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단체회식에서 메뉴판이 갑자기 뒤집힘
회사 단체회식에서 메뉴판이 갑자기 뒤집힘. 그날은 “오늘은 다 같이 웃고 끝내자” 같은 말이 회식 내내 떠다녔는데, 시작부터 분위기가 살짝 삐끗하더라. 내가 제일 먼저 자리에 앉았고, 옆에는 팀장님이 앉았는데, 난 그때만 해도 아무 일 없을 줄 알았지.
식당에 들어가자마자 웬만한 메뉴는 이미 단체로 주문해둔 상태였는데도, 사장님(?)이 “메뉴판 한번 보시죠!” 하면서 각자 앞에 놓아줬어. 철제 테이블이라 메뉴판 받침이 따로 없고, 그냥 접이식 메뉴판을 내려놓는 타입이었는데 그게 문제였는지, 메뉴판이 살짝 들뜬 느낌이었어. 근데 그때는 아무도 신경 안 쓰고 다들 반쯤 웃으며 “아 오늘 뭐 먹지?” 하던 타이밍이었음.
팀장님이 물잔을 들고 메뉴판을 탁- 하고 한 번 펼치려는 순간이 있었어. 정확히는 “이거 펼치면 더 편하죠?” 같은 멘트 하면서 손가락을 대는데, 메뉴판이 그 손가락을 따라 위로 쑥! 올라가더라고. 순간적으로 다들 시선이 메뉴판으로 쏠렸고, 나는 속으로 “아 저거 접혔나?” 싶었는데, 그게 끝이 아니었어.
메뉴판이 뒤집히면서 종이 쪽이 테이블 위로 쏟아지는데, 바닥으로 떨어지기 직전에서 누가 살짝 건드린 것처럼 더 휙 돌아갔어. 문제는 그 순간이 단체사진 찍기 직전이었다는 거야. 다들 휴대폰을 들어서 “자 한 컷!” 외치던 타이밍이라, 메뉴판이 뒤집힌 찰나의 사진은 다들 각자 찍어버린 거지. 팀장님도 “아니 이게 왜!” 하면서 웃으려고 했는데, 웃음이 먼저 나오기 전에 이미 분위기가 사건 모드였음.
가장 황당했던 건, 메뉴판 뒤집히는 소리에 반응한 건 우리 말고도 있었던 거야. 옆 테이블에서 직원이 걸어오다가 살짝 휘청하더니, 그 직원이 우리 쪽으로 시선 던지고 “손님, 괜찮으세요?” 하면서 얼른 치우려고 왔어. 그런데 그 직원이 치우는 동안에도 메뉴판 종이가 탁자 아래로 조금 더 밀려들어가서, 누군가가 “아 그거 밑에 뭐 있어요?” 같은 농담을 던졌고, 다들 그 말에 갑자기 더 진지해졌어.
여기서부터 회식의 진짜 개그가 시작됐지. 우리 팀 막내가 메뉴판을 밑에서 끌어올리더니, 종이 메뉴판 한 장이 아니라, 메뉴판 뒤에 붙어있던 영수증 스티커까지 같이 올라오면서 탁자 위에 흩어졌어. 그러니까 메뉴판은 뒤집혔는데, 그 뒤집힌 김에 “주문 내역” 같은 게 일부 보였던 거지. 나는 그걸 보는 순간 ‘아 이거 누가 결제한 금액이 노출되는 거 아니야?’ 하는 생각이 스치듯 들었어. 다들 우리 팀이 얼마나 자주 회식하는지 이미 알고는 있지만, 그래도 영수증이 이렇게 드러나면 괜히 눈치가 생기잖아.
팀장님은 순간 정색하려다 말고, 손으로 흩어진 종이를 대충 한데 모으면서 “자, 이건… 메뉴판이 스스로 바뀐 거예요”라고 말했어. 그러자 옆자리 과장님이 “메뉴판도 팀워크가 중요하대요” 같은 말을 툭 던졌고, 그 말에 다들 터졌지. 근데 웃긴 게, 그 다음부터는 다들 메뉴판을 볼 때마다 “뒤집히는 거 아니죠?”를 의식하면서 조심조심 하더라. 우리 팀은 원래 회식 때 다 같이 떠들고 웃는 편인데, 그날은 메뉴판이 한 번 뒤집힌 이후로 사람들 손동작이 다 느려졌어.
그래도 분위기는 결국 살아났어. 왜냐면 메뉴판이 뒤집혔다고 해서 주문이 엉키진 않았거든. 직원이 얼른 새 메뉴판을 가져다주고, 팀장님도 “다음부터는 제가 펼치겠습니다”라며 마치 감독처럼 선언했지. 그런데 그 선언 직후, 팀장님이 손으로 메뉴판을 펼치려다가 또 반쯤 걸려서 “아… 아까 그거랑 똑같이 돌아가면 어떡하지?” 하는 표정이 나와버린 거야. 다들 그 표정을 보자마자 더 크게 웃었고, 결국 회식은 ‘큰 사고 한 번’으로 시작해서 ‘큰 웃음 한 번’으로 마무리된 느낌이었어.
나중에 계산할 때 직원이 “아까 메뉴판이 왜 뒤집혔는지 테이블이 조금 미끄러웠나 봐요”라고 했는데, 그 말이 더 웃겼다. 결국 사건의 원인은 사람도, 실수도 아니라 테이블이 미끄러웠다는 거잖아. 우리 팀은 그날 이후로 단체회식 시작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테이블 주변을 한번씩 쓱 훑어보게 됐고, 누가 메뉴판을 펼치려는 순간이면 다들 한 박자 늦게 “조심!”을 외친다. 그러니까 메뉴판은 뒤집혔지만, 그날의 교훈은 오래 남았어. 회식은 맛도 중요하지만, 미끄러운 테이블도 조심해야 한다는 걸 다들 몸으로 배운 날이거든.