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일어난 치킨 배달 전쟁
회사에서 치킨 배달 전쟁이 시작된 건, 정확히 “오늘 야근 끝나면 뭐라도 시켜 먹자”라는 말이 회의실 공기 속에 퍼지면서부터였어요.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다들 손이 휴대폰 쪽으로 같이 움직이더라고요. 마치 공통된 본능이라도 있는 것처럼요. 저는 그때만 해도 이게 단순한 회식인 줄 알았습니다.
문제는 배달 앱이 아니라, 배달 주소였어요. 우리 팀은 회사 건물 3층을 쓰는데, 한 팀원이 “여긴 정문 말고 후문이 더 빨라요”라고 말하는 순간 분위기가 확 바뀌었습니다. 누군가는 “아니야, 후문은 늘 재난문자처럼 늦게 열려”라고 했고, 또 누군가는 “정문은 기사님들이 계단을 싫어해서 그래요”라고 근거 없는 확신을 뿜었죠. 저는 “그냥 주문하면 되잖아…”라고 말했지만, 이미 전쟁 선포는 끝난 뒤였습니다.
첫 타자는 영업팀이었어요. 그들은 “우리 회사 단골은 여기다!”라며 특정 브랜드를 외쳤고, 배달 예상 시간이 35분이라고 떠서 다들 안도했죠. 그런데 20분쯤 지나자 그 팀원이 갑자기 “잠깐, 우리 동네 배달이 아니라 다른 지점으로 찍혔어…”라고 말하더니, 앱 화면을 보여줬어요. 주소가 다른 층이 아니라 다른 지역이었고, 그 순간 방 안에서 누군가가 “이건 전쟁이야”라고 중얼거렸습니다.
그 다음은 개발팀이었습니다. 개발팀은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로 싸우더라고요. “후기가 좋은 집은 실패율이 낮다”면서 별점, 리뷰 수, 재배달 사례까지 분석해서 표를 그리려는 기세였어요. 심지어 치킨 종류도 알고리즘처럼 정렬해 “순살은 검증 완료, 뼈는 변수 있음”이라고 하더니, 결론은 결국 전부에게 적용 가능한 ‘무난한 맛’이었습니다. 그런데 무난함이 제일 무섭다는 걸 그때 알았어요. 무난하면 더 많이 먹게 되거든요.
인사팀은 분위기 관리 담당답게, 치킨이 아니라 상황을 주문했어요. “다들 배고프니까, 일단 콜라부터 먼저 시키죠”라며 무빙을 시작한 거죠. 그런데 콜라가 먼저 오면 사람들이 덜 화가 날 줄 알았는데, 그건 착각이었습니다. 콜라가 오자마자 “이제 치킨도 곧 오겠지?”가 아니라 “콜라가 먼저면 치킨도 빨라야 정상인데?”로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인사팀이 의도한 화해는 회색빛이었고, 전쟁은 더 정교해졌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작전회의를 했습니다. 저희 팀장은 “한 집만 시키자”라고 말했는데, 누군가가 바로 “한 집만 시키면 로또가 나와도 나눌 수 없잖아요”라는 소리를 해서 다들 웃었거든요. 웃음은 잠깐이었고, 바로 이어서 “그럼 한 집, 대신 세트로” 같은 타협안이 쏟아졌습니다. 문제는 세트가 많아질수록 배달 시간이 길어지는 시스템이었죠. 누군가 “세트는 스케일업이야”라고 말하는데, 정말로 우리 대화가 개발 회의처럼 변해가서 더 무서웠습니다.
결국 치킨은 두 번에 걸쳐 도착했어요. 첫 배달은 “기사님이 엘리베이터 앞에 놓고 가셨어요”라는 메시지와 함께 왔는데, 그 엘리베이터가 어느 쪽인지가 문제였습니다. 3층에 엘리베이터가 두 대라서, 저희는 마치 신분증 검사하듯 방문 기록을 확인하느라 바빴어요. 그러다 어떤 사람이 “아, 이쪽은 옆 엘리베이터예요”라고 말한 순간, 치킨 상자가 들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 소리만으로도 다들 눈이 반짝였습니다. 배고픔은 진짜로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더군요.
두 번째 배달은 더 웃겼어요. 첫 치킨을 받는 동안 누군가가 앱을 잘못 눌러서 추가 주문이 들어간 겁니다. 그 추가 주문은 ‘사이드 메뉴만’ 들어갔고, 문제는 사이드가 사람 마음을 흔든다는 거였어요. 누군가는 “이건 치킨 전쟁의 보급품이야”라고 했고, 누군가는 “이제 치킨이 아니라 사이드가 승리한 거네”라고 선언했습니다. 결국 우리는 치킨을 먹는 중간에 또 치킨 배달 진행 상황을 확인하고 있었어요. 진짜로요. 전쟁이 끝나려면 배달이 끝나야 하는데, 우리의 마음은 이미 종결을 거부했습니다.
다 먹고 나서야 정리됐습니다. 팀장은 “다음엔 통합 주문으로 합시다”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통합 주문은 통합 갈등을 낳아요”라고 받아쳤어요. 저는 그날 이후로 배달 앱을 볼 때마다, 예상 시간 숫자보다 회사의 표정이 먼저 떠오릅니다. 치킨 한 마리로 이렇게 단합하고 분열할 수 있다는 걸, 우리 회사가 증명해버린 셈이죠. 그리고 아직도 누군가는 가끔 말합니다. “이번엔 주소부터 정하자.” 그 말이 들릴 때마다 전쟁이 아니라, 다음 전쟁의 예고편을 보는 기분이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