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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마켓에서 산 가전, 알고 보니 고장난 상태

2026-06-06 10:41:14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당근마켓에서 가전이 필요하던 날이었어요. 갑자기 집에서 전자레인지가 “삑” 하고 소리만 내다가 죽어버렸거든요. 동네에서 저렴하게 올라온 게 있어서 바로 연락했는데, 판매자님이 사진도 선명하고 상태도 “잘 써요, 생활기스 약간”이라고 딱 적어놓으신 거예요. 가격도 괜찮아서 저는 마음이 편했죠. 솔직히 가전은 새로 사면 돈이 너무 나가니까, 당근은 늘 ‘이득’의 영역이라고 믿는 편이었어요.

거래는 저녁에 만나서 진행했어요. 판매자님이 박스 포장도 깔끔하게 해오셨고, 무엇보다 작동이 되는 걸 집에서 확인하고 가져왔다고 하셨어요. “문제 생기면 연락 주시면 확인해드려요” 같은 말도 하시더라고요. 저는 그 말을 듣고 괜히 마음이 안정되더라구요. 집에 와서 바로 설치하고 버튼을 눌렀는데, 전자레인지가 돌아가는 소리가 나긴 나더라고요. 그래서 ‘오케이, 진짜 정상’이라고 생각했죠.

근데 이게 시작이었어요. 전자레인지가 예열을 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멈칫하는 거예요. 음식 돌리는 중이라면 “정지” 정도는 있을 수 있는데, 멈춘 채로 아무 반응이 없었어요. 다시 누르면 또 잠깐 돌아가고, 또 멈추고. 저는 처음엔 제가 뭔가 잘못 눌렀나 했어요. 설명서가 없어서 유튜브로 모델 번호 비슷한 걸 찾아보려다가, 결국 그냥 사용 빈도가 낮은 제품이라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려 했죠.

그러다 결정적으로 ‘고장난 상태’라는 확신이 들기 시작한 건, 그다음 날이었어요. 전날 밤에 돌리던 걸 정리하려고 했는데, 내부 쪽에서 전기 냄새 같은 게 은근히 났어요. 불에 탄 냄새는 아니고, 진짜로 전자제품에서 오래 쓰다 축적된 냄새랄까… 아무튼 기분이 확 상했죠. 그래서 바로 판매자님께 연락했어요. “어제부터 중간에 멈추고 냄새도 조금 나요. 혹시 테스트 후에 가져오신 게 맞을까요?”라고요.

판매자님 답장은 생각보다 빨랐는데, 내용이 좀 애매했어요. “그때는 잘 됐는데… 지금은 혹시 전기 콘센트 문제 아니에요?” 이런 식이었거든요. 집에 원래 쓰던 멀티탭에 꽂아봤고, 다른 가전도 문제 없이 잘 돌아가는데도 “콘센트 탓”을 먼저 하시니까 저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더 웃긴 건, 판매자님이 “원래 중고는 그래요. 예민하시면 새 걸 사세요” 같은 뉘앙스도 섞으셨다는 거예요.

저는 그때부터 체크를 제대로 했어요. 일단 전원부, 문 닫힘 감지, 도어 스위치 같은 걸 대충이라도 확인하려고 했고, 무엇보다 돌릴 때마다 증상이 같은지 기록했어요. 예열 시간 약 1분쯤에서 멈추는 패턴이 딱 있었거든요. 그러면 그냥 개인이 적응 문제로 생기는 일이 아니라, 어떤 부품이 열받았다가 보호되는 상황 같았어요. 저는 수리 맡기기 전에 한번 더 통화로 확인해보고 싶어서 판매자님께 “테스트 영상이나 작동 확인 자료가 혹시 있냐”고 물었죠.

근데 그 순간부터 대답이 바뀌기 시작해요. “영상은 없고요, 사진이랑 같이 올렸잖아요.” “중고라 이해해달라”는 말이 반복되더니, 나중엔 연락이 약간 뜸해졌어요. 제가 “그럼 교환이나 환불은 가능할까요”라고 하니까, “당시엔 이상 없었는데 고장으로 판명되면 제가 책임질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같은 답이 왔고요. 저는 그 글을 보면서… 아, 이거 진짜로 ‘고장난 상태’가 맞구나 싶었어요. 판매 글에는 작동 문제에 대한 단서가 아예 없었거든요.

결국 저는 주변 사람들 도움을 받아서 수리 가능 여부를 알아봤어요. 기사님이 와서 보더니, “이건 내부 보호장치나 스위치 쪽이 나간 경우가 많아요. 대체품 없이 부품 교체하면 비용이 꽤 나올 수 있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그러면 당근에서 산 건데… 원래 고장 상태였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기사님이 말이 아주 현실적이었어요. “중고라도 판매자분이 ‘고장’ 자체를 숨기면 이런 일이 종종 있어요. 전자레인지는 겉보기로는 정상처럼 보여도 도어 쪽이나 타이머 쪽이 이상하면 돌다 멈추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저는 결론을 내렸어요. 판매자님이 고의였는지, 아니면 거래 전에 잠깐 잘 되다가 그 사이에 고장났는지… 그 부분까지 제가 100% 증명할 수는 없잖아요. 하지만 제가 확실히 느낀 건 하나예요. “잘 써요”와 “테스트했어요”는, 생각보다 책임감이 큰 단어라는 거요. 중고거래가 서로 믿는 게임이라면, 적어도 고장 신호가 있던 물건은 솔직하게 말해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어요. 저는 이후로 가전은 더 꼼꼼하게 조건을 확인하고, 가능하면 현장에서 작동을 확인하는 쪽으로 마음이 바뀌었어요.

그리고 지금도 가끔은 그때 생각나요. 제가 처음 버튼 눌렀을 때 “돌아가는 소리”가 잠깐 나서 좋아했던 순간. 그 짧은 소리에 기대감이 확 부풀었다가, 멈칫하는 순간에 제 마음도 같이 멈추더라고요. 당근에서 얻은 건 가전이 아니라 교훈이었지만, 그래도 웃긴 건 있어요. 전자레인지가 멈출 때마다 마치 제가 “이쯤에서 멈추자”는 삶의 속도를 맞춰주는 것 같았거든요. 다음엔 진짜로 속도감 있게, 작동되는 물건만 데려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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