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 아끼려다 결국 제일 비싼 길로 감
배달비 아끼려다 결국 제일 비싼 길로 감. 나 그 문장 자체가 내 인생 요약 같아서 아직도 웃기면서도 좀 억울함. 점심에 배달 앱 켰다가 배달비가 생각보다 크게 뜨는 거야. 뭐냐, 이거 왜 오늘만 유독 비싸? 싶었는데, 알고 보니 “추천”이 아니라 “최적 경로”가 아니라 “최대 단가” 경로를 끌어다 쓰고 있더라.
일단 나는 배달비 아끼는 타입이거든. 보통은 최소 주문 금액 맞추고, 쿠폰 있으면 끼워 넣고, 심지어 할인 시간 노리고 기다리는 편이야. 그런데 그날은 타이밍이 애매해서 쿠폰이 딱 한 장뿐이었고, 배달비를 줄이려면 “가까운 가게”로 바꿔야 했어. 근데 가까운 가게가 문제였지. 가까운 가게는 맛이 애매하거나, 메뉴가 다 비슷한데 가격이 더 높거나, 리뷰가 이상하게 반반이더라.
그래서 나는 머리 굴리기 시작했지. “배달비를 아끼려면, 배달원이 올 때 우리 쪽에서 덜 걸어오면 되잖아?” 이 생각이었어. 보통 우리 동네는 골목이 좀 꼬여 있어. 내가 문 앞에 나가 있으면 기사님이 바로 들어오고, 그러면 시간이 줄어서 팁? 같은 게 덜 붙을 거라 착각했어. 아니, 정확히는 앱에서 거리 기반으로 계산이 되는 걸 알긴 했는데, 그걸 내 논리로 이겨볼 수 있을 것 같았어.
그래서 주문하기 전에 아파트 동을 살펴봤다. 같은 단지인데도 출입구가 여러 개고, 어떤 출입구는 차가 바로 들어오기 편해. 나는 “출입구 A로 오면 되겠다” 싶었는데, 그 출입구 A가 제일 편한 대신 기사님이 들어오려면 한 번 돌아야 하거든. 반대로 출입구 B는 멀어 보이지만 바로 옆 길로 들어오면 되는데, 사람들 통행이 많아서 정차가 눈치 보일 확률이 높아.
여기서 내가 한 번 더 욕심을 냈지. 배달비를 아끼려면 출입구 B로 안내하면 기사님이 덜 돌아도 되고, 결과적으로 시간도 절약될 테니 전체 요금이 덜 나오지 않을까? 싶은 거야. 그래서 주문란에다가 “B로 오시면 편해요, 경비실 지나서 오른쪽 골목” 같은 식으로 적었어. 나름 친절하다고 생각했는데, 결론부터 말하면 그 문장이 기사님을 ‘정답’이 아니라 ‘최악’으로 데려가더라.
결제는 끝났고, 한 20분 뒤에 배달원이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 처음엔 “출입구가 여러 개가 있어서요. 어디로 가면 될까요?” 하더니, 다음엔 “혹시 골목으로 들어가야 하나요? 차가 못 들어가는데요.”라고 했어. 나는 당연히 “아, 저희가 안내를 잘못한 건가?” 싶었지. 근데 나는 이미 배달비가 결제된 상태. 앱은 친절하게도 “추가요금 발생 가능”이라는 말만 조용히 띄워놨고, 그 추가요금이 발생하는 길이 바로 내가 골라놓은 그 길이었어.
기사님이 결국 차를 돌려서 다른 길로 재탐색을 하셨고, 그 과정에서 시간이 늘어나니까 앱 단가가 올라간 듯했어. 나한테는 ‘요금 조정’이라고 뜨더라. 처음에 뜨던 배달비보다 몇 천 원 더 붙어서, 그 순간 깨달았지. 내가 아낀다는 건 배달비가 아니라 “내가 생각하기에 덜 아픈 상상”이었구나. 출입구 A로만 했어도 기사님은 쉽게 들어오셨을 텐데, 나는 B를 골라서 결국 길 자체를 제일 비싼 루트로 만들어버렸어. 아니, 비싼 루트가 뭔지 처음 알았네. 길이 비싸더라. 카드값처럼.
정신 차리고 나니까 배달원이 도착해 문 앞에 음식을 두고 가셨는데, 그 표정이랄까. “아… 손님이 글을 너무 성실히 써주셨는데 제 차가 따라가질 못하네요” 같은 느낌. 나는 얼른 “죄송합니다, 제가 길을 잘 몰라서요”라고 말했지. 근데 솔직히 말해 뭐가 죄송해. 나는 덜 내려고 했는데, 결과는 더 냈잖아. 더 아프게는, 다음 주문하려는데 앱이 친절하게도 “이 고객님은 안내를 상세히 하시는 편이에요” 같은 문구를 띄워서, 내가 앞으로도 계속 길 안내를 해야 할 사람처럼 느껴졌다는 거야.
결국 그날의 교훈은 간단해. 배달비 아끼겠다고 내가 뇌를 굴리면, 시스템도 뇌를 굴려서 더 비싼 길을 찾아내더라. 그래서 지금은 그냥 “도보 이동 가능, 출입구는 가장 가까운 곳으로 부탁드려요” 정도로 뭉뚱그려 적어. 친절은 하되, 내 추측으로 세계를 바꾸려 들지 않기로 했지. 그런데도 가끔 생각해. 그때 내가 출입구 B를 적지만 않았어도, 아마 내 배달비는 지금쯤 아끼는 쪽으로 남아 있었을 텐데… 지금 내 손에는 아끼지 못한 배달비 영수증만 남아 있더라. 웃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