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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앱 쿠폰 덕에 첫 소개팅 망친 썰

2026-06-13 00:41:14 조회 7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앱 쿠폰 덕에 첫 소개팅 망친 썰… 그날 나는 운이 좋았다고 착각했다. 물론 “운”이라기보단 쿠폰이 내 인생을 살려주려는 게 아니라, 그냥 내 자존심을 밟고 가는 중이었다. 그날 약속 시간은 저녁 7시, 장소는 번화가 카페였고, 상대는 소개팅 앱에서 매너 좋다고 소문난 분. 나는 “이번엔 제대로 간다” 모드로 심장이 과열돼 있었다.

문제는 소개팅 전날부터 시작됐다. 나는 카페 근처에서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배달앱에서 “첫 주문 쿠폰”이 또 뜨는 걸 봤다. 내용이 딱 그럴듯했다. “오늘만, 첫 주문 무료에 가까운 혜택!” 이런 문구 있잖아. 사람 홀리는 문장 특화된 거. 그래서 나는 “소개팅 전 긴장도 풀 겸, 가벼운 간식 하나만 시키자”라고 결론 내렸다. 가벼운 간식. 단어는 가볍게 시작했는데, 결말은 무겁더라.

저녁 5시쯤 쿠폰 적용해서 주문을 넣었다. 메뉴는 뭐였냐면… 치킨, 닭강정, 그리고 디저트까지. “첫 소개팅이니까 기분 좋게 시작해야지”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가 작동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포장해서 카페에 가져가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개팅 자리에서 치킨 냄새가 솔솔 풍기면 분위기가 살아날 거라 믿었지. 지금 생각하면 그냥 영화 ‘비상구 없음’에 출연한 느낌이야. 아무리 봐도 답이 없는 선택이었다.

주문 시간은 6시 20분, 카페 도착 예정은 6시 50분. 딱 30분 버퍼가 있으니까 문제 없다고 생각했는데, 배달 기사님은 “실시간으로 도착 예정이 바뀌는” 그 세계관에 살고 계셨다. 6시 20분엔 “곧 출발”, 6시 35분엔 “가까워졌어요”, 6시 50분엔 “주문 폭주로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그 말이 내 뇌를 얼마나 때렸는지 기억난다. 조금만. 조금만이라서 나는 더 믿어버렸다.

그 와중에 나는 상대방에게 “조금 늦을 수도 있어요, 죄송해요”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상대가 “괜찮아요!”라고 답장은 빨리 줬는데, 그 “괜찮아요”가 내가 기대한 ‘괜찮아’가 아니었다. 진짜로 괜찮다는 건지, 아니면 그냥 예의 바른 건지 그 차이를 내가 읽지 못했다. 카페 앞에 도착할 때쯤엔 치킨을 들고 들어가야 한다는 확신이 생겨서, 가방에 종이봉투를 미리 넣어두는 이상한 준비까지 했다. 설레는 게 아니라, 이미 망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거지.

드디어 7시 정각. 상대는 카페 입구에서 나를 보고 먼저 인사를 해줬다. 표정도 좋았고 말도 편했다. “아, 다행이다. 역시 배달은 늦어도 소개팅은 잘 될 수 있구나” 싶어서 나는 봉투를 꺼내려는 순간, 기사님이 전화했다. “고객님, 지금 도착했는데요. 문 앞에 두고 갈까요?” 나는 순간적으로 얼어붙었다. 이건… 지금 카페 앞에서 내 소개팅을 하고 있는 와중에, 문 앞에 치킨을 두고 가라는 말이잖아. 나는 “잠깐만요, 제가… 제가 지금 나가겠습니다”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너무 어색해서 상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결국 상대에게 “제가 기사님이랑 통화가 있어서요, 한 30초만…”이라고 말하고 카페 바깥으로 나갔다. 30초면 충분하겠지. 문제는 30초 동안 내 머릿속에서 벌어진 사건들이었다. 손에는 휴대폰, 한쪽 손에는 가방, 다른 한쪽엔 종이봉투를 이미 들고 있는 것처럼 착각… 그러다 기사님이 “여기 두고 갈게요!”라고 말하며 봉투를 휙 두고 가는 장면을 봤다. 그리고 나는 그 봉투를 들고 다시 카페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순간, 상대가 내 손에 든 걸 보더니 잠깐 웃음을 참는 표정이었어. 그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자리 앉고 나서 나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말하려고 했다. “아, 저… 치킨이 생각보다 빨리 와서… 잠깐 보관만…” 그런데 상대는 이미 눈치가 빠른 타입이었는지, “쿠폰… 쓰셨어요?”라고 물었다. 그 한마디에 나는 멘탈이 꺾였다. 내가 쿠폰 얘기를 한 적도 없는데 어떻게 알지? 알고 보니 상대도 배달앱을 쓰고, 쿠폰을 받으면 뭔가를 꼭 시키는 스타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근데 오늘은 치킨 말고… 이야기로 분위기 맞추는 날이면 더 좋을 것 같아요”라고 했는데, 그 말이 전혀 공격적이지 않아서 오히려 더 민망했다.

결국 우리는 치킨을 먹는 게 아니라, 치킨 사진만 잠깐 찍고(“우리 첫 소개팅은 쿠폰으로 시작한 셈이네” 이런 농담) 그냥 각자 음료를 주문했다. 나는 치킨을 가져온 이유가 분위기 살리기였는데, 막상 분위기는 상대의 배려가 만들어줬다. 상대는 내 실수를 놀리면서도 선을 지키는 말투였고, 나는 그제야 “아, 나는 망한 게 아니라 상황을 수습하는 법이 필요했구나”를 깨달았다. 물론 내 뇌는 계속 “치킨 냄새가… 저 사람 옷에… 손에…!” 같은 생각을 했지만, 상대는 전혀 그런 걸 문제 삼지 않았다.

마무리는 의외로 괜찮았다. 첫 소개팅이니까 무조건 잘 마무리돼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는데, 그날은 오히려 “웃긴 썰 공유한 만남”으로 끝난 느낌이랄까. 헤어질 때 상대가 “다음엔 쿠폰 말고, 우리 만남 자체를 쿠폰처럼 써도 돼요. 이번엔 할인 대신 좋은 기억으로”라고 말했는데… 그 문장이 아직도 좀 여운이 남아. 그리고 나는 오늘도 배달앱을 열 때마다 가장 먼저 떠올린다. ‘쿠폰이 사람을 망치는 게 아니라, 내가 쿠폰에 너무 진심이 되는 게 문제다’라고. 다음 소개팅엔 간식 대신 이야기 먼저 들고 가기로 했고, 최소한 기사님이 카페 문 앞에 치킨을 두고 가는 일은 다시는 없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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