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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지하철에서 만난 이상한 아저씨 썰

2026-06-11 05:41:15 조회 6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출근길 지하철에서 만난 이상한 아저씨 썰 풀어볼게. 월요일 아침이라 사람도 많고 공기도 눅눅한데, 그날따라 칸 안이 유난히 “무언가 준비된” 느낌이었어. 나도 그냥 출근만 하면 되는 평범한 사람 모드로 서 있었거든.

문제는 내가 2호선 쪽으로 갈아타려고 계단 내려가다가 처음 봤어. 플랫폼에서 한참을 기다리던 아저씨가 있었는데, 딱 봐도 나이가 있으신 편이면서도 걸음이 되게 리듬감 있게 움직이더라. 시계도 아니고 휴대폰도 아니고, 그냥 자기 호흡에 맞춰서 “딱, 딱” 손가락을 꼬집는 느낌이랄까. 주변 사람들은 바쁘니까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데, 이상하게 눈이 계속 마주치더라.

열차가 들어오자 사람들 우르르 타잖아. 나도 무리해서 들어가서 손잡이에 매달렸는데, 그 아저씨가 내 옆에 딱 서는 거야. 그런데 옆 사람이 서면 보통은 고개만 살짝 돌리거나, 괜히 어색하면 시선 피하기 마련인데, 그분은 아예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어. 마치 출발 안내 방송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사람처럼.

그러다 출발하고 나서 몇 정거장 지나자마자, 아저씨가 손에 들고 있던 종이 하나를 딱 펼치더라. 종이에는 뭔가 적혀 있었는데 글씨가 또렷하게 보이진 않지만, 전체적으로 체크리스트 같은 줄 구성이었어. 나는 “설마… 출근 준비 메모겠지” 싶었는데, 그 순간 아저씨가 종이를 한 번 들어 올린 채로, 주변 사람들한테 조용히 말하듯이 “지금은 이 순서”라고 하시는 거야.

그 말이 그냥 중얼거림인 줄 알았지. 근데 바로 이어서 아저씨가 손가락을 다시 꼬집고, 종이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내 가방이랑 바람이 맞물린 것처럼 묘하게 흔들렸어. 나는 깜짝 놀라서 가방을 바로 잡았고, 그제야 아저씨가 내 쪽으로 시선을 살짝 옮기더니, 엄청 진지한 표정으로 “흔들리면 떨어져요”라고 한마디 하더라.

뭐야, 이 사람… 나한테 경고하듯이 말하네? 나는 그냥 예의 차려서 “네…” 하고 고개만 끄덕였어. 근데 그 아저씨가 그걸로 끝이 아니라, 종이를 다시 펼친 채로 자기 앞에 있는 버튼 같은 걸 “설명”하듯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거야. 지하철 손잡이에는 버튼이 없잖아? 그런데 그분은 마치 눈앞에 보이는 가상 버튼을 누르기라도 하는 것처럼 손가락을 딱딱 맞추더라.

한 정거장쯤 더 지나서, 출입문 열리는 소리와 함께 사람들이 잠깐 정렬하잖아. 그 타이밍에 아저씨가 갑자기 종이를 접더니, 내 앞에 서 있던 아주머니의 가방 쪽을 아주 자연스럽게—정확히는 손대지 않고—시선으로만 체크하더라고. 아주머니가 “네?” 하고 놀라는 표정이었는데, 아저씨가 바로 “아, 아니요. 그냥… 오늘은 잘 붙어있네요”라고 말했어. 순간 나도 웃음이 나올 뻔했는데, 그걸 참느라 숨이 좀 막혔어.

여기까지는 그래도 ‘이상하지만 무해’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웃긴 건 마지막에 나왔어. 종착역이 가까워질 때쯤, 아저씨가 마스크 안에서 작게 “이제 마지막 코스”라고 하더니, 갑자기 자기 종이를 나한테 건네는 거야. 나도 놀라서 손을 받았지. 종이에는 크게 적혀 있었어. “오늘도 무사 하차 체크” 같은 제목이랑, 작은 체크박스들이 줄줄이.

나는 당황해서 “아… 이거요?”라고 물었고, 아저씨는 아주 자연스럽게 “네가 옆에 서 있었잖아요. 그러면 같이 하는 거죠”라고 말하는 거야. 뭔가 되게 철학적인데 동시에 너무 황당해서, 웃음과 민망함이 동시에 올라왔어. 종이를 다시 돌려줘야 하나 싶었는데, 그분은 이미 내려서 계단 쪽으로 사라졌더라.

나도 종이를 접어서 주머니에 넣고, 다음 순간 그냥 빵 터졌어. 체크박스가 딱 한 칸만 체크되어 있었거든. 내가 가방 붙잡은 순간이랑, 내가 고개 끄덕인 순간이랑 같이 “사람의 반응”을 체크한 것 같아. 출근길에 이상한 아저씨를 만났는데, 이상하게도 내 하루가 더 정돈되는 느낌… 웃기게도 그 종이 하나 덕분에 내가 버스정류장에서도 발걸음을 더 조심하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줄도 좀 지키게 됐단 말이야. 그리고 지금도 생각나. 혹시 누가 옆에 서 있다가 종이를 건네주면, 나도 “오늘도 무사 하차 체크” 한 번 해드려야 하나 싶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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