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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으로 받은 의자, 앉는 순간 ‘삐걱’이 노래함

2026-06-17 15:41:11 조회 21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당근으로 받은 의자가 도착한 날, 저는 “이 정도면 꽤 괜찮겠는데?” 하고 포장을 풀면서도 기분이 살짝 좋아졌어요. 집에 오자마자 조립은 간단했거든요. 다리 몇 개만 맞춰 끼우면 끝, 사진에서 보던 그 반듯한 프레임이 그대로 왔습니다. 문제는… 앉는 순간부터 시작됐죠.

처음에는 그냥 가볍게 앉아봤어요. ‘삐걱’이 한 번 나길래, 아, 새로 조립하면 소리 나는 경우도 있나 보다 싶었죠. 그런데 그 다음 행동이 문제였어요. 의자에 앉아 폰을 보려고 몸을 좀 더 기대는 순간, 소리가 노래처럼 이어지더라고요. 삐걱, 삐걱, 삐걱… 마치 누가 옆에서 리듬 타듯 타이밍 맞춰 두드리는 느낌이었어요.

저는 처음엔 진짜로 웃겨서 어이없었는데, 그 웃음이 몇 분도 못 가더라고요. 집이 조용한 편이라 소리가 더 크게 들렸거든요. 게다가 저 혼자 사는데, 그 소리가 계속 나니까 무슨 작업실에 혼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분명히 가구는 가구인데, 갑자기 제가 무대 위 주인공 된 느낌… 딱 그거요.

당근 판매자분이 “생활기스는 조금 있어요”라고 적어놨던 게 기억났습니다. 생활기스… 좋습니다. 그런데 이건 생활기스가 아니라 생활 연주였던 거죠. 저는 의자 아래를 확인하려고 자세를 바꿨는데, 그 순간에도 삐걱 소리가 따라오니까 더 황당했어요. 마치 “이동하면 더 크게 들려요”라고 말하는 것처럼요.

결국 저는 의자를 한 번 들춰보면서 원인을 찾기 시작했어요. 나사 풀린 데가 있나, 다리 하나가 살짝 비뚤었나, 바닥이 고르지 않나. 하지만 이상하게도 모든 게 정상처럼 보였어요. 의자는 멀쩡했고 나사도 꽉 조여져 있었고, 바닥도 평평하더라고요. 그럼 남은 건 뭐냐… 결국 제가 앉는 방식이 문제인가 싶어서, 자세를 완전히 바꿔봤죠.

그런데 자세를 바꿔도 소리는 바뀌지 않아요. 오히려 “삐걱의 음정”만 조절되는 느낌? 등받이에 기대면 낮게, 허리를 펴고 앉으면 조금 더 높은 톤으로 들려요. 저는 그때 처음으로 확신했어요. 이 의자는 고장난 게 아니라, 원래부터 이런 성격을 갖고 있구나. 누군가의 ‘삐걱’이 누군가의 ‘추억’으로 남아있었을지도요.

그리고 여기서 또 웃긴 게, 소리가 날 때마다 제 뇌가 자동으로 “이제 누가 들어오면 어떡하지”를 계산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택배 기사님이 문 앞에 서는 순간, 혹시 제가 앉아 있으면 삐걱 소리가 같이 들려서 민망해질까 하는 그런 걱정요. 실제로 그날 택배가 왔는데, 저는 문 쪽으로 가려고 의자에서 일어나는 순간에도 삐걱이 한 번 더 크게 울렸습니다. 마치 배달 알림처럼요.

그래서 저는 결국 수습을 위해 이것저것 해봤어요. 의자 다리 밑에 펠트 같은 거 붙이고, 윤활이 필요한 부분이 있나 싶어 살짝 손으로 만져보고, 심지어 바닥에 깔린 매트 위치도 바꿔봤죠. 그런데 결론은 비슷했습니다. 펠트 붙이면 조금 줄어드는 듯하더니 다시 돌아오고, 매트 위치 바꾸면 또 다른 타이밍에서 소리가 올라와요. 제가 원하는 건 “조용”인데, 의자는 계속 “연주 모드”를 유지하는 느낌이었어요.

그 와중에 당근 판매자분이 생각났습니다. 메시지로 “의자 괜찮으세요?” 물어보긴 애매하잖아요. 괜찮냐고 물어보는 순간, 제가 “삐걱이 노래해요”라고 답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니까요. 그래서 그냥 제 삶에 의자를 편입시키기로 했어요. 의자에 앉는 건 이제 전부 오프닝 음악이 시작되는 느낌으로요. 제가 시간을 맞춰 움직이지 않아도, 의자가 먼저 박자를 잡아주니 오히려 생활 리듬이 생긴 셈이랄까요.

이제는 소리가 익숙해졌습니다. 대신 제가 가끔 의자에 앉아 멍하니 있으면, 어느 순간 삐걱이 멈춘 것 같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는 오히려 제가 불안하더라고요. “아… 오늘은 의자가 쉬는 날인가?” 하고요. 결국 저는 당근으로 받은 의자를 하나 더 얻은 게 아니라, 집에 ‘작은 공연’ 하나를 들여놓은 사람이 됐네요. 삐걱이 이렇게 오래갈 줄은 몰랐는데, 어쩌면 이 의자도 나름대로 저한테 “편히 앉아, 대신 리듬은 맞춰” 같은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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