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하면서 배달 음식 메뉴 선택에 고민한 썰
어느 날 저녁, 여자친구랑 배달 음식 시키던 중이었다. 배달 메뉴 선택 자체가 갑자기 엄청난 난관으로 다가왔다. "뭐 먹을래?"라는 간단한 질문에, 우리는 왜 이리 고민이 많아지는 걸까. 배달앱을 켜고 한참을 스크롤해도 답이 안 나오고, 둘 다 매운 거 좋아하지만 매번 매운맛 경쟁은 지치고, 그렇다고 너무 느끼한 건 싫고, 딱 중간쯤 되는 메뉴를 찾으려니 이게 쉽지 않았다.
처음엔 서로 취향을 존중해서 한 명씩 메뉴 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내가 한 번, 여자친구가 한 번. 근데 나랑 그녀 취향 차이가 좀 있어서, 내가 정하면 그녀가 별로고, 그녀가 정하면 내가 살짝 불만이었다. 결국 서로 조금씩 양보하는 척 하면서 내 마음속엔 '아, 이거 더 맛없으면 불평할 거야'라는 생각이 자리 잡았다.
그래서 둘 다 신중해졌다. 이번에는 공통분모를 찾으려고 했는데, 이게 또 문제였다. 나는 분식류, 그녀는 한식 쪽을 선호했는데, 둘 다 좋아할 만한 메뉴가 딱히 없었다. 결국 떡볶이+김밥 세트 앞에서 한참 고민했는데, 그녀가 말하길 "떡볶이 국물이 너무 매운가 봐, 매운 맛 중간으로 시키자"라고 제안했다. 매운맛 조절도 선택의 변수였다. 매운 정도 선택이 배달 메뉴 고민 스케일을 더 크게 만든다니.
그 와중에 메뉴별 리뷰도 구경하다가, 생각보다 리뷰가 극과 극이라 또 머리가 아파졌다. "이 집 떡볶이 너무 짜고, 또 어떤 집은 너무 맵다" 이런 얘기들 보고 있자니 메뉴 결정이 도박 같았다. 그래서 그냥 "괜찮다"고 하는 집 중 가장 가격 적당한 데 골라볼까 했는데도 고민은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심지어 배달비 문제도 걸림돌이었다. 인기 많이 끄는 음식일수록 배달비가 더 붙고, 배달비 아끼고자 하면 메뉴 선택지가 좁아졌다. "배달비 없애려면 이 집에서 시켜야 하는데, 이 집 메뉴가 좀 별로야" 라는 딜레마에 빠졌다. 결국 앱에서 배달비 할인 쿠폰 찾아 헤매는 데에만 한참 시간을 썼다.
그렇다고 시간 너무 끌면 둘 다 배고파서 짜증만 나는데, 이게 또 참 묘하다. 배고플수록 메뉴 선택이 힘들어지는 법. 배고프니까 빨리 정해야 하는데, 빨리 못 정하니까 더 배고프고, 결국 짜증 폭발 직전이었다. 그녀가 "그냥 피자 시키자" 한마디 했을 때, 솔직히 나도 그 말에 반가웠다.
결국 피자를 시켰다. 메뉴 수십 개에서 결국 피자. 모두가 좋아하는 무난한 선택. 그런데 피자도 종류가 수십 가지라 또 고민해야 했다는 게 함정. 페페로니? 고르곤졸라? 그냥 무난한 치즈? 아니, 치즈는 너무 느끼해. 그래서 결국 중간에 절충으로 불고기와 치즈 반반 피자를 골랐다. 배송 오는 동안 우리 둘 다 '이 정도면 됐다' 하고 안도했다.
음식이 도착하고 나서야 알았다. 이 메뉴 고민이라는 게 결국 서로 타협하고 양보하는 과정이었다는 걸. 그리고 그 과정에서 우리가 얼마나 서로를 생각하는지 조금씩 느낄 수 있었다. 배달음식 메뉴 고민은 단순한 음식 선택 그 이상이었다는 말이다.
그날 이후로도 메뉴 고르는 건 늘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그날 저녁의 그 답답한 고민과 배고픔에 맞서 함께 웃었던 기억은 지금도 가끔 떠오른다. 음식 메뉴 고민하다가 연애 스킬이 늘어가는 걸 느낀다는 게 참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
언젠가 우리 둘 다 메뉴 고민 없이 척척 메뉴를 골라내는 날이 오길 바라면서도, 그 귀찮음과 고민이 또 없으면 살짝 서운할 것 같다는 이상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배달음식 메뉴 선택에 고심하는 밤, 피식 웃으며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