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에게 쿠폰 줬더니 사용처가 내 동네였음
연인에게 쿠폰 줬더니 사용처가 내 동네였음. 이게 무슨 운명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우리 둘 다 뭔가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던 거더라.
처음엔 진짜 설렜어. 생일도 아니고 기념일도 아닌데, “이거 써봐!” 하면서 쿠폰을 툭 건네더라. 쿠폰 사진 찍어서 보내주길래 어디 멀리 가서 써야 하는 줄 알았지. 나는 “오~ 깜짝 여행각이네” 하고 들뜬 상태로 확인을 누름.
근데 약관 같은 거 넘기다가 딱 보이는 문구가 있잖아. “사용처: 본점(OO동)”. 그 순간 머리가 하얘졌어. 왜냐면 그 OO동이… 내가 매일 가는 동네였거든. 대체 이 쿠폰이 어떻게 내 동네로 착지한 거지? 순간 어딘가에 내 소비 패턴이 저장돼 있는 느낌까지 들더라.
나는 웃으면서도 살짝 의심이 생겼어. ‘혹시 나 몰래 내 위치를…’ 같은 거 상상하면 드립이 더 커지잖아. 그래서 “여기 내 동네네?” 하고 가볍게 말했더니, 연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면서 “응? 너 동네인 줄 몰랐어!”라고 하더라.
나는 그 말이 더 찝찝했어. ‘모를 수가 있나?’ 싶어서, 일부러 태연한 척 “아니 근데 이거 진짜 내 동네 맞지 않냐. 내가 가끔 여기 지나가거든?” 그랬지. 그랬더니 연인이 “아… 그러면 네가 지나갈 때마다 나 생각했겠네?” 하고 장난을 치는 거야. 장난은 장난인데, 말 끝에 묘하게 설레는 게 섞여 있어서 내가 더 이상한 표정이 됐음.
그래서 결국 우리 둘이 쿠폰 쓰기로 했어. “그럼 같이 가자” 이러고. 근데 문제는 매장 앞까지 가면서 계속 확인하게 되더라. 내가 아는 길이 나오면 “어? 여기네” 하고, 익숙한 표지판 보면 “여기 진짜 맞다” 하고… 결국 걸어가면서도 계속 내 동네를 증명하는 꼴이 됐지. 나만 바보 되는 느낌.
매장에 들어갔더니 분위기가 또 묘하더라. 직원분이 쿠폰을 받으면서 아무렇지 않게 “쿠폰 사용은 오늘까지예요” 이러는데, 나는 그 순간 깨달았어. 이 쿠폰은 내 운명이고, 내 동네는 내 루트고, 연인은 그걸 모르고 던졌다는 사실. 그러니까 누가 설계한 게 아니라, 그냥 세상이… 우연을 가장한 상술을 펼친 거였구나 싶더라.
결제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연인이 “근데 너 동네면 나도 더 재밌겠다. 또 올 핑계 생겼잖아”라고 하더라. 나는 그 말에 또 마음이 좀 풀리긴 했는데, 동시에 ‘아니 잠깐만, 내가 받은 쿠폰이 사실상 데이트 쿠폰이었네?’ 싶었지. 쿠폰은 상품권처럼 주는 거였지만, 결국 목적은 같이 다녀오게 만드는 것이더라. 사랑은 늘 우회하는구나… 하고 느꼈다.
그래도 웃긴 건, 다음 날 내가 동네에서 그 매장 지나가다가 “아 어제 그거 여기였지” 하면서 또 한 번 웃음이 터졌다는 거야. 쿠폰 하나 던져주면 그 사람 동네로 착 붙는 게 말이 되나 싶고, 그렇다고 내가 특별히 뭘 숨긴 것도 없고… 그냥 우리 둘의 동선이 너무 비슷한 게 문제(?)였던 거지.
결론은 이거였어. 연인이 준 쿠폰은 내가 쓰려고 받은 게 아니라, 내가 올 수밖에 없게 동네로 유도한 ‘감성 자동항법’이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 그 매장 앞 지나갈 때마다, 괜히 멈춰서 “여기였지?” 하고 혼자 피식거려. 어쩌면 우연이 제일 큰 이벤트라는 걸, 그날 쿠폰이 증명해준 셈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