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마켓에서 거래한 자전거, 뒤늦게 알게 된 사실
당근마켓에서 거래한 자전거, 뒤늦게 알게 된 사실… 이 제목 그대로예요. 저는 작년에 동네에서 “상태 A급, 생활기스 정도, 바로 타세요”라고 올라온 자전거를 보고 냉큼 연락했죠. 사진이 깔끔했고, 무엇보다 가격이 솔직히 너무 착했어요. 그래서 “이거다” 싶어서 다음 날 바로 만나기로 했습니다.
판매자 분은 나이도 적당해 보였고 말투가 엄청 친절했어요. “출퇴근용으로 탔는데 차를 바꾸면서 안 타게 됐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겉보기 상태를 먼저 봤고, 체인이나 바퀴도 굴려보면서 별문제 없겠다 싶었죠. 헬멧도 같이 준다고 하셔서, 그 자리에서 마음이 더 기울었습니다. 거래는 늘 그렇듯 빠르게 끝났고, 저는 집에 가져와서 조립 점검도 대충(?) 하고 바로 다음 날 출근길에 태웠어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타고 나서 몇 분 지나면 “툭, 툭” 소리가 났습니다. 처음엔 체인이 살짝 마른가 싶어서 윤활유도 넣고, 타이어 공기도 다시 맞췄거든요. 그래도 소리는 그대로라서, 저는 마음이 찜찜한데 귀찮아서 한동안은 그냥 참고 탔어요. 동네 길이야 잠깐이니까 괜찮겠지 했는데, 어느 날은 신호 기다리다가 뒷바퀴 쪽을 만져보니 손에 기름기가 묻더라고요. 그때부터 “아, 이거 그냥 생활기스가 아니라 무언가가 있었던 거 아닌가” 싶었습니다.
결국 주말에 자전거 가게에 들고 가서 점검을 받았어요. 직원분이 보시더니 한 번 훑어보고, 프레임이랑 브레이크 케이블 정렬을 체크하더니 “이거 누가 한 번 손댄 흔적이 있네요”라고 하셨어요. 저는 “중고라서요, 당연히 손본 거 아니에요?”라고 되물었고, 직원분은 잠깐 말이 끊겼다가 “손본 방식이 좀… 미봉이에요”라는 식으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특히 뒷브레이크 쪽이 좀 이상한데, 마찰면이 덜 맞는 느낌이라고요.
그리고 결정타는 바로 여기서 나왔습니다. 직원분이 브레이크 레버를 잡아당기는데, “딱” 소리와 함께 아주 미세하게 유격이 느껴졌어요. 그 유격이 원래 정비로 잡는 수준이 아니라, 뭔가를 임시로 고정해 둔 느낌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솔직히 순간 멍해졌어요. 판매자분이 “바로 타세요”라고 했는데, 제 손에는 이미 소리와 기름기라는 증거가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당장 따지기보단 확인을 해야겠다 싶어서, 저는 집에 돌아와서 사진을 다시 찾아봤습니다.
판매 글에 올라온 사진은 분명히 예뻤는데, 자세히 보니까 뒷브레이크 부분이 유독 각도가 이상했어요. 프레임도 전체가 다 보이긴 했지만, 브레이크 라인이나 케이블 쪽이 화면 밖으로 살짝 피해서 찍힌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가장 이상한 건, 판매 글에 “사용감 거의 없어요”라고 써있는데, 제 눈엔 이미 그 “거의”가 아니라 “숨긴 쪽”이 보이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때부터 저는 단순히 상태가 애매했던 걸 떠나, 뭔가를 가린 채 판매됐을 가능성을 떠올렸어요.
그날 밤 바로 판매자분께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점검해보니 브레이크 쪽 유격이랑 케이블 정렬이 임시로 잡아둔 것처럼 보이더라구요. 혹시 사고 이력이나 수리 이력 있나요?”라고 조심스럽게 물었죠. 답이 오기 전까지는 솔직히 “그래도 사람은 사람”이니, 설령 문제가 있었다고 해도 정직하게 설명해주면 좋겠다 생각했어요. 그런데 판매자분의 답장은 꽤 짧았고, 내용은 “그런 거 없습니다. 그냥 중고라 그럴 수 있어요”였어요.
저는 그 문장을 읽고 좀 웃음이 나올 뻔했어요. 중고라서 그럴 수 있다는 말은 동의하죠. 그런데 “유격” “임시 고정” 같은 단어가 나오는데도, 사고나 수리 이력은 없다고 단정하는 건 좀… 제가 너무 예민한 건가 싶었거든요. 그래도 끝까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다시 한 번 “그러면 브레이크 패드 교체나 케이블 튜닝 같은 건 언제 하신 건가요?”라고 물었습니다. 이때부터 답장이 텀이 길어졌고, 결국 “잘 모르겠어요” 쪽으로 흐르더라고요.
여기서 저는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자전거를 받았을 때, 저는 헬멧도 같이 주신다고 해서 감사히 받았는데요, 사실 헬멧도 새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안쪽에 얇게 테이프 자국이 있었어요. 당시엔 “포장 뜯기 전에 남은 접착 흔적” 정도로 넘어갔는데, 점검 결과를 알고 나니 그 테이프가 단순 포장용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죠. 직원분도 “이건 수리하다가 급히 정리한 흔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러니까 제가 사고 이력을 직접적으로 확인하진 못했지만, 적어도 “대충 상태만 맞춰서 팔았다”는 느낌은 점점 강해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더 이상 따지기보다는, 제 안전을 위해 정식 부품 교체와 정비를 했습니다. 돈은 좀 들었지만, 자전거가 중요한 건 결국 제 몸이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판매 글을 다시 보는데, 거기에는 여전히 “바로 타세요”라는 문구가 그대로더라고요. 저는 그 문구를 보면서 묘한 웃음이 나왔습니다. 바로 타긴 탔는데, 오래 타려면 결국 제가 다 고쳤네요. 결국 당근마켓에서 얻은 건 자전거 하나가 아니라, “중고는 사진만 믿으면 안 된다”는 교훈이었습니다. 지금도 출근길에 타긴 타는데, 이상하게 그 자전거를 탈 때마다 헬멧 안쪽 테이프 자국이 떠올라요. 왠지… 제가 산 게 ‘자전거’가 아니라 ‘상황극 티켓’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