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취방 설거지 중 터진 웃픈 사건
첫 자취방 설거지 중 터진 웃픈 사건, 그날도 별거 아닌 거겠지 하고 시작했는데… 결과부터 말하면 제 손이 아니라 제 생활이 잠깐 증발할 뻔했어요. 첫 자취방이라 그런지 물건 하나하나가 다 처음이라, 설거지도 ‘나 이제 어른이다’ 모드로 임했죠.
대충 저녁 먹고 나서 주방에 쭉 둘러놓인 그릇들을 보는데, 세상에 설거지 거리가 이렇게 늘어나는 게 가능하구나 싶더라고요. 냄비는 국물 자국이 눌어붙어 있고, 후라이팬은 기름이 얇게 막을 씌운 듯 번들거리고, 그 와중에 컵은 물때가 살짝 남아 있었어요. 저는 당연히 “뜨거운 물 + 세제 + 정성”이면 해결된다고 생각했죠.
문제는 제가 거품을 너무 좋아한다는 거예요. 거품이 생기면 마음이 안정되는 타입인데, 첫 자취니까 ‘충분히’ 해야 할 것 같아서 세제를 대충이 아니라 거의 한 컵 부어버렸어요. 거품이 싱크대 주변에서 폭포처럼 올라오더니, 물이 적당히 섞일 틈도 없이 하얀 파도가 일어나기 시작했죠. 그때부터 타이밍이 꼬였어요.
하필 제가 거품 걷어내려고 수세미를 휘젓는 순간, 싱크대 배수구 쪽에서 “퐁!” 하고 뭔가가 걸리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설거지하면서 소리가 나면 원래 뭔가 빠지는 소리여야 하는데, 그 소리는 마치 제 자취생활에 딴 사람의 평가가 붙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처음이라 당황했지만, 그래도 ‘어, 배수 안 되는구나’ 정도로만 생각하고 계속 문질렀죠.
그런데 거품이 너무 커졌어요. 원래는 물이랑 세제가 섞여서 적당히 흘러가야 하는데, 하얀 거품이 뚜껑처럼 덮이면서 배수구 주변에서 뽀글뽀글 올라오기 시작했어요. 순간적으로 주방 바닥이 젖기 시작했고, 저는 거품을 닦으려고 휴지부터 찾다가, 휴지가 젖어서 더 엉키고… 이게 딱 “내가 해결하려고 할수록 더 커지는 문제” 그 패턴이더라고요.
그래도 다 해결돼야 어른이지! 싶어서 수건을 꺼내 바닥을 닦으려는데, 그 수건이 하필 다용도 바구니 안에 있던 새 수건이라 제가 물 묻히는 순간부터 마음이 무너지기 시작했어요. 아, 첫 자취방이라 “새 물건은 함부로 쓰지 말자” 같은 억지 다짐이 있거든요. 결국 저는 “이 수건… 오늘부로 진짜 수건이 되겠구나” 하고 체념하듯 닦았어요.
그 와중에 제일 웃픈 건, 저 혼자만 위기라고 생각했는데 집 전체가 이미 알고 있더라고요. 복도 쪽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고, 심지어 아래층에서(정확히는 아래층인지 확신은 없지만) “혹시 뭐 새는 소리 들리세요?” 같은 말이 들린 듯했어요. 저는 심장이 철렁해서 휴대폰을 들고 연락할 사람을 찾다가, 그 전에 먼저 ‘내가 뭘 했지’부터 되짚게 됐죠.
알고 보니 배수구에 뭐가 막힌 게 아니라, 제가 세제를 너무 많이 부어 거품이 과하게 올라오는 바람에 물이 제대로 내려가지 않았던 거였어요. 게다가 저는 거품이 잘 빠지면 된다고 생각해서 계속 문질렀고, 문지르면 문지를수록 거품이 더 생기니까… 네, 결론적으로 제 손이 거품을 키운 거예요. 그 순간 깨달았죠. 제가 해결한 게 아니라, 제가 문제를 관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요.
결국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간단했어요. 세제를 더 넣는 걸 멈추고, 물을 조금씩 흘려보내서 거품을 희석한 뒤, 배수구 주변을 휴지와 집게로 겨우겨우 건져냈습니다. 냄비는 여전히 눌어붙어 있었지만, 그건 다음날의 제가 할 일로 넘기기로 하고… 주방은 일단 ‘형태만 유지되는 수준’으로 복구했죠. 그리고 저는 창밖을 보며 아주 조용히 혼잣말했어요. “자취는 청춘이 아니라… 청소와의 타협이구나.”
마지막으로 그날 설거지 마치고 나서, 저는 거품이 한 번 더 남아 있나 싶어서 싱크대 아래쪽을 살짝 확인했어요. 그런데 거기서 발견한 게 뭐냐면요, 제가 세제를 쏟아 놓는 과정에서 어딘가 굴러들어간 작은 계량컵이 있었던 거예요. 그게 배수구 옆에 걸려 있다가, 물이 내려갈 때마다 ‘퐁’ 소리를 내며 저를 놀린 거였어요. 결국 사건의 주범은 음식 찌꺼기도 아니고, 배수구도 아니고… 제 계량컵이더라고요. 자취 첫날부터 저는 설거지가 아니라 ‘도구와의 협상’을 배웠습니다. 그 뒤로는 세제를 적당히 쓰고, 거품은 마음이 아니라 물이 해결한다는 걸, 아주 천천히 체득하게 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