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야근하면서 시킨 야식이 행복을 준 순간
회사 야근하면서 시킨 야식이 행복을 준 순간, 그날은 진짜 “이게 맞나?” 싶은 밤이었어요. 마감이 코앞인데도 자꾸 변수가 튀어나오고, 회의실 불은 꺼질 생각을 안 하더라고요. 저는 노트북 화면만 바라보면서 손가락이 키보드에 붙는 느낌으로 작업하다가, 어느 순간 멍하니 벽시계를 봤습니다. 시간이 더디게 가는데, 제 배는 이미 빠르게 비명을 질렀죠.
처음엔 그냥 “조금만 더” 했어요. 야근 수당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그렇게 ‘조금만 더’가 몇 번 반복되니까, 어느새 저녁이 아니라 새벽 앞까지 와 있더라고요. 팀장님이 “야식 시키자” 하시는데, 그 말이 들리는 순간부터 저는 뇌가 아니라 배가 회의에 참여했어요. 다들 피곤해서 선택 장애가 오긴 했는데, 결국 제일 무난한 건 역시 치킨이더군요. 다들 “치킨이면 되지”라는 표정이었고요.
문제는 메뉴를 고르는 시간이 아니라, 배달 앱에서 ‘예상 시간’이 점점 늘어나는 그 과정이었습니다. 40분이 55분, 55분이 70분. 저는 “설마 지연 사유가 ‘업무 증가’인 건가?” 같은 농담을 혼자 하면서 웃었는데, 웃음이 입에서 나오기도 전에 배가 또 울었어요. 옆자리 동료는 “이쯤 되면 치킨이 아니라 위로가 오겠지”라고 하더라고요. 그 말에 다들 잠깐 정적이 생겼다가, 바로 또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러던 와중에 사내 메신저로 공지 하나가 떴어요. “마감 지연으로 추가 산출 필요합니다.” 그 순간 회의실 공기가 확 바뀌었죠. 누가 봐도 치킨이 도착해야 할 타이밍인데, 우리 업무는 치킨을 기다리는 대신 더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어요. 저는 손에 들고 있던 종이컵 커피를 내려놓고, 냉장고 같은 눈으로 팀장님을 봤습니다. 팀장님은 “야식은 맛있게 먹어야 힘이 나요”라고 말하면서도 눈은 이미 지쳤더라고요.
배달이 도착했다는 알림이 뜬 건, 솔직히 말해서 거의 기적처럼 느껴졌어요. ‘띵동’ 소리 들리자마자 모두 동시에 고개를 들었는데, 그때가 진짜 웃겼습니다. 평소엔 다들 각자 일하느라 말도 없는데, 야식 앞에서는 팀워크가 자동으로 활성화되는 거죠. 문 앞에 가보니 기사님이 상자를 들고 서 계셨고, 저는 그 순간 기사님을 “야근의 구원자”로 불러야 마땅하다고 생각했어요.
상자를 열자마자 그 냄새가 회의실 전체를 통째로 데워버렸습니다. 종이상자에서 김이 살짝 올라오고, 소스가 묻은 치킨 조각들이 “늦어서 미안”이 아니라 “드디어 왔네” 같은 표정이었어요. 저는 첫 입을 베어 물기 전에 잠깐 멈칫했는데, 그 이유가 너무 황당해서요. 그동안 너무 배가 고파서, 맛을 느끼기 전에 ‘숨’부터 들어온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입에서야 진짜 행복이 와르르… 아, 이게 맛이구나 싶었죠.
한 조각씩 나눠 먹는데 분위기가 갑자기 달라졌습니다. 평소엔 “이 파트 어디까지 했어?” “그거 버전 바뀌었어” 같은 말만 오가던 곳이, 잠깐은 “양념이 좀 더 진하네” “여긴 감자튀김이 진짜 미쳤다” 같은 말로 바뀌더라고요. 물론 업무는 그대로 남아 있었지만, 적어도 ‘내가 사람이다’라는 감각이 돌아왔달까요. 저는 한 손으로 치킨을 들고 다른 손으로 마우스를 잡으면서, 이상하게도 집중이 더 잘 됐습니다. 배가 차면 뇌도 차는 거, 과학적으로 맞는 말 같았어요.
그날 밤에 치킨이 해낸 건 단순한 야식이 아니었어요. 야근의 피로를 잠깐 멈추게 해줬고, 팀원들 사이의 짜증을 말랑말랑하게 만들어놨어요. 특히 이상하게도 마지막에 정리되는 순간이 빨라졌습니다. 누가 “아 지금 이거 끝내면 치킨 한 조각 더 남는다” 이런 말 같은 건 안 했는데, 다들 묘하게 ‘빨리 끝내자’로 마음이 모이더라고요. 그냥 배가 먼저 행복해지면, 마음도 따라오는 건가 봅니다.
새벽이 밝아올 때쯤 마지막 수정까지 끝내고, 다 같이 “오늘은 진짜 고생했다” 같은 말을 했습니다. 다들 지친 얼굴인데도 표정이 이상하게 괜찮았어요. 저는 상자 바닥에 남은 소스 자국을 보면서 생각했습니다. 회사도 결국 사람 사는 곳이니까, 어떤 순간엔 치킨 한 상자가 작은 안도감을 주는 거라고요. 그리고 그날 이후로 야근이 시작되면, 저는 먼저 확인합니다. “혹시 오늘 야식은 뭐지?”라고요. 그러면 이상하게도 두려움이 조금 줄어들더라고요. 뭐, 결국 행복은 배달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