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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회의자료 찾다 내 이름이 상석에 있더라

2026-06-14 10:41:13 조회 9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회사에서 회의자료 찾다 내 이름이 상석에 있더라. 진짜로요. 오늘 아침부터 “이번 주 보고는 내가 정리한다” 모드로 출근했는데, 공유폴더에서 회의자료 폴더를 뒤지다가 눈이 멈칫하더라고요.

처음엔 단순한 실수인 줄 알았어요. 자료 제목이 “분기 추진 현황”이었는데, 표지 첫 줄에 제 이름이 딱 박혀 있는 겁니다. 그것도 평범하게 “참석” 같은 게 아니라, 상석(대표 자리) 옆에 제 이름이 적혀 있었어요. 저는 순간적으로 “어? 내가 오늘 발표야?” 이런 생각부터 들었죠.

근데 더 찝찝한 게, 표지 오른쪽에 참석자 사진 배치가 있었거든요. 가운데 제일 크게 둥근 테두리로 표시된 자리에 제 이름과 함께 제 사진이 들어가 있더라고요. 저는 평소에 회의에서 카톡도 몰래 보고, 질문은 ‘혹시 제가 이해가 잘못했나요?’ 이런 식으로 조심하는 편인데… 그 자리는 제가 앉을 자리랑 결이 너무 달랐습니다.

그래서 폴더 안을 더 뒤졌어요. “진행순서” “좌석배치” “회의체크리스트” 이런 문서들이 따로 있었는데, 좌석배치 문서에 제 이름이 또 등장하더라고요. 거기에는 “상석: [제이름]”이라고 깔끔하게 써 있어서, 농담이 아니라 진짜로 제 역할이 정해진 느낌이었습니다.

그 순간 머릿속이 시계처럼 돌아가기 시작했어요. 혹시 제가 전날 술 마시고 엑셀 파일을 잘못 저장한 건가? 아니면 야근하면서 정신이 반쯤 나간 상태에서 누가 대신 써준 건가? 제가 아는 한, 저는 스스로 “상석”을 요구한 적이 없고, 회의에서 상석은 대체로… 누가 봐도 팀장님이나 중요한 분들이 앉는 자리잖아요.

그래서 제일 먼저 팀 단톡에 검색을 걸었죠. “오늘 발표 누구야?”라고 묻는 게 아니라, 괜히 제가 겁먹은 티 나면 안 될 것 같아서… 대신 “회의자료 표지에서 제 이름이 상석으로 표기돼 있던데 혹시 제가 잘못 본 걸까요?”라고 조심스럽게 보냈습니다. 전송 버튼 누르는 손이 살짝 떨렸던 건 안 비밀입니다.

다행히(라고 해야 하나요) 답이 오더라고요. 담당이라고 적혀 있던 선배가 “아 그거, 자동 양식이라서요. 어제 회의 때 누가 자리 옮기는 거 확인하느라 이름이 먼저 올라간 거예요. 상석은 그냥 디폴트값!”이라고 하더라고요. 순간 제 머리가 띵 했어요. 자동 양식이면 뭐든 자동으로 해석해야 하는데, 저는 그걸 사람처럼 믿어버린 셈이잖아요.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선배가 덧붙이길, “그래도 너 오늘 안 바쁘면, 표지 작업이랑 진행만 같이 맞춰줘. 어차피 상석 디폴트값이면… 네가 손댄 거처럼 보이니까”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그 말 듣고 멍해졌어요. 그러니까 제가 모르게 상석에 앉을 뻔한 게 아니라, 제가 모르고 상석에 ‘손댄 사람’이 돼버린 거죠. 이게 더 웃기고 더 얄미운 포인트였습니다.

결국 회의 시작하고 나서도 저는 계속 좌석을 확인했어요. 혹시나 싶어서 제 자리 주변을 봤더니, 정말로 제 이름표가 상석 쪽에 있더라고요. 다들 원래대로 자기 자리로 가는데, 저는 한 발 늦게 올라가면서 제 이름을 확인하고 싶지 않은 마음과 확인하고 싶은 마음이 싸우는 상태로 앉았습니다. 앉자마자 옆에서 누가 “어제부터 준비 많이 했네”라고 말해서, 저는 속으로 “아니요, 자동 양식이 저를 밀어 올렸을 뿐입니다”라고 외쳤어요. 진짜 마음속에서만요.

그날 결론은 “상석”이 제 자리가 맞았냐? 아니냐?가 아니라, 회사 문서가 사람의 책임감까지 자동 완성한다는 걸 깨달았다는 거예요. 전 아직도 회의자료 폴더를 열 때마다 표지 첫 줄을 먼저 봅니다. 어쩌다 자동 양식이 저를 상석으로 밀어 올려주면, 그때는 제가라도 한 번 웃어줘야 하잖아요. 어쨌든 저는 오늘도 상석에 앉았고, 다음 회의엔… 제 이름이 상석이 아니라 그냥 ‘예비 자리’ 정도로만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도 그게 진짜 제자리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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