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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기간 중 함께한 첫 차 여행, 그리고 대사건

2026-06-08 10:41:13 조회 1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연애 시작하고 얼마 안 됐을 때, 우리는 “첫 차 여행”을 하기로 했어요. 정확히는 제 차였고, 정확히는 제가 운전대를 잡는 순간부터 모든 게 ‘여행’이 아니라 ‘테스트’가 되기 시작했죠. 지금 생각하면 그때부터 이미 대사건의 냄새가 났는데, 저는 커플 예능처럼 “우리 둘만의 추억이다!”라고 외치면서 시동을 걸었어요. 옆에서 그녀가 안전벨트를 딱 잡아당기며 “설레는데?”라고 말하던 그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처음 목적지는 가까운 바닷가였어요. “왕복만 하면 되지”라는 가벼운 마음으로 짐도 대충 챙겼고, 음악도 감성 플레이리스트 하나로 끝냈죠. 그런데 문제는 제가 내비 음성을 너무 신뢰했다는 거예요. 차 안에서 내비가 “다음 우회전입니다” 할 때마다 그녀가 “어? 여기?” 하고 웃는데, 그게 좋았거든요. 우리는 길에서 만나는 표지판을 마치 퀴즈처럼 맞혀가면서 사진도 찍고, 손도 종종 잡고… 그렇게 가는 길은 꽤 로맨틱했어요.

바닷가에 도착하자마자 그녀가 “여기서 사진!”을 외쳤고, 저는 주차를 하려다 보니 차를 한 번 더 확인하게 되더라고요. 주차는 생각보다 금방 했는데, 그녀가 트렁크 쪽으로 손을 뻗는 순간 제 머리가 하얘졌습니다. 트렁크가 제대로 잠겨 있지 않았던 거죠. 분명히 닫았다고 생각했는데, 바람이 한 번만 불어도 열릴 것 같은 애매한 상태였어요. 그녀는 별일 아닌 듯 “혹시 몰라요”라고 말하면서 트렁크를 툭 닫았고, 저는 안심했죠. “여행은 원래 이런 작은 사건이 있어야 재밌다”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부터가 진짜예요. 우리는 해변을 한 바퀴 걷고, 근처 카페에 들어가서 아이스 음료를 마셨어요. 앉아서 서로의 사진을 찍어주고, “여기 맛있네” 같은 말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가더라고요. 그때 그녀가 갑자기 “어… 우리 차 안 냄새 좀 나는 거 같지 않아?”라고 하더군요. 처음엔 장난인 줄 알았어요. 차 안에서 무슨 일이야, 하고 넘겼는데, 냄새가 “음료 쏟은 정도”가 아니고 “무언가가 조금 타는 느낌”에 가까웠습니다.

그래서 다시 차로 뛰어갔죠. 저는 시동을 걸기 전부터 계기판을 확인했는데, 이상 경고가 뜨진 않았어요. 그래도 불길하니까 트렁크를 다시 확인하려는데, 그때 바람이 한 번 확 불더니 트렁크 쪽에서 “퍽” 소리가 났어요. 그녀가 놀라서 “아니 잠깐만, 왜 또…”라고 하는데, 트렁크 안에 들어있던 물건들이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더라고요. 특히 아이스팩이 살짝 새서 바닥에 물기가 고여 있었고, 더 문제는 그 옆에 제가 넣어둔 젤리랑 초콜릿이 미세하게 녹기 시작한 흔적이 보였던 겁니다. 그야말로 “여행의 향미”가 아니라 “냄새의 서막”이었죠.

저는 진정하려고 웃으면서 “설마 이게 다야?”라고 말했는데, 그녀는 웃지 못했어요. 그녀가 조심스럽게 트렁크 안을 들여다보더니, 그제야 “아, 이거… 내가 어제 정리하면서 여기 넣은 건데…”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제 머리 속에 번개처럼 떠오르는 게 있었습니다. 그날 트렁크에 넣었던 건 단순 간식이 아니라 ‘보관용 포장지’였고, 그 포장지가 습기랑 만나면 냄새가 진짜 진해진다는 걸요. 애초에 그녀가 “괜찮아, 냄새 안 나게 잘 쌌어”라고 했던 말이 기억났습니다. 근데 지금은 반대로, 냄새가 더 잘 나오게 됐어요.

결국 우리는 바다 근처 편의점으로 다시 뛰어가서 물티슈랑 방향제랑 비닐봉지를 샀습니다. 거기서부터가 코미디예요. 계산대 앞에서 그녀가 “오늘 여행이… 청소 여행이 됐네요”라고 말하는데, 저는 그 말이 너무 웃겨서 계속 웃음이 나왔어요. 다 닦아내고 방향제까지 달아놓으니 그나마 숨통이 트이긴 했는데, 그녀는 자꾸 “내가 넣은 거라서 미안하다”를 반복하더라고요. 저는 그냥 “미안할 일이면, 우리 오늘은 청소를 같이 했으니까 추억이지”라고 말했죠.

문제는 그 다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생겼습니다. 우리는 즐겁게 “이제 괜찮아” 하고 음악을 다시 틀었는데, 그녀가 갑자기 제 휴대폰을 보더니 “여기 봐봐”라고 말했어요. 제가 찍은 사진이 이상하게 한 장만 흔들려 있었는데, 그 흔들린 사진 속에 트렁크가 살짝 열려 있던 순간이 잡혀 있었습니다. 더 웃긴 건, 그 프레임에 지나가던 차 운전자가 손을 흔드는 듯한 모양이었어요. 저는 “저 사람도 우리 여행 응원하는 거다!”라고 농담했는데, 그녀는 “아니, 저 사람은 아마 냄새 맡고 놀란 걸 거야…”라고 진지하게 말하더군요.

그래서 결론은 간단했어요. 그날 우리는 ‘연애 기간 중 함께한 첫 차 여행’을 했고, 대사건은 “트렁크 미잠금 → 냄새 발생 → 청소&방향제 투입 → 사진 한 장으로 남은 굴욕”으로 정리됐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날을 떠올리면 웃음이 나요. 연애가 달콤한 것만 있는 줄 알았는데, 가끔은 냄새와 웃음이 같이 들어온다는 걸 그때 배웠거든요.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가 나중에 이렇게 말해줬어요. “다음에 또 여행가면, 이번엔 내가 메뉴판이랑 냄새 담당 맡을게.” 그 말 덕분에 저는 지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여행만 기다리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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