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취방 가스레인지 조작 중 겪은 웃픈 해프닝
첫 자취방 가스레인지 조작 중 겪은 웃픈 해프닝
처음 자취를 시작하고 나서 제일 먼저 한 건, “나 이제 나만의 밥 짓는 사람이다!” 같은 감성 뿜뿜 쇼였어요. 문제는 주방이 너무 조용하다는 거죠. 냉장고가 웅웅거리고, 창문이 미세하게 바람 소리 내고, 그 사이에서 제가 가스레인지 앞에 앉아서 설명서 펼쳐놓고 멍하니 버튼만 바라봤습니다.
집에 있는 사람은 없고, 옆집 아저씨는 “설치기사님이 다 해놓고 가요”라는 말만 남긴 채 사라졌거든요. 저는 그 말이 너무 믿음직해서, 설명서를 대충 훑고 바로 작동 버튼을 눌렀어요. 근데 가스레인지에는 손잡이가 있고, 또 옆에는 점화 버튼이 따로 있더라고요. 손잡이를 돌리고 점화 버튼을 누르는 게 맞는지… 그 “동시에”가 제 인생에서 제일 어려운 동작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일단 손잡이를 딱 한 번 돌렸는데, 아무 소리도 안 나니까 저는 “아, 이게 예열이 필요하구나” 하고 기다렸어요. 기다리는 동안 저는 냄비를 꺼내 물을 받으려고 했고, 그 와중에 손잡이는 그대로였죠. 그러니까 시간이 지나면서 “쉿… 쉿…”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뭔가 이상하게요. 그때부터 저는 설명서를 다시 펼쳤는데, 그 짧은 순간에 페이지가 눈에 안 들어오는 게 진짜 자취의 매력입니다.
결국 다시 시도했습니다. 이번엔 설명서대로 손잡이를 돌리고 점화 버튼을 눌렀는데, 점화 버튼은 또 너무 민감해서 손가락이 살짝만 닿아도 뭔가 “탁” 하고 반응하는 느낌이 나더라고요. 저는 긴장해서 손가락을 더 세게 눌렀고, 그 결과 점화 불꽃이 확 튀는 게 보였습니다. 솔직히 불꽃이 예쁘긴 하더라고요. 그런데 불꽃이 멈추는 게 아니라, 손잡이 각도와 타이밍이 이상하게 맞아떨어져서 자꾸 작게 튀었다가 꺼지고를 반복했어요.
아, 여기서 제가 제일 당황한 건 불꽃이 꺼질 때마다 가스 냄새가 조금씩 올라온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바람이겠지” 했는데, 냄새가 제 코끝에 정확히 들어와요. 저는 즉시 창문을 열고 선풍기를 틀고, “괜찮다 괜찮다 환기하면 된다”를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반복했죠. 그 사이에 냄비에 물은 받아졌고, 물은 차갑고, 제 마음은 더 차가워졌고요.
그래도 포기하면 자취가 아니라 비상사태잖아요. 저는 다시 손잡이를 천천히 돌려보려고 했는데, 이번엔 반대로 너무 천천히 돌렸습니다. 그러니까 점화가 아예 안 되고, 저는 또 “예열”을 떠올리며 헛된 희망을 품었죠. 그런데 헛된 희망이 끝내 빛을 못 보게 되자, 갑자기 조용해요.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이상했습니다. 알고 보니 제가 손잡이를 잘못된 레인지에 맞춰놨던 겁니다. 옆 칸은 분명히 ‘꺼져있으면’ 아무 반응이 없는 게 정상인데, 저는 그 옆 칸을 계속 만지고 있었던 거예요.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자취 첫날부터 제가 “요리”가 아니라 “가스레인지와의 신경전”을 하고 있었던 거죠. 마음을 다잡고, 제대로 된 손잡이를 찾아서 다시 시도했어요. 이번엔 설명서 그림이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손잡이를 돌리고, 점화 버튼을 한 번 누르고, 불꽃이 잡히면 손잡이를 천천히 유지하는 그 흐름. 그렇게 하니까 드디어 불이 안정적으로 붙었습니다. 저는 너무 감격해서 한 박자 쉬고 냄비를 올렸는데… 불이 커지면서 바람이 확 올라오더니, 제 얼굴에 김이 뿜어지며 “처음부터 뜨거운 맛을 봤네요”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다행히 짜장라면이었고, 끓는 건 성공적이었어요. 그런데 웃픈 건 그 다음입니다. 라면을 끓여서 그릇에 담으려는데, 제가 불을 끈 줄 알았거든요. 근데 손잡이가 완전히 돌아가진 않았는지 아주 약하게 계속 켜져 있었습니다. 라면 면 삶는 소리는 어느 순간부터 조용해졌는데, 가스레인지 쪽에서는 계속 미세한 소리가 나더라고요. 저는 그 소리를 듣고 “아, 방금 내가 스스로를 미니 화력으로 태우는 중인가?” 싶었습니다. 결국 손잡이를 제대로 돌려 잠그고 나서야 마음이 놓였고요.
그날 이후로 저는 요리할 때마다 손잡이를 한 번 더 확인합니다. 그리고 친구들이 놀러 오면 꼭 한 번은 “가스 불 붙일 때 제일 중요한 건 타이밍이 아니라… 자신감이야”라는 말을 합니다. 사실 자신감은 제가 가스 냄새를 맡고 창문을 연 뒤에 겨우 회복한 거지만요. 그래도 지금 생각하면 웃겨요. 첫 자취방에서 제가 배운 건 레시피가 아니라, 불은 결국 방향이랑 타이밍을 같이 맞춰야 한다는 원칙이었습니다. 그렇게 오늘도 저는 라면을 끓이면서, 가끔은 그때의 제 손가락 감각이 떠올라서 피식 웃게 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