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에 벌레 잡았다 했더니 더 큰 게 나타남
자취방에 벌레 잡았다 했더니 더 큰 게 나타남. 그날도 별생각 없었는데, 밤 11시쯤 주방 쪽에서 “툭…툭…” 소리가 들리더라구요. 저는 원래 귀찮은 건 질색이라, 소리 난 방향으로 휴지 한 장 들고 슬쩍 봤어요. 그런데 조그만 벌레가 싱크대 아래로 쑥 들어가 버리는 거예요. “아, 딱 그 정도면 해결이지” 하고 바로 잡기로 했죠.
먼저 겁먹을 필요가 없다고 스스로 세뇌하면서, 휴지에 물티슈 묻혀서 살짝 덮는 느낌으로 접근했어요. 벌레는 생각보다 잘 도망을 못 가더라고요. 순간 “잡았다!” 싶어서 휴지를 바닥에 내려놓는 찰나, 휴지 속에서 뭔가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제가 잡은 게 진짜 끝난 게 맞나 싶었는데, 그래도 뭐… 일단 정리하고 자면 되겠지 하고 쓰레기봉투로 슥 넣었죠.
그런데 이게 시작이었습니다. 봉투를 묶고, 싱크대 문을 닫고, 조명 끄고 침대로 가려는데… 이번엔 거실 쪽에서 더 큰 소리가 났어요. “쓱—쓱—” 하면서 뭔가가 벽을 타고 지나가는 느낌. 저는 그 순간 확신했어요. 아까 잡았던 애가 “응 너 잡았어? 그럼 나 다음이야” 같은 대사를 할 리 없는데도, 분위기가 그렇게 흘러가더라구요.
보통 벌레는 사람 보면 바로 도망가잖아요? 근데 이번 건 도망을 안 갔어요. 오히려 방 안 공기를 탐색하듯이 서서히 움직이는데, 크기가 제 손바닥보다 조금 작긴 한데 무슨… 존재감이 너무 커요. 저는 뇌에서 “이건 바퀴다 vs 그냥 큰 개미다”를 3초 만에 재판했는데, 결론은 둘 다 싫다였어요. 그래서 또 휴지로 덮으려다가, 혹시나 해서 신중하게 잡기로 했습니다.
문제는 제가 자취방에서 벌레를 잡을 때 도구를 잘 갖추지 못했다는 거예요. 스프레이도 없고, 장갑도 없고, 가장 믿을 건 휴지랑 신경뿐. 근데 그 신경이요… 그날은 이미 한계였어요. 그래도 “대충 덮고 끝내자” 마인드로 가려는데, 그 놈이 갑자기 전등 쪽으로 슥 붙더니 방향을 바꾸는 거예요. 이건 그냥 도망이 아니라, 제가 반응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았어요. 저는 그때 처음으로 든 생각이 있어요.
‘내가 뭔가를 건드렸구나’ 라고요. 아까 잡았던 애는 ‘정찰병’이었고, 방금 나온 건 ‘보고받은 본대’였던 걸까요? 솔직히 그런 스토리 좋아하긴 하는데, 막상 내 방에서 실사로 보면 너무 억울하잖아요. 저는 문득 창문 쪽을 봤는데, 창문 틈으로 바람이 들어오는 게 보였어요. “아, 그러면… 들어오는 경로가 있네” 하고 생각하는 순간, 또 “이번엔 어디로 들어왔지?”가 머리를 계속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때부터는 손이 떨리더라고요. 덮으려다 놓치면 더 커질까 봐, 덮을 결심이랑 피할 결심이 동시에 충돌했어요. 저는 결국 잡는 걸 포기하고, 전등을 끈 채로 휴대폰 후레시를 켰습니다. 휴대폰 빛이 비스듬하게 비치니까, 움직임이 더 뚜렷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녀석이 계속 제 쪽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벽과 가구 사이 어딘가로만 왔다 갔다 하는 거예요. 마치 “여기 좁으니까 너도 못 오겠지?” 하는 게임 진행자처럼요.
결국 저는 타협을 택했습니다. 휴지로 무리하게 덮지 말고, 큰 종이(과자 봉지에 붙은 판)를 끼워서 유도하듯이 싱크대 밑으로 다시 보내는 거죠. 그러면 최소한 제 침대 근처에서 떨어질 테니까요. 그 과정에서 몇 번이나 스쳐 지나가며 저를 긴장시키더니, 마지막에 그 종이를 끼운 틈 사이로 “슥” 하고 들어갔습니다. 저는 그때만큼은 승리의 미소를 지었어요. “이제 끝이다. 진짜 끝이다.”라고요.
근데… 끝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싱크대 밑을 한참 바라보다가, 용기 내서 잠깐 확인하려고 문을 살짝 열었어요. 그런데 그 순간, 아까 제가 넣었던 쓰레기봉투가 생각나더라구요. “설마 방 안에 남아있던 애들이… 봉투에 갇힌 척하다가…” 이런 상상도 했죠. 물론 상상은 상상이고, 실제로는 아마 제 착각이었을 가능성이 큰데, 그날의 공포는 착각을 먹고 더 자랐습니다. 결국 싱크대 아래를 확인하는 순간, 진짜로 뭔가가 또 꿈틀거리는 걸 봤어요. 그때 느꼈죠. 이건 벌레가 커진 게 아니라, 제가 벌레랑 싸우는 방식이 망한 거구나.
그래서 마지막으로 제가 한 선택은 딱 하나였어요. 인터넷을 열고, “자취방 벌레 퇴치 루틴” 같은 글을 검색하더니, 냉장고 정리부터 하면서 동선 자체를 바꿨습니다. 음식물은 바로 밀봉, 싱크대 주변은 물기 제거, 배수구는 주기적으로 청소, 창문 틈은 간단히 막기. 그날 이후로는 벌레가 완전히 사라지진 않아도, 최소한 “내가 이겼다” 같은 착각은 안 하게 되더라구요. 지금도 가끔 밤에 들려요. “툭…툭…” 소리. 근데 그럴 땐 휴지 들기보다 먼저 정리부터 합니다. 그날 이후로 제 자취방엔 두 가지 교훈만 남았어요. 벌레 잡는 건 시작일 뿐이고, 진짜 큰 건 벌레가 아니라 내 멘탈이라는 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