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서 중고 가전 산다고 했더니 시어머니가 직접 배달 와버림
당근마켓에서 중고 가전 좀 사볼까 하고 한참 눈팅하다가 냉장고가 괜찮은 가격에 올라와서 바로 연락을 넣었거든요. 판매자랑 몇 번 톡 주고받는 중에 "배달은 따로 안 해요"라는 말을 듣고 있었는데, 다음 날 집 앞에서 뭔가 덩치 큰 물건과 함께 누군가가 서 있는 거예요.
문 열고 나가보니 시어머니께서 직접 배달하러 오셨더라고요. 순간 멍해지면서 "어머니, 왜 직접 오셨어요?"라고 했는데, 시어머니는 당당하게 "배달비 아끼려고 내가 직접 온 거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놀라서 웃음이 절로 났죠.
사실 가전 제품 배달이라고 하면 보통 택배나 전문 기사님이 오는데, 이렇게 시어머니가 직접 오신 건 처음이라 분위기가 좀 이상했어요. 저도 모르게 주방에서 급히 청소도 시작했고, 시어머니는 집 구석구석 살펴보시면서 "여기 이거 좀 더 깨끗이 닦아야겠다"라며 청소 지도까지 해 주셨어요.
물론 좋은 마음으로 오셨겠지만, 그날 하루 종일 마음이 복잡했어요. 중고 거래는 간편하게 끝내려던 건데, 어느새 시어머니 방문에 집안 대소사가 되어버린 셈이 됐거든요. 배달도 그냥 '시어머니 배달 서비스'라고 이름 붙이고 싶었어요.
물건을 주고받는 동안 시어머니는 사회 이야기, 저희 집 일, 심지어 주변 이웃 소식까지 척척 꺼내시면서 작은 동네 잔치 같은 분위기를 만들어주셨죠. 저는 그 와중에 '중고 가전 사려고 했는데, 시어머니 상차림 덤까지 받은 셈인가?' 싶었어요.
그리고 시어머니가 가시고 나서 냉장고를 정리하면서 느꼈는데, 판매자가 한 번도 손 안 대고 오래 쓰던 거라서 살짝 냄새가 났던 부분을 시어머니가 청소할 때마다 '아, 여기는 좀 더 쓸 만하겠다'라며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이런 점은 확실히 직접 도움 주셔서 고마웠죠.
근데 그날 밤, 남편과 얘기하다가 우리가 중고 거래하려고 했는데 시어머니가 갑자기 집안 이벤트를 하나 만들어버렸다는 사실에 한참 웃었습니다. 남편도 "우리 엄마는 뭐든 110%로 해주시니까"라며 고개 끄덕였고요.
이후로도 당근마켓에서 사는 게 걱정되진 않는데, 앞으로 시어머니 배달 서비스는 살짝 조심하려 합니다. 혹시 다음에는 TV나 세탁기 같은 대형 가전 살 때 또 직접 오실까 봐 걱정되지만, 그마저도 귀엽고 감사한 마음이 크니까요.
그래도 당분간은 중고 거래할 때마다 배달비 뿐만 아니라 시어머니의 '특급 서비스'를 포함한 가격 계산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달까요? 이런 재미난 에피소드 생겨서 집안 분위기가 한층 더 화기애애해진 건 분명하네요.
아무튼 다음 중고 거래 때 또 어떤 예상 밖 손님이 올지 모르니, 준비 단단히 하면서 이만 집 청소하러 가려 합니다. 피식, 가끔은 중고 거래가 아니라 중고 가족 이벤트를 사는 기분도 나쁘지 않다는 말로 마무리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