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회의 중 갑작스러운 웃음 참기 사태
회사 회의 중 갑작스러운 웃음 참기 사태가 일어난 날이 있어요. 진짜로 그날은 “회의는 진지하게” 같은 말이 그냥 구호였고, 제 옆자리 사람의 표정이 먼저 폭발하더라고요. 저는 그때부터 이미 운명적인 선택을 했습니다. 웃음을 “참아보기”로요. 아무도 그게 이렇게까지 길어질 줄 몰랐죠.
그날 회의는 평소처럼 시작됐어요. 팀장님이 프레젠테이션 넘기고, 다들 노트북 화면만 보면서 “응응”하는 분위기. 저는 회의실 조명 아래에서 최대한 진지한 얼굴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는데, 이상하게도 그 순간부터 자꾸만 입꼬리가 올라가더라고요. 이유는 알겠어요. 옆자리 모니터에 갑자기 뜬 뭐가 너무 웃기게 “정상”처럼 보였거든요.
모니터에는 회사에서 쓰는 내부 시스템 화면이 있었는데, 누군가가 데이터 필터를 잘못 걸었는지 그래프가 마치 산책하듯 출렁출렁 춤을 추고 있었어요. 그런데 그래프 아래에 작은 글씨로 “정상 범위 내 변동”이라고 떠 있었죠. ‘정상 범위 내 변동’이라는 말은 보통 안정적일 때 쓰는 건데, 그 그래프는 도저히 정상이라고 하기엔… 너무 과격하게 움직였습니다. 제가 웃음을 참는 동안, 그 표현이 자꾸만 제 뇌를 간지럽혔어요.
팀장님이 “자, 여기 보시면 지표가 안정적으로 개선되고 있습니다”라고 딱 박아 말했는데, 화면 속 그래프는 마치 “개선?”을 묻는 표정이었습니다. 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눈을 한 번만 더 깜빡이면 터질 것 같았어요. 옆자리 분은 더 심각했는지, 웃음을 억누르려고 입술을 다문 채로 손가락 끝으로 펜을 계속 굴리고 있더라고요. 그 장면이 너무 평화롭지 않았습니다. 참는 사람의 노력은 대체로 티가 나니까요.
그때 팀장님이 “자, 다음은 비용 항목입니다”라고 말하면서 화면을 넘겼는데, 전환 효과가 이상하게 느리게 걸리더니 갑자기 ‘다음 페이지 로딩 중’이 엄청 오래 표시됐습니다. 회의실 공기가 잠깐 멈췄고, 그 멈춘 공기 위로 누군가의 마우스 커서가 ‘로딩 중’ 글자 위에서 뚝뚝 떨어졌죠. 더 웃긴 건 그 커서가 마치 무슨 중요한 버튼을 찾는 것처럼 왔다 갔다 했다는 겁니다. 저는 그 순간 진지함을 포기하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포기”가 아니라 “참기”가 제 직무였죠.
팀장님이 로딩이 끝나자 다시 말을 이어가려 했는데, 갑자기 회의실 스피커에서 아주 작은 알림음이 한번 났습니다. 그 알림음은 보통 메일 도착 같은 데서 나오는 소리인데, 하필이면 팀장님이 “지금은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는 타이밍이었어요. 그러자 옆자리 사람이 아주 작은 소리로 “괜찮다더라”라고 속삭였고, 그 한마디가 제 심장을 제대로 때렸습니다. ‘괜찮습니다’의 반대편에 ‘괜찮다더라’가 붙어버린 느낌이랄까요. 전 그 순간 이미 웃음의 문이 열린 상태였어요.
그래서 저는 본능적으로 “웃지 않기” 기술을 쓰기 시작했죠. 평소엔 그냥 멈추면 되는 걸, 그날은 왜인지 더 적극적으로 참았어요. 이를 꽉 물고, 코로 숨을 길게 들이쉬고, 고개를 약간 아래로 숙여서 “아 내가 뭔가 메모하느라 바쁜가 봐” 같은 표정을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할수록 제 얼굴이 더 부자연스러워진다는 거예요. 그걸 옆자리 분도 아는지, 결국 그분이 손으로 입을 가린 채로 어깨를 한 번 크게 떨었습니다. 그 떨림이 저한테는 전염병처럼 전달되더라고요.
결국 팀장님이 “혹시 질문 있으실까요?”라고 물었을 때, 제 입에서 나오려던 말은 질문이 아니라 웃음이었습니다. 저는 “저… 지표가… 안정…”이라고 하려다, 문장 중간에 숨이 끊겼어요. 다행히도 팀장님이 다른 사람 쪽을 보면서 분위기를 살렸고, 저는 그 찰나에 간신히 숨을 고른 다음 “아, 네… 참고하겠습니다”라고 마무리했죠. 참는 사람은 대체로 말이 정확하지 않아요. 제 말은 그냥… 대충 살아남은 소리였어요.
회의가 끝나고 나서야 진짜 웃음이 터졌습니다. 회의실 문 닫히는 소리 들리자마자 다들 자리에서 풀어지듯 한숨을 쉬었고, 옆자리 분은 “아니 진짜 정상 범위 내 변동이 너무…”라며 말끝을 흐리더라고요. 저는 한동안 배가 아플 정도로 웃다가, 그제야 팀장님이 왜 그렇게 진지했는지 생각했어요. 팀장님은 그래프의 상태를 몰랐고, 우리는 알고 있었고, 그 차이가 웃음의 핵이 되어버린 거죠. 웃음이란 게 원래 이렇게,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제일 정직한 방식으로 터지는구나 싶었어요.
그날 이후로 우리 팀 회의는 한 가지 규칙이 생겼습니다. “정상 범위 내 변동”이라는 문구가 보이면, 아무도 그걸 정상처럼 읽지 않기로요. 대신 웃음이 올라오면 그냥 물 한 모금 마시고, 다음 문장에 집중하기로 합의했어요. 그리고 저는 아직도 그 회의의 장면을 떠올리면 피식 웃게 됩니다. 그때 제 얼굴이 얼마나 진지했는지 알 것 같거든요. 진지함이란 결국, 웃음을 참기 위해 쓰는 마지막 장치라는 걸… 그날 확실히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