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음식 시켰는데 냉장고에서 사라진 내 치킨 행방
배달 온 치킨이 냉장고에 있는데, 이상하게 내 치킨이 사라졌다. 정확하게 말하면, 분명히 내가 시킨 치킨이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냉장고에 있던 치킨이 내 손에서 사라진 거다. 근데 나 혼자 산 것도 아니고, 같이 사는 사람이 딱히 없으니까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처음에는 내 기억이 잘못된 줄 알았다. '아, 내가 아까 배달 받고 바로 먹었나?' 하면서 머리를 쥐어뜯었는데, 아니었다. 배달 오자마자 포장 뜯었는데 한 입도 안 먹고 냉장고에 넣은 게 분명했다. 근데 냉장고에서 치킨이 어떻게 감쪽같이 사라질 수가 있지?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치킨이 없다. 대신에 낯익은 '비밀의 양념통'과 누가 먹다 남긴 떡볶이만 덩그러니 있었다. 난 잠시 멈칫했다. ‘이건 분명 누가 내 치킨을 훔쳐간 거야’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렇다고 집에 사람이 없는 건 아닌데, 내가 외출할 때부터 집에 있던 고양이가 있긴 했다. 고양이? 냉장고 뚜껑을 어떻게 열겠어. 도둑 고양이도 아니고 진짜... 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인가. 혹시나 너무 배고파서 내가 무의식중에 먹은 건 아닐까 싶어서 휴대폰 카메라를 냉장고 앞에 설치하려고 했던 참이었다.
그때 문득 떠오른 게 있었다. 바로 내 룸메이트. 평소에 자기 입이 싸다고 놀리긴 했는데, 배달 음식에 관해서는 좀 무심한 편이었다. 그런데 그날은 이상하게도 얼굴에 찢어진 듯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살짝 의심이 가서 “야, 너 치킨 냉장고에 뒀잖아?”라고 물었더니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응? 치킨? 몰랐어. 내가 본 거라고는 치즈스틱밖에 없는데?”라고 답했다. 나는 순간 ‘그럼 치킨은 어디 갔냐고!’ 싶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냉장고를 뒤졌더니, 뭐야, 치킨은 냉장고가 아니라 전자레인지 안에 있었다.
전자레인지 문을 열자, 뜨끈뜨끈한 치킨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알고 보니 룸메이트가 배고파서 몰래 치킨을 데워놓고 있었던 거였다. 근데 왜 냉장고에 있다고 했지? 물어봤더니 “냉장고 문 열기 귀찮아서 그냥 전자레인지 문에 넣어뒀다”면서 머쓱해하는 모습이 웃겼다.
그렇게 나의 사라진 치킨 행방은 전자레인지 안에 있었다는 간단한 사실로 끝났다. 나는 치킨을 꺼내서 조금은 씁쓸하게, 또 조금은 웃음이 나는 마음으로 혼자 치킨을 뜯었다. 가끔 이런 예상치 못한 소동도 살다 보면 재미있긴 하나 보다 싶었다.
아무튼 다음엔 치킨은 배달 오자마자 바로 앞자리에서 먹는 걸로... 아니면 냉장고 안이 아니라 확실히 내가 들고 도망치던가 해야겠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중에 전자레인지 열 때마다 치킨 향이 솔솔 퍼졌던 이유가 다 그거였구나 싶다.
역시 치킨은 너무 멀리 두면 안 된다. 특히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사이처럼 애매한 공간에 두면 출몰하는 '치킨 도둑'이 생기는 법이다. 누가 뭐래도 내 치킨은 내 치킨! 다음부터는 철통 보안(?)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