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 가족과 함께 한 차례 음식 만들기 대작전
친정 가족과 함께 한 차례 음식 만들기 대작전은 생각보다 거창하게 시작됐습니다. “이번엔 우리 집에서 다 같이 해먹자” 한마디가 그렇게까지 커질 줄은 몰랐어요. 제가 부엌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엄마는 이미 장바구니를 세탁기 옆에 내려놓고, 이모는 “나는 채소 손질 담당”이라고 선언하더니 앞치마를 먼저 동여맸습니다. 그 순간부터 제 역할은 ‘보조’가 아니라 ‘현장 지원 겸 도망 방지’였다는 걸 깨달았죠.
첫 단계는 회의(=현장 브리핑)였습니다. 거실에 모인 친정 가족들이 메뉴를 놓고 이야기하는데, 엄마는 “메인은 국물 있는 걸로 가야지”라고 하고, 아빠는 “손님 오면 든든해야 한다”라고 하고, 큰언니는 “근데 너무 무거우면 다들 남겨”라고 했습니다. 그러다 결론은 신기하게도 다들 각자 한마디씩 하다가 결국 국물 있는 메인 + 볶음 + 전 + 후식으로 확정됐어요. 저는 그때부터 속으로 ‘이거 그냥 저녁 한 끼가 아니라 이벤트네…’ 싶었습니다.
재료는 이미 반쯤 손질된 상태로 오면 좋겠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양파는 눈물용으로 한 단 더 사오고, 파는 “향이 살아야 한다”면서 일부러 잎을 잘라 또 준비했어요. 이모가 당근을 채 써는 순간, 저는 옆에서 “이건 채칼 없어요?”라고 물었는데, 이모가 “채칼은 손목이 게을러진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시작된 손질 작업은 거의 노동 조합처럼 돌아갔습니다. 한 명이 자르고, 한 명이 씻고, 한 명이 정리하고, 한 명은 옆에서 맛 보자고 소리 지르고요.
그다음은 제가 맡은 차례였는데, 처음엔 “너는 불 조절만 해”라고 했습니다. 저는 불 조절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지 몰랐어요. 국물은 끓는 게 중요한데, 어느 순간 끓기 시작하면 가족들이 다 제 옆에 모여들기 시작합니다. “지금이야?” “더 끓여?” “불 낮춰?” “향 올라오잖아!” 한 번은 제가 잠깐 뚜껑을 닫는 타이밍을 놓쳤더니, 엄마가 아주 과학자처럼 온도를 재보라는 눈빛을 보냈습니다. 저는 그날 처음으로 ‘가족은 타이머가 아니라 센서다’라는 걸 깨달았어요.
볶음 담당은 큰언니였는데, 큰언니는 “불이 세면 빨리 되지”라고 시작했다가 5분 만에 “아니야, 이건 향이 타기 전에 멈춰야 해”로 태세 전환했습니다. 프라이팬에서 지글지글 소리가 날 때마다 누가 한 번씩 “냄새가 좋아!”를 외치는데, 솔직히 그게 너무 신뢰감을 줘서 더 무서웠어요. 왜냐면 ‘좋아’라고 하면 다음 30초 동안 뭔가가 꼭 더 들어가거든요. 결국 양념이 늘어나고, 소스가 늘어나고, 간이 늘어나서 간신히 균형을 맞추는 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전은 아빠가 담당했는데, 아빠가 손을 대기 시작하면 뭔가 항상 ‘한 단계 업그레이드’됩니다. “이거 겉바속촉으로 가야지”라고 하더니 반죽에 뭔가를 더 넣어요. 제가 “계란은 이미 넣었는데요?”라고 묻자, 아빠는 “조금만 더 넣으면 더 부드럽잖아”라고 답합니다. 그리고 부침개처럼 지글지글 익기 시작한 순간, 온 집안이 이미 한식당 향으로 변하더라고요. 저는 그때부터 배가 고픈 게 아니라 마음이 두근거렸습니다. 먹기도 전에 ‘성공했다’는 기분이 오히려 먼저 들었거든요.
그 사이에 저는 테이블 세팅과 후식을 맡았습니다. 후식은 크게 거창하지 않다고 했는데, 말은 그렇게 해놓고 과일이랑 젤리랑 뭔가 시리얼 같은 걸 또 얹어서 결국 그릇이 계속 늘어났습니다. 엄마가 “손님 오면 이렇게 내면 보기 좋아”라고 했는데, 정작 손님은 가족뿐이었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식탁 앞에서 사진을 찍고, “이건 방송용 각도야” 같은 말을 하며 진지하게 셔터를 눌렀습니다. 저는 웃기면서도 동시에 뿌듯해서, 아 이게 친정의 힘이구나 싶었어요.
드디어 식사 시간이 됐는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한 상씩 올릴 때마다 “이건 꼭 같이 먹어야 해”가 연달아 나오고, 가족들은 본인이 만든 걸 설명하기 시작합니다. 엄마는 국물 한 숟갈 떠주고는 “이건 마늘이 핵심”이라고 하고, 이모는 전 옆에 소스를 “이 비율이 중요해”라며 바로잡아줍니다. 아빠는 “볶음은 불 세게 해야 한다고 했지”라고 결론을 내리고, 큰언니는 “아니야, 불은 적당히”라고 다시 반론합니다. 저는 그 와중에도 젓가락이 자꾸 움직이니까, 결국 제 입장에선 논쟁이 아니라 맛의 조합을 완성하는 과정 같더라고요.
먹고 나서 설거지를 하려는데, 가족들이 갑자기 한 명씩 사라집니다. “설거지는 내가 할게”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이미 싱크대 앞에 나뭇잎처럼 붙어 있던 사람들은 어디로 간 건지… 결국 제가 남겨진 접시를 보며 혼자 속으로 ‘대작전은 끝난 게 아니라 전투가 다른 곳으로 옮겨갔구나’ 싶었어요. 그래도 이상하게 마지막에 깔끔해진 식탁을 보니까, 피곤한데도 괜히 웃음이 나더라고요. 친정 가족과 한 차례 음식 만들기는 결국 요리보다 서로 눈치 보는 시간을 같이 먹는 행사였다는 걸, 접시 닦으면서 뒤늦게 깨달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