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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갑자기 불꺼지고 시작된 이벤트

2026-06-01 15:41:14 조회 12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에서 갑자기 불꺼지고 시작된 이벤트… 그날은 그냥 평범한 화요일인 줄 알았어요. 오전에 커피 한 잔 마시고, 엑셀 정리하고, 메신저로 “이거 언제까지 가능하세요?” 같은 대화만 오가던 그 시간대였는데, 갑자기 천장에서 “뚝” 하는 소리랑 함께 사무실 조명이 전부 꺼졌거든요. 진짜로요. 모니터 불빛마저 줄줄이 꺼지는데, 우리 팀 전체가 동시에 멈칫했어요.

처음엔 누가 콘센트 뽑은 줄 알았죠. 그런데 형광등이 아니라 전등이 통째로 죽은 느낌이라 다들 어리둥절했어요. 사무실이 어두워지자마자 누군가 “정전인가요?”라고 말했고, 바로 뒤이어 “아니요, 오늘 점검 있던 날 아니었어요?” 같은 말들이 우르르 나왔습니다. 저는 솔직히 그 순간에 “아… 오늘도 야근 각인가?”라는 생각을 했어요. 어두우면 더 오래 걸리니까요.

그런데 문제는, 정전이면 보통 비상등이 켜지고 최소한 안전한 분위기라도 유지되잖아요. 그날은 비상등도 깜빡이지 않고 그냥 완전 암흑. 화면에 손전등 켜진 것처럼 다들 스마트폰 불빛만 켜서 서로를 비췄어요. 그때 우리 대리님이 조용히 말하더라고요. “이거… 이벤트일 수도 있어요.” 본인도 확신은 없는데, 분위기가 너무 ‘예고 없이 연출된’ 느낌이라 그런 말이 튀어나온 거죠.

암흑이 한 30초쯤 이어지니까, 갑자기 사무실 한쪽에서 아주 조용한 음악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클래식도 아니고 대중가요도 아니고, 뭐랄까… 귀에 스며드는 배경음 같은 거. 그리고 컴퓨터가 꺼져 있는데도, 어느 순간 복도 쪽에서 “탁, 탁” 하는 소리와 함께 종이 울리는 것 같은 효과음이 연달아 들렸습니다. 다들 “누가 장난치는 건가?” 싶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다가도, 막상 움직이기가 무서운 거예요. 어두운데 사람이 많은 데서 갑자기 뛰면, 그 자체가 사고니까요.

그때 사무실 문쪽에서 스윽 빛이 새어 들어오더니, 누가 문을 열었는지 바람이 살짝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종이컵 같은 게 바닥에 놓이는 소리, 그 다음엔 누군가 아주 정중하게 말하더라고요. “혹시 지금부터 5분 안에 휴게실로 오실 수 있을까요?” 목소리는 안내방송처럼 차분했는데, 문제는 “누가 말하는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저희는 서로 얼굴을 못 보고, 휴대폰 불빛만 흔들면서 “저거 누구야?” “우리 팀 맞아?” 하며 수근수근했죠.

휴게실로 이동하는 길이 진짜 영화 같았어요. 벽이 어디인지도 애매한데 발자국 소리만 크게 들리고, 사람들 움직임이 다 느려지더라고요. 거기서 또 하나, 저희 회사가 원래 화려한 편이 아닌데 그날만큼은 조명이 없어서 그런지 ‘연출’이 더 크게 보였어요. 휴게실에 들어가자마자 테이블 위에 종이가 한 장씩 놓여 있었는데, 제목이 대놓고 적혀 있었어요. “불이 꺼지면 시작되는, 사내 미션!” 이런 식이었는데, 솔직히 누가 봐도 아는 그 느낌… “아, 이거 게임이다” 순간 확 오더라고요.

미션은 생각보다 단순했어요. 팀별로 준비된 QR이 있는데, 조명이 꺼진 동안 직원들이 휴대폰 라이트로 QR을 비춰서 스캔하는 방식. 그리고 스캔하면 단답형 질문이 나와요. “오늘 회의에서 가장 먼저 말한 사람의 이니셜은?” 같은 거죠. 다들 처음엔 어이없어하면서도, 결국은 웃기 시작했어요. 어두운 상태에서 이니셜 맞추는 게 웬만한 추리게임이랑 비슷해서, 다들 의외로 열심히 참여하더라고요. 특히 평소엔 말수가 적던 분들이 “아 내가 그 발언했는데!” 하면서 갑자기 주인공 모드로 전환됐습니다.

그렇게 5분, 10분 지나니까 조명이 다시 켜졌고 사무실이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근데 이상하게 다들 멀쩡히 일하려다가도 계속 서로를 쳐다보는 거예요. “아까 그 사람 누구였지?” “나 방금 그 질문 대답 왜 틀렸지?” 같은 식으로요. 그러다가 팀장님이 정색도 아니고 웃지도 않는 표정으로 한 마디 하시더라고요. “오늘은 직원 참여 프로그램… 아니, 안전 점검 이후에 숨은 이벤트가 있었어요. 놀라셨죠?” 말투가 너무 태연해서 더 웃겼어요. 마치 갑자기 불이 꺼지는 게 ‘회사 문화’인 것처럼요.

그리고 제일 웃겼던 건, 퇴근하고 집에 가서야 제가 깨달은 거예요. 그날 이벤트의 목적이 뭔지 다들 추측만 했는데, 사실은 사내 복합기 정기점검 때문에 전원이 잠깐 차단된 거였더라고요. 근데 그 시간에 회사에서 준비한 게 딱 맞아떨어져서, 정전이 이벤트가 돼버린 거죠. 그러니까 우리 입장에선 “진짜로 정전 난 건가?”에서 시작해서 “미션이네?”로 바뀐 거고, 회사 입장에선 “계획된 대로 됐네?”였던 거예요. 결국 그날 우리는 한 번도 업무를 제대로 못 하고 이벤트만 했지만, 그래도 다들 기분은 묘하게 좋아서 다음날부터는 커피도 더 빨리 타지고, 회의도 조금 덜 딱딱해졌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불이 꺼진 건 잠깐이었는데, 분위기는 오래 켜져 있었던 셈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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