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할 때 서로 집 앞 배달 음식 취향 맞추기 미션 도전기
연애할 때 서로 집 앞 배달 음식 취향 맞추기 미션, 이게 그냥 “우리 뭐 먹을래?” 수준인 줄 알았는데… 어느 순간부터 미션이더라. 시작은 사소했어. 첫 데이트 끝나고 집 가는 길에 “내일은 뭐 먹을까?” 하길래, 나는 당연히 가벼운 마음으로 “치킨?” 던졌지. 그 순간부터 상대가 눈빛을 반짝이더니, 마치 게임 시작 버튼 누르듯 “좋아, 집 앞 배달로 맞춰보자”라고 선언하는 거야.
처음엔 귀엽지. 서로 집 주소 말하니까 배달앱이 알아서 후보를 뿌려주잖아. 그래서 나는 “우리 동네도 치킨 맛집 많네” 하면서 들뜸. 그런데 상대가 규칙을 제시해. “1) 우리 집 앞에서 오는 메뉴만, 2) 같은 날에 시키되, 서로 취향 80% 이상 맞추기, 3) 한 번 실패하면 다음 날 ‘복구 미션’ 들어간다.” 복구 미션이 뭐냐고 묻자, 상대가 엄청 진지하게 “실패한 날의 메뉴를 복구하는 거야. 대신 내 취향도 추가로 20% 넣기”라고 하더라. 이건 연애가 아니라 쿠폰 클리어 게임이었어.
그래서 첫 라운드. 나는 무조건 치킨으로 밀었지. 상대는 치킨은 좋아하는데 “양념이 너무 달면 싫어”라고 했어. 나는 그 말을 듣고도 “양념 덜어달라 요청하면 되지 않나?” 생각했는데, 배달앱 옵션이 내 기대만큼 친절하지 않더라. 결국 도착한 건 양념이 달콤한 그 치킨… 나도 맛있게 먹긴 했어. 근데 상대는 한 입 먹고 “음… 달긴 하다” 표정으로 포커페이스 하더라. 그 포커페이스가 너무 정확해서, 실패 판정이 내려진 게 느껴졌음.
바로 다음 날 복구 미션 들어감. 상대는 “어제는 내가 조절 못한 거 인정, 오늘은 내가 정할게”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나는 마음을 놓고 “오케이, 이번엔 뭐?” 했지. 상대가 고른 건 분명 치킨인데, 어제와 다른 브랜드에다가 소스도 덜 달게 조합한 제품. 여기까지는 완벽했어. 문제는 반대편이야. 그 치킨은 담백하긴 한데 내 입맛 기준으로는 좀 퍽퍽했거든. 나는 “이건 맛있는데… 좀 담백한 편”이라고 말했더니, 상대가 갑자기 웃으면서 “그럼 오늘은 내일 복구!”라고 하더라. 그러니까 이 미션은 서로 상처 없이 돌려막기하는 구조가 아니라, 계속 점수 올리는 게임이야.
그다음부터는 진짜 집 앞 배달이 전쟁터가 됐어. 우리는 메뉴 앞에서 심리전 같이 굴기 시작했거든. 예를 들면, 상대가 “매운 건 괜찮아?”라고 물어보면 나는 “응, 적당히는”이라고 답하면서도 마음속으로는 “적당히가 어디까지지”를 계산했지. 반대로 나는 “면 좋아해?”라고 물어봤는데, 상대가 “응, 근데 국물은 너무 뜨거우면 싫어”라고 해서, 그날부터 나는 배달앱 리뷰를 읽는 사람처럼 행동하기 시작했어. ‘국물 식으면 맛이 달라요’ 같은 문장에 인생이 달린 것처럼 체크하니까, 어느새 커플이 아니라 소비자 조사단이 됐더라.
그 와중에 재미있는 게 생겼어. 서로 취향을 맞추려고 하다 보니까, 우리가 몰랐던 단어들이 대화에 들어오기 시작해. 상대는 “면은 탄력 있는 게 좋아”라고 하고, 나는 “소스는 향이 강한 게 좋아”라고 말하면서, 어느 날은 “단짠의 단이 어느 정도면 승인인지” 같은 논쟁도 했어. 물론 대화는 싸우듯 하진 않아. 그냥 서로가 “내가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려다 보니까, 그 자체가 데이트 코스가 되는 느낌이었지. 배달이 오기 전 30분 동안 서로의 취향을 해석하는 시간이 꽤 행복했어.
물론 실패는 계속 있어. 한 번은 상대가 “너는 피자 좋아하니까 시키자”라고 해서 피자를 받았는데, 토핑이 내가 생각한 조합이 아니더라. 나는 조심스럽게 “맛은 있는데… 내 취향은 아니네” 했고, 상대도 바로 “오케이, 내일은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로”라고 바로 인정해줬어. 그래서 그날 저녁, 우리는 배달앱을 켜놓고 ‘다음 미션 메뉴 후보’까지 같이 정했지. 그러니까 미션이 무섭다기보단, 연애가 더 구체적으로 변하는 느낌이랄까. 말로만 “좋아해”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좋아하는 방식’을 공유하는 게임이 돼버린 거야.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집 앞 배달이 아니라, 서로의 생활 반경까지 맞추는 일이 되더라. 상대는 내 동네 배달 가능 시간대랑 조리 시간 때문에 늦게 오는 메뉴를 선호하고, 나는 상대 동네는 주차나 건물 출입 때문에 무조건 포장 잘 되는 걸 고르는 편이야. 이런 사소한 조건을 맞추다 보니까, 결국 “취향”만이 아니라 “배려”가 점수였던 거지. 어느 날 상대가 “이제는 너가 어떤 주문 누를지 거의 예측돼”라고 하더라. 그 말 듣고 진짜 감동했어. 우리가 비슷해진 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방식이 비슷해진 거니까.
마지막으로 가장 웃겼던 날이 있어. 어느 날은 서로 너무 지쳐서 그냥 “오늘은 그냥 아무거나” 했거든. 그런데 배달앱에서 ‘오늘의 추천’으로 주문해놓고 기다리는데, 상대가 갑자기 말하더라. “근데 우리 미션 아직 안 끝난 거 아니야?” 그래서 우리는 한 박자 쉬고 동시에 확인했어. 전날 실패, 그다음 날 복구, 그리고 오늘은… 정확히 무사통과 조건이었지. 그러니까 “아무거나” 시켰는데도 결과는 가장 완벽한 라운드. 그날 우리는 웃으면서도 조용히 한 가지 결론 내렸어. 연애는 결국 취향 맞추기가 아니라, 서로의 ‘별거 아닌 규칙’에 적응하는 게임이라는 거. 그리고 그 규칙은… 치킨 소스처럼 생각보다 오래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