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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랑 먹은 차례 음식, 잊지 못할 맛

2026-06-05 05:41:13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올해 차례는 생각보다 빨리 다가왔고, 나는 “이번엔 진짜로 깔끔하게 먹고 끝내자” 같은 다짐을 했었다. 그런데 문제는 가족이 나보다 훨씬 더 차례 음식에 진심이라는 거였다. 아침에 상 차리는 소리 들리는 순간부터 집안 분위기가 이미 축제 모드였고, 나는 그걸 보면서 괜히 긴장했다. 왜냐면, 우리 집 차례 음식은 ‘제사 끝나면 잠깐 먹는 정도’가 아니라, 끝나고도 계속 이어지는 한 판이기 때문이다.

차례 지내는 동안 나는 앉아 있긴 했는데, 솔직히 눈과 귀가 계속 상 위로 갔다. 전이랑 나물류는 말할 것도 없고, 조기 구운 냄새가 진짜로 코를 간질였다. 할머니가 “이건 꼭 한 번 더 올려야 한다” 하면서 접시를 조정하실 때마다, 내 머리 속에는 이미 “이 접시는 나중에 내 차례다” 같은 멍청한 생각이 굴러갔다. 엄마는 “먹기 전에 사진 찍지 마”라고 하셨지만, 동생은 이미 뒤에서 휴대폰 들고 있는 걸 들켰다. 딱 그 순간부터 우리 집은 엄숙함보단 전투 모드로 바뀌었다.

차례 끝나고 음복 준비하는 그 타이밍이 제일 중요했다. 보통은 조용히 넘어가야 하는데, 우리 가족은 그걸 못 참고 수다부터 시작한다. “어제부터 무친 거라서 더 맛있어” “전은 부치기보다 살짝 데워서 다시 먹어야지” 이런 말들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나는 늘 느끼는데, 우리 집은 차례가 끝나는 순간부터 ‘음식 리뷰 회의’가 자동으로 시작된다. 누가 먼저 말하느냐에 따라 다음 주 메뉴가 결정될 것 같은 분위기라서, 다들 목소리를 낮추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서로 신경전을 벌인다.

상에서 내려온 음식은 진짜로 눈앞에서 다른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변했다. 떡국 떡은 생각보다 쫀득했고, 나물은 간이 딱 맞아서 “아, 이건 밥을 부르는 맛이다” 싶었다. 근데 제일 충격은 전이었다. 겉은 바삭한데 속은 촉촉해서, 한 입 먹자마자 “아니 이게 차례 음식이라고?” 하고 말이 튀어나올 뻔했다. 엄마가 옆에서 “먹을 때 바로 나눠”라고 했는데,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내 손이 이미 전 접시 쪽으로 이동한 걸 알아차렸다.

동생이 전을 좋아하는데, 문제는 그 방식이 남다르다. 동생은 전을 먹을 때 간장부터 찍는다. 그런데 우리 집 간장은 그냥 간장이 아니라, 할머니가 “이건 차례 끝나서야 맛 본다”라고 따로 만들어 두는 간장이다. 그래서인지 첫 입을 먹는 순간 동생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갑자기 “이건… 진짜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걸 들은 가족들이 “뭐가 진짜인데?” 하고 바로 몰려들었고, 결국 전 접시는 순식간에 반으로 줄어 있었다. 나는 웃으면서도 한편으로는 서운했다. 왜냐면 나는 ‘이 정도면 충분히 남겠지’라고 착각한 사람이었거든.

그때 아빠가 국을 한 그릇 떠오시면서 “차례 음식은 결국 마지막에 남은 게 진짜다”라고 하셨다. 무슨 뜻인지 알겠는데, 그 말을 듣는 순간부터 내 마음은 또 흔들렸다. 왜냐면 우리는 이미 전을 다 먹을 기세였고, 나물도 어느 정도 줄어 있었다. 그런데 아빠 말대로, 나중에 남은 것들—특히 전 부스러기나, 떡국 국물에 섞인 조각들—그게 또 이상하게 맛있었다. 한 번 더 섞이고, 한 번 더 데워지고, 한 번 더 시간이 지난 음식이 우리 가족 입맛을 제일 잘 알아맞히는 것 같았다.

저녁쯤 되니까 가족들이 각자 한마디씩 하면서 마무리했다. “차례 지내길 잘했네” “이 맛 때문에 또 기다리는 거지” 이런 말들이 나오는데, 나는 그게 그냥 인사처럼 들리지 않았다. 실제로 그날의 맛이 특별했던 이유는 음식 자체보다, 그걸 먹는 방식 때문이었다. 상 위에 올라가던 순간, 내려오기까지 기다리던 시간, 그리고 한 입씩 나눠 먹으면서 웃고 떠드는 그 과정이 같이 남았다. 그래서인지 다음 날 아침에 남은 음식 데워 먹는데도, 어제의 소리랑 표정이 같이 떠올라서 더 맛있게 느껴졌다.

결국 나는 올해도 차례 음식에 또 휘말렸다. 다짐은 늘 멋있게 시작하지만, 마무리는 가족의 속도에 따라가게 된다. 특히 그날 전을 마지막으로 먹던 순간, 할머니가 내 그릇을 보시더니 “야, 너무 욕심내지 마. 내일 아침에 또 먹어야지”라고 하셨다. 그 말이 너무 웃겨서, 나는 “네네!” 하고 대답하면서도 속으로는 이미 ‘다 먹고도 내일 계획을 세우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차례 음식은 끝났는데, 이상하게 우리 가족의 분위기는 아직도 이어지는 느낌이었다. 내년에 또 같은 일이 벌어질 것 같아서, 사실 조금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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