는 내가 어제부터 준비한 거라…”라고 말하려다가, 엄마가 제 손을 툭 치면서 분위기를 잡았어요. 엄마가 늘 그렇듯 “야, 둘 다 맛있으면 됐지”라고 하시는데, 그 말이 너무 정답이라서 제가 더 이상 뭘 못 하겠더라고요. 결국 상 차림은 두 가지 버전으로 나뉘었어요. 하나는 제가 만든 거, 하나는 삼촌이 가져온 거. 둘이 놓이니 똑같아서 더 웃겼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심리전을 시작했어요. “맛이 다를 거야”라고 확신하면서도 한 입만 대충 맛보면 들통 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일부러 제가 만든 쪽을 먼저 젓가락으로 집어 들고, 접시를 테이블에서 각도만 조금 바꿔서 “이쪽이 더 손이 가네” 같은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옆에서 아빠가 “어, 이게 더 맛있다”라고 말하는 순간, 삼촌이 갑자기 한마디 하더라고요. “나도 같은 레시피로 했지. 근데 너는 간이 더 세네?”

그 말에 사람들이 다 웃었어요. 사실 웃길 수밖에 없죠. 레시피가 같다는 건 결국 누군가의 정보가 한 번이라도 새어 나갔다는 뜻인데, 그걸 “네 간이 세네”로 농담을 던지면 분위기는 다시 평온해지거든요. 저는 속으로 “내가 세게 한 게 아니라 정확한 거다”라고 변명하고 싶었지만, 엄마가 “둘 다 먹어, 엄마가 골라줄게” 하면서 상황을 정리해버렸습니다. 다행히도 진짜로 둘 다 맛이 있어서, 결국 사람들은 “누가 더 낫다”를 따지기보다 서로 조금씩 나눠 먹었어요.

그날 결론은 이거였어요. 제가 준비한 걸 누가 베끼는 게 아니라, 가족은 제가 준비한 걸 보고 “아, 그럼 나도 같은 걸 가져오면 가족답다”라는 이상한 방식으로 단체로 응원한다는 거. 집에 오면서 제가 제일 먼저 한 건 냉장고를 다시 정리하는 게 아니라, 동생한테 “그거 카톡 보낸 거 취소가 가능하냐”라고 확인하는 거였습니다. 동생은 “형, 취소는 안 되지… 대신 다음엔 내가 더 잘 준비할게”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 듣고 알았죠. 다음 가족 모임 날에도 아마 또 제 메뉴가… 아니, 제 메뉴를 참고한 누군가의 메뉴가 등장하겠구나, 하고요. 가족이란 게 원래 이렇게 ‘같이’ 가는 거잖아요. 근데 제발 ‘완전히 똑같이’는 말아줬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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