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팀장님 몰래 쪽지 돌렸는데 들킨 썰
점심 먹고 바로 회의실로 들어가야 해서 자리 정리하고 있는데, 그때만 해도 “오늘은 그냥 조용히 넘어가겠지” 싶었어요. 근데 제 옆자리에 있던 팀장님이 갑자기 저를 툭 쳐다보시더니, 칠판에 적힌 일정표를 가리키는 거예요. “이거 어제 수정한 거 맞죠?” 하고요. 저는 어제 야근해서 수정한 게 맞긴 한데, 문제는 그 수정이… 제가 임의로 돌린 거라서요.
원래 제가 맡은 건 자료 취합이었는데, 어제 급하게 일정이 꼬이면서 다들 멘붕이었잖아요. 그래서 제가 “그냥 이 방식으로 정리하면 될 것 같은데요?”라고 말하려다가, 다들 눈치 보느라 아무도 결정을 못 하고 있길래 그냥 혼자 파일 정리해서 팀장님 결재 라인에 올렸어요. 근데 팀장님은 제 파일을 확인하신 게 아니라, 아침에 누가 다른 사람이 수정한 것처럼 보이게 되어 있거든요. 제 마음속엔 이미 “들키면 끝장”이 있었죠.
그래도 방법이 있긴 했어요. 바로 팀장님이 회의 들어가기 전에 제 앞자리에 잠깐 앉아 계실 때, 몰래 쪽지로 “어제 제가 수정한 걸로 정리해둘게요”라고만 적어두면, 오늘 회의에서 오해를 바로잡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솔직히 말하면, 그게 제일 안전한 수라고 생각했어요. 왜냐하면 팀장님 성격이 ‘증거는 있어야 하는데, 설명은 짧게’ 스타일이거든요.
그래서 점심시간이 끝나고 모두가 자리로 돌아오는 순간, 저는 노트 옆에 있던 작은 메모지를 꺼냈어요. 메모지 한 줄에 “어제 제 쪽에서 수정했습니다. 오해 없게 처리할게요” 정도로만 쓰려고 했는데, 손이 좀 떨리더라고요. ‘이거 뭐지’ 싶으면서도 결국 적었죠. 그리고 팀장님 노트 옆, 딱 시선이 닿기 쉬운 각도에 살짝 밀어 넣었어요. 태연하게요. 너무 태연해서 오히려 더 티 났을지도 몰라요.
회의실 들어가기 전, 저는 일부러 커피를 더 따르러 간 척했어요. 일부러 팀장님 정면 말고 측면에서 동선을 만들었는데, 그 타이밍을 팀장님도 눈치챘는지 회의실 문 열리자마자 제 쪽을 한 번 훑어보더라고요. 그 눈빛이 “지금 뭐 했어요?” 이런 느낌이었어요. 근데 저는 이미 쪽지를 넣은 상태라, 아무것도 안 한 사람처럼 웃으려 했죠. 문제는 제 웃음이 너무 ‘억지’였다는 거예요.
회의 중에 팀장님이 갑자기 진행을 멈추고, 본인 책상 위를 정리하기 시작하셨어요. 다들 뭔가 중요한 공지가 있나 싶어 조용해졌고요. 그런데 팀장님이 정리하다가 메모지를 꺼내는 순간, 공기가 딱 바뀌었어요. 팀장님이 메모지를 읽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더니, 저한테만 들리게 말하더라고요. “이거… 누구 건가요?” 하고요.
여기서 저는 선택지가 두 개였어요. 첫째는 솔직하게 “제가 넣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둘째는 부인하면서 헛소리를 늘어놓는 것. 당연히 둘 다 망할 확률이 높았지만, 저는 그날 컨디션이 나빠서인지 두 번째를 고른 거죠. 저는 손을 들고 “혹시… 메모지 분실된 건가요? 제가…” 하고 얼버무렸어요. 그 순간 팀장님이 조용히 웃으시더니, 문장 하나를 더 읽어주셨어요. “어제 제 쪽에서 수정했습니다, 오해 없게 처리할게요. 맞죠?”
저는 그제야 알았어요. 팀장님이 쪽지를 단순히 확인한 게 아니라, 아예 ‘누가 넣었는지’ 이미 알고 계셨다는 걸요. 이유는 간단했어요. 제 필체가 너무 제 필체였거든요. 그리고 더 웃긴 건, 쪽지에 적힌 문장 중에 제가 습관적으로 넣는 말투가 있잖아요. 예를 들면 “처리할게요” 같은 표현. 팀장님이 그걸 듣자마자 제 스타일을 바로 알아본 거예요. 그 한마디에 제가 끝났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팀장님이 저를 바로 붙잡더라고요. “몰래 쪽지까지 돌리면서 오해를 막는 건 좋은데, 그 방식은 회사에서 반복되면 안 돼요”라고 하셨어요. 혼을 내는 건 아닌데, 태도가 딱 ‘기분은 잡혔는데 교육은 해줄게요’ 그 모드였어요. 저는 고개를 끄덕이며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그냥 말씀드릴게요. 파일 수정도 공식 루트로 돌리겠습니다”라고 최대한 침착하게 말했죠. 속으로는 ‘다신 쪽지 같은 거 하지 말자’가 백 번 반복됐고요.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이상하게 수습이 됐어요. 팀장님이 “이번 건은 오해를 막기 위한 의도였으니 넘어가죠. 대신 다음엔 메모가 아니라 회의에서 한 번에 말하세요”라고 정리해주셨거든요. 그리고 며칠 뒤, 진짜로 팀 회의에서 제가 수정한 내용을 설명하는데, 다들 박수는 안 쳤지만 적어도 “아, 그거였구나” 하면서 분위기가 풀리더라고요. 결국 쪽지는 틀렸지만, 제 노력은 통했다… 정도로요. 지금 생각하면, 제일 무서웠던 건 들킨 게 아니라 들킨 다음에도 말이 되는 변명이 안 나온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날 이후로 저는 쪽지 대신 늘 ‘공식적으로 한 번 더 확인’하는 사람이 됐습니다. 회사는 왜 쪽지보다 회의가 더 두렵냐… 아직도 그건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