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거래에서 만난 아저씨가 준 뜻밖의 선물
중고거래 앱에서 겨우 5,000원에 산 낡은 블루투스 스피커를 찾으러 어느 동네 골목길로 갔다. 약속 장소에 도착하니, 한쪽에 낡은 등산복을 입은 아저씨가 대기 중이었다. “이거 사용 잘 되요?”라고 묻자, 아저씨가 빙그레 웃으면서 스피커를 건넸다. 겉보기엔 완전 헌 것 같았는데, 아저씨 눈빛은 왠지 믿음이 갔다.
거래를 마치려는데, 아저씨가 갑자기 “어디까지 갈 거냐?”며 말을 걸었다. 나는 "집이 근처라 바로 갈 거예요"라고 답했다. 그런데 아저씨가 손을 털며 “이거 하나 줄게. 스피커랑은 별개로 필요할 테니” 하면서 작은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봉지를 열어 보니 낡은 손수건 한 장과 작은 사탕 몇 개가 들어 있었다. ‘이게 뭐지?’ 싶었는데, 아저씨가 덧붙였다. “손수건은 오래된 거지만 구멍 안 난 거야. 나중에 땀 닦을 때 쓰라고. 사탕은 길에서 배고플까봐.” 갑자기 마음이 따뜻해지면서도 의아했다.
“아저씨, 왜 이런 걸 주시는 거예요?”라 물었더니, 아저씨는 “내가 젊었을 때 누가 이런 거 한 번씩 챙겨줘서 힘이 났었거든. 중고거래는 물건만 주고받는 게 아니란다”라고 말했다.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다.
근데 스피커와 손수건, 사탕을 챙기려니 뭔가 이상하게 기분이 묘했다. 뭔가 중고거래 한 번 했는데 인생 수업 듣는 느낌? 평소 중고거래는 그냥 빠르게 사고 파는 가격 경쟁이라 생각했는데, 이 아저씨 덕분에 감성이 폭발할 지경이었다.
집에 와서 스피커를 연결하니 음질은 기대 이상이었다. 그래도 아저씨가 준 손수건을 보며 생각했다. 그냥 물건이 아니라 ‘사람이 만든 따뜻함’이라는 선물이 아닐까? 가끔은 이런 작은 마음 나눔이 더 소중한 법이다 싶었다.
멍하니 손수건을 쥐고 있으려니 문득 앱에서 아저씨 프로필 사진이 떠올랐다. 그 낡은 등산복과 묵직한 표정, 어쩐지 오래전부터 길 위에서 사람 사는 이야기 많이 들었을 그런 느낌이었다. 그냥 스피커만 사러 갔는데, 뜻밖의 추억을 얻었다는 게 뭔가 웃기면서도 감동이었다.
다음 날 출근길에 사탕을 하나 입에 넣고, 손수건은 가방 안 깊숙이 넣었다. 누가 알겠나, 앞으로 중고거래할 때 또 이런 아저씨를 만날지, 아니면 나도 누군가에게 이런 아저씨 같은 사람이 될지. 사람 사는 일은 참 예측 불허다.
아저씨가 준 그 손수건은 아직도 가방 한켠에서 미소 짓고 있다. 중고거래가 오직 ‘돈과 물건’만 오가는 곳이 아니라는 걸,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진심을 깨닫게 해준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어쩌면 그게 진짜 ‘뜻밖의 선물’이었겠지.
다음에는 내가 사탕 한 봉지를 챙겨서, 또 누군가에게 작게라도 힘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싶다. 그날 아저씨처럼, 그냥 웃으며 “이거 써” 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말이다. 어쩌면 중고거래는 물건보다 사람이 먼저다, 라는 걸 잊지 말라는 작은 교훈. 피식, 이게 다 중고거래의 묘미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