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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달음식이 내 취향대로 오진 않더라

2026-06-19 00:41:12 조회 8 댓글 0 추천 0 글 신고 0

배달음식이 내 취향대로 오진 않더라. 근데 이게 “대충 시켰더니 대충 왔다” 수준이 아니라, 내가 주문할 때부터 이미 내 취향이 배달 기사님 손을 타고 다른 방향으로 비틀린 느낌이었음.

그날은 비가 쏟아지는데도 배고파서 앱 켰지. 나는 늘 “맵기 조절”이랑 “소스 따로”를 체크하는 사람인데, 그걸 확인하는 재미가 있음. 주문서 화면에서 한참을 보다가, ‘이거다’ 하고 결제까지 끝냈거든. 배달 예정 시간이 딱 적당해서 마음도 급하지 않았는데, 막상 기다리니까 자꾸 생각나더라. ‘소스 따로면 찍먹이지’ 같은 건데, 그 생각이 너무 진심이라 도착만 기다리게 됨.

문 앞에 호출 벨이 울리자마자 문 열었어. 기사님이 “고객님 맞으세요?” 하면서 봉투를 딱 건네주는데, 그 표정이 뭔가 미안함이 아니라 “오늘도 열심히 살았다” 같은 느낌이었음. 나는 감사 인사하고 바로 들고 들어가서 열었지. 열자마자 향은 좋은데… 뭔가가 이상했어. 소스가 이미 뿌려져 있었거든. 체크를 했는데. ‘따로로 시켰는데 왜 이렇게 되어 있지?’ 싶은데, 그 순간부터 속도가 느려지는 느낌이 들더라.

일단 구성품부터 확인했어. 메뉴 이름은 똑같이 적혀 있었고, 포장 상태도 “이건 그럴 수 있다” 싶은데, 문제는 소스가 면이랑 같이 눌어붙은 정도였다는 거. 내가 찍먹 좋아하는 이유는 간단해. 면이 소스 먹고 질척해지면 나중에 먹다가 흐름이 끊기거든. 근데 그날은 이미 면이 소스에 잠겨서, 한 입 먹는 순간부터 “아 이건 처음부터 젖어있던 거다” 이런 느낌이야.

그래서 나는 다시 확인 모드 들어갔지. 주문 내역을 열어서 맵기, 소스 옵션, 추가 토핑까지 다시 봤어. 당연히 체크는 되어 있었고, 메모에도 “소스 따로 부탁드립니다”라고 적어놨어. 그런데도 음식은 이미 한 세트가 되어버린 상태. 이게 뭐냐면, 내가 취향을 체크한 건 앱 화면에서 끝났고, 실제 세계로 넘어오는 순간 누군가가 “그거 굳이 따로야?” 하고 결정을 내려버린 느낌. 배달은 속도전인데, 내 취향은 속도전에서 밀려난 거지.

그래서 고객센터에 연락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일단 맛부터 봤어. 맛은 나쁘지 않아. 오히려 기본 베이스는 괜찮더라. 다만 내가 원하는 “딱 찍어서 타이밍 맞추기”가 안 되는 거야. 소스가 이미 퍼져서, 첫 입부터 끝까지 같은 농도로 계속 가는 구조. 그래서 먹는 중간중간 “여기서부터는 좀 덜 짰으면 좋겠는데…” 같은 생각만 반복됨. 결국 내가 원하는 건 맛이 아니라 리듬인데, 리듬이 깨진 상태에서 맛만 맞으면 뭐 해. 리듬이 무너진 집에서 춤추는 느낌이랄까.

더 웃긴 건 사이드로 같이 온 메뉴야. 같이 시킨 감자튀김은 원래 바삭파인데, 그날은 소스가 새서 그런 건지 눅눅함이 느껴지더라. 나는 “소스 따로면 감자에 소스 조금만 찍어 먹고 끝”을 계획했는데, 계획이 취소된 순간부터 모든 메뉴가 내 머릿속 시나리오를 따라오지 못했음. 그러다 보니 배달음식이 아니라… 그냥 ‘오늘의 어쩌다 이벤트’가 되어버림. 먹으면서 계속 “아 이럴 거면 차라리 배고픔을 더 참고 다른 데 주문했어야 했는데”라는 생각만 들더라.

그래도 한 번쯤은 해결해보고 싶어서, 다음엔 리뷰를 남기자 싶었지. 그런데 리뷰 쓸 때도 사람들이 다 비슷하게 말하잖아. “맛있어요” “다음엔 더 잘 부탁해요” 이런 식. 나는 그날 결론이 좀 더 구체적이었음. 소스 따로가 왜 따로 아니었는지, 맵기 옵션은 왜 적용이 안 됐는지, 포장 과정에서 뭐가 뒤집혔는지. 근데 막상 쓰려니까 내가 너무 진지해져서, ‘이 사람 배달음식에 인생을 건 느낌’이 되어버릴까 봐 결국 그냥 웃기게 적었어. “취향은 배달 중 길을 잃었네요” 이런 톤으로.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 뒤로, 나는 주문할 때마다 앱 화면에서 체크를 다시 확인하게 됐어. 취향은 내가 지키는 거니까. 다만 한편으로는 알겠더라. 배달은 내 취향을 배달하는 게 아니라, 내 취향과 상관없이 도착하는 물건을 포장해 전달하는 시스템이라는 걸. 그래도 웃긴 건… 다음 주문에서는 정말 소스가 따로 왔거든. 나는 감동해서 그날은 한 입 먹자마자 바로 “드디어” 하고 외쳤는데, 문제는 그때도 감정이 너무 커서 너무 오래 들고 있다가 면이 식어버렸다는 거. 그러니까 내 취향은 소스 따로에만 있던 게 아니라, 결국 타이밍에도 있었던 거지. 배달음식이 내 취향대로 오진 않더라—하지만 그 과정이 제일 맛있게 남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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