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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회식 때 동료가 자전거 선물해 준 사연

2026-06-13 15:41:12 조회 10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 회식 날이었어요. 원래도 회식 분위기라는 게 “오늘은 괜찮겠지” 하면서 서로 웃다가, 다음 날 캘린더를 보고 울컥하는 그 코스잖아요. 그런데 그날은 유난히 다들 입이 가벼웠고, 특히 우리 팀 막내 지수가 “형들 저녁 끝나고 마지막 선물 하나 남겨둘게요”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이상하게 공기가 달라졌습니다. 술잔이 오가던 와중에도 다들 눈치를 보더라고요.

전에는 그냥 회식 게임이나 하하호호 하다가 끝나는 패턴이었는데, 그날은 식당 테이블마다 왠지 모르게 종이봉투가 하나씩 놓여 있었어요. 저는 제 자리에 앉아 있다가 “설마 이게 다 제 생일 선물은 아니죠?”라고 반쯤 농담처럼 던졌는데, 선배가 “너 오늘 생일도 아니면서 왜 자꾸 기대해”라고 웃었습니다. 그러고 나서도 지수는 입을 꾹 다물고 있다가, 다들 술이 한 바퀴쯤 돌았을 때 갑자기 “자, 마지막이에요”라는 말만 남겼어요.

그때 회식 주도하는 과장님이 “선물은 개인당 한 개, 너무 과하면 내일 세금 신고 들어간다”라고 농담하자, 사람들이 더 신나서 박수 치기 시작했죠. 저는 솔직히 “마우스패드나 텀블러겠지” 같은 생각을 했는데, 제 옆자리 대리님이 봉투를 뜯는 걸 보다가 순간 멈칫했어요. 선물 상자에서 뭔가 길쭉한 게 살짝 보이더라고요. 대리님 표정이 말 그대로 ‘어?’로 굳어 있었고요.

저 차례가 왔을 때, 봉투 안에 들어 있던 건 자전거용 헬멧이었습니다. 근데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헬멧을 들어 올리니까 그 아래에 작은 카드가 있었고, 카드에 “형, 회사 오기 전에 10분만 더 일찍 나가보세요. 생각보다 인생이 빨라져요”라고 적혀 있더라고요. 저는 그 문장을 읽고 한동안 말을 못 했어요. 왜냐면 제 출근 루틴이 딱 하나였거든요. 지각 직전까지 머뭇거리고, 결국은 택시 타는… 그런 루틴요.

제가 “이거 너무 큰데요?”라고 웃으며 말하자, 그제야 옆에 앉아 있던 동료 민수가 조용히 웃더라고요. 민수는 원래 말수가 많지 않은 편인데, 그날은 유독 친절하게 제 쪽을 바라보면서 “형, 우리 회사 앞에 자전거 도로 생긴 거 알고 있었어요?”라고 묻는 거예요. 저는 “그걸 누가 몰라요. 근데… 타면 땀차잖아요”라고 하니까 민수가 “땀은… 사실 변명이에요. 라이딩 끝나고 사무실에 들어오기 전에 에어컨 맞으면 됩니다”라고 진지하게 말하더라고요.

민수는 자전거를 선물한 게 아니라, 제가 타볼 수 있게 ‘시작 세트’를 맞춰준 느낌이었어요. 헬멧뿐 아니라 작은 공기주입기랑, 간단한 장갑, 그리고 “회사 근처에서 편하게 탈 수 있는 코스”를 적어둔 메모까지 들어 있었습니다. 메모에는 웃긴 문장도 있었어요. “초보는 무리하지 말 것. 그리고 넘어지면… 사과는 도로에, 사진은 팀장님께 보내지 말 것.” 이런 식으로요. 다들 웃었는데, 저는 그 메모를 보고 갑자기 좀 울컥했어요.

그날 회식 내내 민수는 별말 안 하고 있다가, 마지막에 술기운 조금 오른 목소리로 한 번 더 설명을 해줬습니다. “형 요즘 출근할 때 표정이 좀 그래 보여서요. 제가 자전거 타면 마음이 정리된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선물은 그냥 헬멧이 아니라, 형이 ‘다음 출근은 조금 덜 힘들게’ 시작할 수 있게 해주는 장치 같은 거예요.” 그 말이 너무 솔직해서, 제가 술잔 들고 고맙다고 말하는데도 목이 잠깐 꽉 막히는 느낌이 들었어요.

집에 와서 상자를 다시 정리하고 있는데, 문득 민수가 이전에 했던 말들이 떠올랐습니다. 예전에 제가 야근 마치고 집 가는 길에 “오늘도 택시비가 아까워”라고 툭 던졌던 적이 있거든요. 민수는 그때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이번에 보니까 그 ‘아까워’가 민수한테는 ‘해결하고 싶다’로 저장돼 있었던 거죠. 저는 그제야 깨달았어요. 사람들은 듣는 것 같아도 다르게 저장한다는 걸요.

다음 날 출근은… 솔직히 처음부터 자전거를 타진 못했어요. 회사 앞 주차장에 자전거 가져다 놓고, 출근 가방만 들고 서 있다가 바람 부는 방향을 한참 보더라고요. 그때도 민수가 카톡을 딱 한 줄 보내줬어요. “오늘은 몰라도 돼요. 내일만큼은 ‘생각보다 인생이 빨라진다’부터 확인해요.” 저는 그 문장을 보다가 혼자 웃었고, 웃고 나서야 자전거에 헬멧을 얹었어요.

그리고 진짜로 며칠 뒤부터 출근 시간이 조금씩 변하더라고요. 처음엔 땀 때문에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빨라지니까” 땀도 마음도 빨리 식는 느낌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민수는 자전거를 선물로 준 게 아니라, 제가 스스로를 조금 덜 쪼그려 앉게 해준 거였어요. 회식 때 그날 제일 많이 웃었던 사람은 사실 저였던 것 같아요. 왜냐면… 저 자전거는 지금도 창고 한 켠에 있고, 아직도 가끔 택시를 타지만, 최소한 택시 타기 전에 “한 번만 더 타볼까?”를 고민하게 됐거든요. 그게 민수의 선물이 아니면 뭐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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