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가족과 함께한 캠핑, 뜻밖의 추억 만들기
이번 주말에 친구 가족이랑 같이 캠핑 가기로 했는데, 솔직히 저는 “그냥 재미있게 먹고 놀다 오겠지”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도착하자마자 느꼈죠. 이 캠핑은 그냥 캠핑이 아니라, 뭔가 추억을 배달해주는 캠핑이라는 느낌이 딱 왔습니다.
장소는 숲이 우거진 곳이라 공기가 시원했고, 텐트 치는 소리랑 아이들 뛰는 소리, 어른들 장비 옮기는 소리가 한꺼번에 섞여서 완전 축제 분위기였어요. 친구는 “형, 우리 아버지 손맛이 있어. 오늘 고기 맛 제대로다”라면서 어깨를 툭툭 쳤고, 아내 분은 장작 옆에서 불 붙이는 걸 도와주고 계셨어요. 저는 그 사이에서 “저는 뭐 하면 돼요?”를 세 번이나 물었는데, 세 번 다 “아, 저거 갖다 줘”로 끝났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어요. 다들 바쁘게 움직이는데 그걸 같이 따라가면 왠지 제가 뭔가에 참여하고 있다는 기분이 들거든요.
문제의 시작은 저녁 준비 시간이었어요. 고기 굽는 사람, 반찬 담는 사람, 아이들 간식 꺼내는 사람, 그리고 불 옆에서 분위기 잡는 사람… 역할이 이미 짜여 있는 느낌. 그런데 친구 아버지께서 갑자기 “형, 너는 면 담당!” 이러시는 거예요. 저는 “면이요?” 했더니, “응, 물 끓이면 되지. 근데 절대 넘치면 안 돼”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말이 농담인 줄 알았는데, 불과 10분 뒤에 정말로 물이 넘치기 직전까지 가더니, 그때 친구 엄마가 제 옆에서 물 온도를 딱 조절해 주셨어요. 그 순간 깨달았죠. 저는 면 담당이 아니라 ‘위기 방지 담당’이었구나…
그래도 저녁은 잘 넘어갔어요. 다들 둘러앉아서 고기도 먹고, 김치찌개 같은 뜨끈한 국물도 한 그릇씩 떠먹는데, 아이들이 “아빠, 저거 불꽃놀이야?” 하면서 장작이 타는 소리에 신기해하더라고요. 친구 가족이 저한테 말을 걸어주는데, 그게 되게 자연스러웠어요. 예전엔 친구랑만 만나도 괜찮았는데, 이번엔 친구 가족이 저를 “낯선 사람”이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던 사람”처럼 다뤄주니까, 저도 어색함이 슬쩍 풀리는 게 느껴졌습니다.
식사 후에는 다 같이 산책을 나갔는데, 여기서 뜻밖의 이벤트가 터졌어요. 숲길이 살짝 경사가 있고, 밤이라 바닥이 어두우니까 아이들이 앞에서 걸을 때마다 “조심해요!”가 연속으로 나오는 거죠. 그런데 길 한쪽에서 갑자기 “어, 손님이다!” 같은 소리가 들렸습니다. 알고 봤더니 캠핑장 운영하시는 분이 계신 거예요. 그분이 “여기 밤에 가끔 반딧불이 보여요. 오늘은 운 좋네요”라고 하더니, 손전등을 꺼달라고 했어요. 다들 “네?” 하면서 손전등 끄는 순간, 진짜로 작은 빛들이 하나둘 나타났습니다. 아이들은 박수치고, 어른들도 말이 줄어들고, 저도 멍하니 보고 있었어요. 순간 “이게 캠핑이지”라는 생각이 확 들더라고요.
그 다음은 진짜 웃겼습니다. 반딧불이 보러 잠깐 멈춰 섰다가 돌아오려는데, 친구가 저한테 속삭이더라고요. “형, 우리 아버지 오늘 장작 준비하면서 비상용 장난감을 숨겨놨어.” 저는 “장난감이요?” 했더니 친구가 텐트 쪽을 가리키는 거예요. 돌아보니까, 누가 봐도 뭔가가 묻혀 있는 듯한 포장지 하나가 보이더라고요. 그런데 친구 아버지께서 아무렇지 않게 “자, 이제 라면 타임이다”라고 말하면서 그 포장지를 건네셨습니다. 저는 그게 뭔지 모른 채로 받았는데, 뜯어보니까… 라면 스프 향 주머니랑 작은 방풍막이 들어 있었어요. 알고 보니 “비상용 장난감”이라는 말은 ‘면이 또 넘치면 방풍막으로 막아라’라는 뜻이었습니다. 저는 그때 웃다가 거의 기침했어요. 이 분들은 진짜 계획을 장난처럼 포장하는 데 능력이 있더라구요.
라면도 먹고, 아이들은 잠깐씩 장난감 가지고 놀다가 잠들고, 어른들은 불 옆에서 대화가 늘어졌습니다. 친구가 “형, 오늘 어때?”라고 물었는데, 저는 “생각보다 훨씬 가족 같았어요”라고 답했어요. 그러자 친구 아버지가 “가족이란 게 별거야? 같이 먹고, 같이 걱정하고, 같이 웃으면 그게 가족이지”라고 하시더라고요. 말이 너무 멋있어서 오히려 제가 말문이 막혔고, 친구 엄마는 옆에서 “맞다. 그리고 형은 면 넘칠 뻔했잖아”라고 한마디 얹는 바람에 분위기가 빵 터졌습니다. 결국 그날의 하이라이트가 제 면 사고였다는 게 참… 웃프게 정리됐어요.
마지막으로 정리할 때도 웃겼습니다. 저랑 친구가 짐을 걷는데, 친구 아버지가 갑자기 “형, 장작 뽑았지? 그럼 네가 오늘 불의 주인이다”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주인까지요?” 했더니, “응, 불은 누가 다뤘냐가 중요해. 그리고 너 아까 물도 잡았잖아”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집에 와서도 친구가 “형, 다음엔 불 담당 2인으로 등록했어”라고 단톡에 올렸고, 다들 이모티콘으로 도배했죠. 저는 그때 깨달았어요. 캠핑은 고기나 반딧불만 남기는 게 아니라, 사람을 ‘역할’로 기억하게 만든다는 걸요. 다음에 또 가면… 저는 아마 면이 아니라, 진짜로 불의 주인이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그 불이 넘치지만 말아야 한다는 조건은 확실히 붙어야 할 듯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