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모임에 갔더니 갑자기 내 이름이 불린 이유
가족 모임에 갔더니 갑자기 내 이름이 불린 이유가 진짜 별거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아니더라. 식탁에 앉자마자 어르신들 수저 놓는 소리랑 술잔 부딪히는 소리가 정겹게 울리는데, 바로 그 순간 누가 내 이름을 딱— 하고 부른 거야. “○○아, 이리 와봐.” 그 한마디가 왜 그렇게 무서운지, 그때 처음 알았어.
나는 그냥 “네?” 하고 일어났지. 그런데 거실 쪽에서 삼촌이랑 고모가 동시에 웃고 있는 게 보였어. 웃는 얼굴인데, 표정이 왜 저렇게 ‘사전 공지 없이 이벤트 시작’ 느낌이 나는지. 옆에 있던 엄마는 아무 말 없이 눈만 마주치고, 그 눈빛이 또 장난을 준비한 눈빛이더라. 그러니까 나는 이미 그 순간부터 긴장했어.
이유인즉슨, 어제 저녁에 내가 가족 단톡에 올린 사진 때문이었거든. 뭐 별거 아닌 거였어. 우리 집 거실에서 잠깐 찍은 건데, 액자 뒤로 커튼이 좀 구겨져 있길래 “이거 다림질 언제 하지…” 하고 농담처럼 올린 거지. 근데 그게 이상하게 공유가 됐는지, 모임 당일에 누군가가 “그 사진 봐봐, 우리 집에도 문제 있어” 하면서 이야기를 꺼낸 거야.
아무튼 이름 부른 사람이 내 앞에 커다란 쇼핑백 같은 걸 내려놓았는데, 그 안에서 먼저 나온 건 다림질용 스팀 도구였어. “너 그거 사진 올렸잖아. 그러니까 너, 오늘 그거 시범 좀 해줘.” 고모가 말하면서 엄청 진지한 표정으로 리모컨을 내 손에 쥐어주더라. 나는 ‘아니 고모… 농담이었는데…’ 이런 표정이었는데, 이미 사람들이 다 휴대폰을 꺼내는 타이밍이었어.
여기서 더 웃긴 건, 엄마가 조용히 내 옆에서 속삭이는데 “너 원래 손재주 있잖아. 안 하면 또 누가 뭐라고 할걸.” 하더라. 아니 손재주 있는 건 맞는데, 이건 기술 발표가 아니라 가족 모임이잖아. 그런데 삼촌이 갑자기 “○○이 오늘은 스팀 전문가야. 우리 다 같이 봐야지” 하면서 분위기를 몰아가니까, 거절할 틈이 사라졌어.
그래서 나는 결국 거실 한가운데로 불려 나가서, 커튼을 펼치고 스팀을 켜고, 마치 예능에서 ‘문제 해결’ 코너 하는 사람처럼 행동했어. 그런데 다림질이 생각보다 잘 안 되더라. 스팀은 나오는데, 커튼 소재가 애매해서 주름이 바로 펴지진 않았지. 그때 집 안 공기가 확 바뀌는 게 느껴졌어. 사람들은 박수도 안 치고, 휴대폰만 들고, 표정은 “계속 해봐” 모드였거든.
그런데 여기서 결정타가 나왔어. 고모가 커튼을 딱 집어 들더니, “어머, 이거 주름이 아니라 커튼 고정용 클립이 안 채워져 있었네?” 라고 말하는 거야. 순간 나는 깨달았지. 내가 주름이라고 생각했던 게 사실은 설치 문제였다는 거. 내 머릿속은 ‘내가 지금 왜 이걸 해결하려고…’로 가득 찼고, 그래도 다들 웃는 걸 보니까 내가 일부러 연기하는 줄 아는 분위기였어.
그래서 나는 얼른 클립을 찾아 다시 끼우고, 커튼을 정리하고, 다시 스팀을 켜서 주름이 펴지게 만들었지. 그제서야 어르신들이 “오오, 된다 된다” 하면서 웃는데, 그때 삼촌이 내게 다가와서 한마디 툭 던졌어. “어제 너 단톡에 올린 사진이 우리 집 전수조사 시작 버튼이었어.” 그 말에 다 같이 빵 터졌고, 엄마도 결국 “농담이 이렇게 크게 번지면 어떡해” 하면서 너스레를 떨더라.
근데 진짜 마음속으로는 좀 복잡했어. 왜냐면 난 결국 사진 한 장으로 ‘가족 모임용 시연자’가 됐거든. 그래도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은 원래 별거 아닌 걸로 웃는 팀이었어. 오늘 내 이름이 불린 이유도 결국은 그거였더라. 단톡의 농담이 누군가의 “자, 우리도 해보자”로 이어져서, 내가 그 현장의 주인공이 된 거.
마지막에 다들 식사하면서도 계속 내 쪽을 보면서 “다음엔 뭐 찍어줄래?” 같은 소리를 하더라. 나도 웃으면서 “다음엔… 주름 없는 사진만 올릴게요” 했더니, 고모가 “너는 그런 말 하면 또 주름 생겨”라고 하더라. 집에 돌아가는 길에 생각했어. 가족 모임에서는 어떤 날이든 이름이 불리면, 그게 진짜로 혼나는 날이 아니라면 거의 80%는 웃기게 시작된다는 거. 그리고 그 80%는… 다음 모임에서도 또 재현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