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 자취방에서 함께 만든 첫 요리 실패기
연인과 자취방에서 함께 만든 첫 요리 실패기, 그날을 떠올리면 아직도 냄비에서 “삐-” 소리 같은 게 들리는 것 같아요. 사실 요리라고 해봤자 둘이 장 봐서 “뭐라도 해보자” 수준이었는데, 왜인지 그날은 저희가 우주선 조립 팀처럼 진지했거든요. 결과는요… 완전한 실패였고, 동시에 “우리 연애는 아직도 성장 중”이라는 걸 몸으로 배운 날이었습니다.
그날 제 자취방은 늘 그랬듯이 손님 맞이 준비와는 거리가 멀었어요. 싱크대는 적당히 더럽고, 전자레인지는 먼지 맺힌 채로 “나도 쉬어야지” 표정이었죠. 그런데도 연인이 “오늘은 둘이 첫 요리 만들기 날이야!”라고 말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에 감동해서, 냉장고 문을 열고 재료를 찾다가 마음이 급해져서 대충 “이거면 되지 않을까?” 같은 신념을 장착했습니다.
메뉴는 생각보다 거창했습니다. 파스타를 하자, 근데 크림은 사기 아까우니 “간단한 로컬 느낌”으로 가자… 이런 대화가 이어지면서 결국은 “토마토 소스 파스타”를 하기로 결정했어요. 저는 칼을 잡으면 무조건 셰프가 되는 줄 알았고, 연인은 계량컵을 보면 무조건 베이커리가 되는 줄 알았습니다. 문제는 둘 다 실제로는 손에 감긴 의지가 셰프보다 먼저 움직였다는 거였어요.
먼저 파스타 면을 삶는데, 여기서부터 삐끗했어요. 연인이 물 끓이면서 “면은 몇 분이야?”라고 묻자 저는 당당하게 “그냥… 한 7분?”이라고 말했죠. 근데 제가 본 적은 “라면 7분”이랑 비슷한 글귀였고, 파스타는 그보다 훨씬 세련된 규칙을 따르더라고요. 결국 면은 7분이 아니라 9분쯤 되어 보일 정도로 통통해져서, 건져 올렸을 때 이미 “퍼덕” 하는 느낌이 났습니다. 연인이 “왜 이렇게 끈적해?”라고 말하자, 저는 “면이 감정이입한 거야”라고 변명했습니다.
다음은 소스였는데, 여기서부터 진짜 재앙이 시작됐어요. 토마토를 썰어 넣으면 되니까 간단하다고 생각했는데, 칼질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서 토마토가 부서지기보단… 파편이 됐습니다. 저는 “이게 다 향을 내는 과정이야”라고 말하면서 마늘을 다졌고, 연인은 양파를 썰다가 눈이 따가워서 물을 틀었어요. 그 물 틀어놓는 소리가 이상하게 “타이머”처럼 들리더니, 어느 순간부터 저희 부엌이 뭔가… 스페셜 방송 촬영장처럼 됐습니다.
소스 맛을 보기 위해 한 숟갈 떠봤는데, 제 기억으로는 딱 두 가지가 동시에 터졌어요. 첫째는 너무 시큼함. 둘째는 너무 짠맛. 연인이 “설탕을 조금만 넣으면 균형 잡히지 않을까?”라고 했고, 저는 “조금”이 얼마나 미세한지 모르는 사람이었죠. 그래서 그 “조금”이 사실은 “우리가 인생에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정도”로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소스는 새콤달콤이 아니라 새콤+달콤+어디론가 떠나는 맛이 되어버렸고, 연인은 잠깐 멈춘 뒤 “이거… 디저트 소스 같은데?”라고 말했어요.
면을 넣고 볶을 때는 이미 분위기가 반쯤 무너진 상태였습니다. 저희는 “완성 직전”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실제로는 소스가 점점 되직해지더니 바닥에 붙기 시작했거든요. 연인이 주걱으로 긁으면서 “붙는 게 맛의 농도야”라고 말할 때, 저는 왜인지 “붙는 게 그냥 붙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포기 못 해서 계속 저어댔고, 그 사이 제 자취방은 토마토 향과 함께 살짝 타는 향까지 추가로 탑재됐습니다.
마침내 접시에 담을 시간이 됐는데, 여기서 진짜 웃긴 장면이 나왔어요. 파스타를 담으면서 연인이 “우리 작품이다”라고 말하더니, 한 젓가락 먹어보고는 표정이 새로고침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저는 바로 “맛평가 해줘, 솔직히!”라고 했고, 연인은 한참 고민하다가 “음… 맛있는데?”라고 말하려다 결국 “맛있긴 한데, 이게 파스타인지 소스인지 모르겠어”라고 결론 내렸어요. 저는 그 말에 감격했죠. 실패를 인정하는 순간에도 서로 편을 들어주는 게 연애라는 걸 그때 처음 느꼈거든요.
결국 저희는 “다음엔 레시피를 제대로 보자”는 교훈을 얻고, 남은 건 계란에 섞어서 스크램블처럼 처리했습니다. 완벽한 한 끼는 아니었지만, 둘이 앉아서 땀 조금 흘리면서 먹으니까 이상하게 맛있더라고요. 무엇보다도, 그날 이후 자취방에서 요리 얘기만 나오면 연인이 먼저 “그때 소스… 아직도 떠오르지?” 하고 웃어요. 그리고 저는 아직도 그 냄비 소리를 들으면 자동으로 레시피 앱을 켭니다. 실패한 요리는 결국 맛이 아니라 기억으로 남는다는 걸, 저희는 제 자취방에서 아주 진지하게 증명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