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 인터넷 끊겼을 때 생긴 황당 사건
인터넷이 멈췄다. 자취방에서 혼자 밥 먹다가 갑자기 유튜브 영상이 멈추더니, 티비인터넷까지 먹통이 된 걸 확인했다. 와... 이거 진짜 최악이다 싶었다. 요즘 세상에 인터넷 없는 자취방이라니, 생각만 해도 아득했다. 업무도 있고, 영화도 봐야 하는데 어떻게 하라고. 일단 인터넷 공유기부터 봤다. 전원은 제대로 꽂혀 있고, 다시 껐다 켰다 해봤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고장인가 싶어 인터넷 회사 고객센터에 전화하려 했는데, 그 순간 전화기도 와이파이 기반이라 인터넷 없으면 전화도 못 받는다는 현실에 멘붕 왔다. 그렇다. 인터넷 없으면 집에 아무것도 안 된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창밖에는 햇살 좋은 오후였는데, 내 자취방만 갑자기 90년대로 돌아간 느낌? 정말 영화 ‘인터넷 없는 세상’의 주인공 된 기분이었다.
고민 끝에 스마트폰 4G 데이터를 열심히 풀가동하며 상황 파악에 나섰다. 인터넷 업체 홈페이지에는 "지역 장애 발생 중"이라는 안내문이 떠 있었다. 내 동네 전체가 현재 인터넷 불통인 거였다. 완전히 외로워진 느낌. 그래서 일단 뭐라도 하자 싶어 모니터를 끄고 책상 위에 앉았다. 인터넷 없으면 할 게 없잖아.
그때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가 하나 있었다. "아, 이참에 책 좀 읽어볼까?" 근데 내 자취방 책장은 거의 게임 잡지, 망한 만화책, 그리고 5년 이상 읽지 않은 요리책 뿐이었다. 결국 책도 별 도움이 안 됐다. 눈에 띄는 건 컵라면과 라면 스프밖에 없던 그때, 냉장고에서 뒤진 참치캔 하나 꺼내 왔다. 야밤에 인터넷 없이 무슨 참치캔 도시락을 먹고 있는 거냐고. 스스로 황당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일이 벌어졌다. 이웃집에서 갑자기 노크 소리가 들린 거다. "저기 혹시 인터넷 안 되세요?" 하면서 내 옆집 청년이 나타났다. 그도 인터넷 먹통에 갇힌 상태였다며, 같이 라면 끓여 먹자고 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인터넷 없는 자취방에서 라면 파티가 시작됐다. 인터넷 없던 날, 가까운 이웃과 처음으로 직접 대화하며 먹는 라면은 뭔가 신기했다.
라면 냄비를 앞에 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중에, 둘 다 인터넷 없을 때 뭘 하냐고 농담 삼아 물어봤다. 답은 역시 모두 비슷했다. "그냥 침대에 누워서 멍 때리고, 핸드폰 화면만 멍하니 보다가 잠든다"는 거. 웃림과 동시에 그동안 얼마나 인터넷에 의지해 살았는지를 깨달았다. 그리고 이런 때 아니면 이웃과 직접 만나기 힘들다는 것도.
결국 인터넷이 복구된 시간은 자정을 넘겨서였다. 부팅 소리가 들리자마자 각자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드디어 인터넷 살았다!"를 외쳤다. 하지만 인터넷 복구 첫 번째 영상은 이상하게도, ‘인터넷 끊겼을 때 생긴 황당 사건 TOP 10’ 이런 제목의 영상이었다. 웃음이 절로 터졌다. 진짜 내 삶이랑 너무 닮았더라고.
그날 이후로 자취방에 대한 인식이 조금 바뀌었다. 인터넷이 안 되는 날도, 어쩌면 좋은 추억이 될 수 있구나. 물론 인터넷 없으면 불편한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뜻하지 않은 경험도 할 수 있다
다음 날 출근하자마자 후배에게 물었다. “야, 너 인터넷 안 될 때 뭐함?”
후배 대답이 기가 막혔다. “그냥 자기요.”
이게 바로 인터넷 없는 자취방에서 생긴 나의 황당한 사건의 결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