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사고 난 뒤 부딪히지 않고 끝난 기막힌 사연
차 사고 난 뒤 부딪히지 않고 끝난 기막힌 사연, 지금 생각해도 웃기고도 한편으론 진짜 아찔하더라. 평소처럼 그냥 출근길이었는데, 하필 그날은 비가 살짝 오다 말고 바닥이 젖어 있어서 신호대기 후 출발 타이밍이 좀 미묘하게 꼬였다. 나는 1차선에서 신호 바뀌자마자 출발했고, 바로 옆 2차선에 있던 SUV도 같이 움직이는데 그 순간부터 느낌이 이상했어.
앞차는 잘 가다가도 갑자기 속도가 줄더니, 10미터도 안 돼서 급정지 비슷하게 서더라고. 원래면 브레이크 밟고 뒤따라가면 되는데, 내 앞 범퍼에 시야가 딱 가려지는 각이 생겼고 비 때문에 와이퍼가 한 박자 늦게 쓱쓱 닦이는 바람에 판단이 늦어졌다. “아, 이거 그냥 거리 두고 가면 되나?” 싶었는데, 그 생각하는 동안 내 차는 이미 반사적으로 속도를 더 줄이고 있었다.
그러다 내 오른쪽, 그러니까 2차선 SUV가 갑자기 핸들을 살짝 틀면서 내 앞으로 끼어들 듯한 모션을 했어. 상대가 급하게 피하려는 건지, 아니면 자기 차가 미끄러져서 그냥 방향을 바로잡으려는 건지 모르겠는데, 문제는 그 틀이 딱 내 차 앞에서 겹쳤다는 거지. 나는 급브레이크로 멈추려 했고, 멈췄다. 그런데 멈춘 위치가 정말 기막혔어. 내 차 앞 범퍼랑 SUV 뒤 범퍼가 거의 “종이 한 장” 사이처럼 붙어 있었거든. 만약 내가 한 번 더 세게 밟지 못했으면 부딪혔을 확률이 컸고, 반대로 브레이크가 조금만 덜 잡혔어도 같은 상황이었을 거야.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야. 멈춘 직후, 내 왼쪽 사이드 미러에 갑자기 다른 차가 비집고 들어오려는 모습이 스쳐 지나갔어. 신호가 바뀐 직후라서 다들 움직이는데, 그 차는 정확히 내 차와 SUV 사이 빈틈을 노리듯 들어오려는 각이었지. 솔직히 그 순간엔 “아, 이제 3중사고 시작이네”라고 뇌가 자동으로 비명 질렀다. 이미 나는 차를 완전히 멈춰 세웠고, SUV도 멈춘 상태였는데, 빈틈이 너무 작으니까 상대는 더 느리게 굴러 들어오더라.
나는 창문 조금 내리고 손을 보이듯 “괜찮아요?” 같은 제스처를 하려다 말았다. 왜냐면 이상하게도 그 차가 내 옆으로 들어오지 않고, 오히려 속도를 줄인 채로 딱 멈춰버렸거든. 그러면서 운전자가 내려서 우리 쪽을 보다가, 내 차 앞쪽을 보고는 한 박자 늦게 웃더라. 표정이 뭔가 “아 이거 우리끼리 싸울 일은 아니겠는데요?” 같은 느낌이었어. 그 다음 말이 기가 막혔는데, “아저씨, 방금 사이드에 그... 고양이가 있어서요. 저도 못 피했어요.” 라는 거야.
그 말을 듣고 나니까 이유가 딱 그려지더라. 사고 직전 차들이 다 이상하게 움직였던 게, 사실은 길가에서 고양이가 튀어나와서 한 바퀴씩 동작을 맞춘 거였던 거지. 고양이는 내 차 앞 범퍼 쪽으로 한 번 스르륵 지나가고, 그 다음 SUV 쪽으로도 스치듯 이동했어. 그래서 앞차는 멈췄고, SUV는 피하려다 브레이크 타이밍이 미묘하게 엇갈렸고, 내 차는 그 사이에서 ‘멈추는 순간’이 딱 맞아떨어진 거야. 사람은 사고를 막는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고양이 한 마리가 교통 시나리오를 통째로 리드한 셈이지.
그때부터는 완전 영화처럼 정리가 됐다. 다들 경적은 한 번도 길게 안 울렸고, 그냥 차에서 내려서 “진짜 괜찮으세요?”만 묻고 서로 위치 확인만 하더라. 나는 사고 접수 같은 걸 준비하려다가, SUV 운전자도 내 쪽도 타이어에 스크래치나 범퍼 간 접촉이 전혀 없다는 걸 확인하고는 그냥 손으로 “오늘은 운이 좋네”라고 서로 표시했어. 경찰 부르자는 얘기가 잠깐 나오다 말고, 다들 고양이 찾을 생각만 하더라. 심지어 그 빈틈으로 들어오려던 차도 고양이 쪽을 한참 바라보다가 “저도 부딪힐 뻔했네요” 하고 웃고 돌아갔고.
나중에 생각해보면 정말 우연의 연속이었어. 신호 타이밍, 비로 인한 미끄러짐, 브레이크 압력, 시야 각도, 그리고 그 고양이의 이동 경로. 이게 하나라도 어긋났으면 최소한 범퍼 접촉은 났을 확률이 높았는데, 이상하게도 차들은 ‘사고는 나지 말라’는 합의라도 한 듯 멈춰 섰더라. 그날 나는 보험사 전화번호를 손가락으로 찾다가 결국 안 눌렀고, 접수할 일도 없었어. 그런데도 마음은 한동안 쿵쾅거렸지. 사고가 안 났다는 사실보다도, 사고 직전까지 갔던 내 몸의 긴장감이 아직 남아있어서.
그리고 오늘도 가끔 그 길을 지나가면, 고양이가 그때처럼 나타날까 봐 무의식적으로 속도를 더 줄여. 물론 실제로는 아직 못 봤지만, 이상하게도 그날 이후로는 “운전은 실력이 아니라 타이밍이더라”라는 말을 믿게 됐어. 어쩌면 그 고양이가 교통경찰 역할을 한 건지도 모르지. 결론은 이거야. 차 사고 난 뒤 부딪히지 않고 끝난 기막힌 사연의 주인공은 나도 상대 운전자도 아니고, 그저 비 내리는 새벽에 길 위에서 스르륵 지나간 고양이 한 마리였다는 거지. 다음엔 고양이가 나타나면… 우리도 잠깐 인사하고 지나가야 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